[필동정담] 법의 구멍 '등(等)'
율 브리너의 '기타 등등'처럼 법 조항의 '등(等)'도 종종 우회하는 '구멍'으로 활용된다. 특히 시행령을 넓게 인정하는 우리나라의 법체계에서는 우회로가 크게 열려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등'을 검수완박법을 무력화하는 구멍으로 활용했다. 지난 4월 개정된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찰 수사 범위를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라고 규정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법 통과에만 집착해 자충수를 둔 것이다. 한 장관은 '등'이라는 구멍을 파고들어 검찰 수사 범위를 넓혔다. 부패·경제범죄의 범위를 확대하고 사법질서 저해 범죄와 개별 법률이 검사에게 고발·수사 의뢰하도록 한 범죄도 '중요 범죄'로 지정해 검찰 수사 범위로 뒀다.
삼권분립의 예외에 해당하는 '시행령'은 정부가 사회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종종 국회 입법이 어려운 상황이거나 이를 우회하려고 할 때 활용된다. 법무부의 검수완박법 시행령과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등이 이런 경우다.
행정입법은 필요한 경우 매우 제한적으로만 활용돼야 한다. 히틀러에게 독재의 문을 열어준 것이 '수권법'이라는 행정입법 권한이었던 것처럼 시행령이 남용되면 '삼권분립'의 원칙을 무너뜨릴 수 있다. 헌법재판소는 '행정 기능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이 동시에 입법권을 행사하는 것은 권력분립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며, 다만 행정기관은 국회의 입법에 의하여 내려진 근본적인 결정을 구체화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행정입법권을 갖는 것에 불과하다'(99헌바91 등)며 시행령의 범위를 제한했다. 법치는 법의 남용이 아니라 법의 절제를 통해 완성된다.
[김기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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