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최혜국 대우' 위배 우려..산업부, 내주 업계와 긴급간담회

송민근,송광섭 입력 2022. 8. 17. 17:54 수정 2022. 8. 1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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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美에 지속 문제제기"
WTO 제소 여부에는 신중

◆ 美 인플레 감축법 시행 ◆

국산 전기차들이 미국 정부의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법안 통과 전부터 우려를 전달했음에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서명과 함께 17일 전격 시행이 이뤄져서다.

17일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국 전기차 업체들이 손해 보지 않도록 대응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대응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부는 미국의 이번 결정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자칫 국제 분쟁으로 비화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향후 인플레이션 감축법 조문 등을 세밀하게 분석한 뒤 공식 입장을 낼 예정이다. 한국 정부의 대응 방안으로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꼽힌다.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1일 업계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의 이번 법안이 한미 FTA와 WTO 협정 등 통상 규범 위배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미국에 전달했다"며 "'북미 내'로 규정한 전기자동차 최종 조립 및 배터리 부품 요건을 완화해줄 것을 미국 통상당국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다만 WTO 제소를 통해 실익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인플레 감축법은 (한국 업체에 대한) 차별적 조치에 해당한다"며 "이에 따른 국제적 분쟁 우려도 일찌감치 예견돼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WTO 상소 기구의 기능이 수년째 정지돼 있어 제소를 해도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며 "최근 한미 관계가 강화되고 있는 기조를 감안하면 (정부는) WTO 제소에 따른 파장까지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 활용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하늘 국제법질서연구소 대표는 "한미 FTA에는 내국민 대우 의무가 명시돼 있는데 인플레 방지법은 이를 위반하는 내용일 소지가 있다"며 "이행 요건 부과 금지 의무 위반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내국민 대우는 외국 상품에 국내 상품에 부여하는 대우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해줘야 하는 의무다. 수입 상품에 국내 상품보다 불리하게 세금이나 과징금을 부과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만큼 인플레 방지법이 이를 위반했다는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이행 요건 부과 금지의 경우 외국인 투자자에게 국산 원료 이용 같은 불합리한 의무 부과를 금지하는 조항인데, 이번 인플레 방지법은 특정 국가에서 생산된 재료나 부품을 사용하면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하는 만큼 위배 소지가 있다. 또 WTO 보조금 협정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미 FTA에 포함된 최혜국 대우 조항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최혜국 대우는 FTA 체결 당사국이 다른 나라의 상품 또는 투자자에게 부여한 우대 조치를 FTA 체결국에도 부여해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 대표는 "통상 분쟁은 세부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의무 위반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면서도 "전기차의 미국 내 최종 조립 등을 요구하는 추가 보조금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 수입대체보조금 금지 의무를 어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이번 문제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다음주 중 이창양 장관 주재로 '관련 업계 긴급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등 유관기업들의 수출·생산 애로 사항을 청취하고 미 통상당국에 문제를 제기할 방침이다.

[송민근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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