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싱하이밍 중국대사 "사드는 한중 수교 30년에 타격 준 '외교 사고'"

김윤수 2022. 8. 17.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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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17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주 한·중 외교장관 회담 이후 다시 불거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와 관련해 "사드 문제는 한중 수교 이후 30년 간 이어온 양국 관계에 큰 타격을 준 사건이자 (외교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며 "자기(한국)만 안전하고 남(중국)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습니다.

또 우리 정부가 이달 중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 정상화 계획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일방적으로 발표해 상대를 자극하면 좋지 않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싱 대사는 이날 채널A의 '뉴스A'(오후 7시 방송)에 사전 녹화 형식으로 출연해 한중 수교 30주년(24일)을 앞두고 대한 소회 및 사드 문제, 대북 정책 등 최근 한중 현안들에 대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특히 지난 9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 이후 재점화된 사드 문제에 대해 직접 방송에 출연해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싱 대사는 이날 약 45분 간 진행된 인터뷰를 모두 한국어로 응했습니다.

싱 대사는 한·중 외교장관회담 후 중국 정부가 '사드 3불'(사드 추가 배치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체계와 한미일 군사동맹 불참할 것)에 더해 기존 사드 운용을 제한한다는 '1한'까지 언급한 것에 대해 "사드 문제는 중국의 안보 문제"라며 "중국이 위협을 받는데 (반대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윤석열 정부가 중국 정부의 '1한' 언급 직후 사드 문제가 자위적 방어 수단이자 안보 주권 사안이라고 반박한 데에 대해서는 "상대를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밝힌 뒤 "중·한(한·중) 관계를 위해 한국 측이 중국에 배려를 해주길 바란다"고 사실상 한국의 사드 기지 정상화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드 3불과 1한이 문재인 전 정부와의 합의 사항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싱 대사는 윤 정부의 "한미 동맹관계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지 않아야 하고 특히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며 윤 정부의 한미 동맹 강화 기조를 견제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공자의 '근자열 원자래(近者悅 遠者來·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를 언급하며 "한국과 중국이 이사 갈 수 없는 이웃이자 협력해야 할 동반자"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협력체인 이른바 '칩4'에 대해선 "반도체 공급망과 관련된 주요국인 중국을 배제한 것은 출발부터 맞지 않다고 본다"며 "중국을 견제하는 협의체로 보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참여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 중인 우리 정부는 중국 등 특정 국가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싱 대사는 "한국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은 알지만 제안국(미국)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냥 넘길 수 없다"며 경계감을 드러냈습니다.

한국의 참여를 반대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한국 반도체 수출의 60%(홍콩 포함)가 중국으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좀 더 국익과 한중 관계를 생각해 현명히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사실상 참여 반대 의사를 드러냈습니다.

북한이 핵 개발 중단 및 비핵화 전환을 하면 경제를 지원해주는 윤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는 "(북한의 핵실험 재개 등) 한반도에 핵이 나타나는 것은 중국도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안전 보장 문제를 요구하는 북한의 요구에 대해 미국이 어느 정도 호응을 해줘야 한다"며 대북 제재 해제 등 북한의 참여 문제가 미국에 달려 있음을 강조했습니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역할에 대해서도 "우리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지만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키(해법)'는 중국이 쥐고 있지 않다"며 다시 한 번 미국의 역할을 언급했습니다.

싱 대사는 최근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서도 "4월부터 우리(중국)가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을 반대해왔다"며 "(펠로시 방문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도전이고 (미국에) 반격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방한한 펠로시 의장을 직접 대면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하나의 중국 원칙 입장을 지켜주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중 수교 30주년을 앞둔 한중 관계에 대해 싱 대사는 "윤 대통령 당선 당시 시 주석이 축전을 보내주었고 왕치산 국가부주석이 취임식 때 참석하는 등 이미 한중 관계의 시작이 좋다"고 평가했습니다. 2014년이 마지막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방한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형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시 주석의 방한이) 실현되지 않고 있다"며 "누구보다 시 주석의 방한을 고대하는 제가 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한국 정부와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윤수 기자 ys@ichannela.com
전혜정 기자 hye@ichannel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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