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이준석·김건희..윤 대통령 회견에서 듣지 못한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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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이한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처음으로 연 기자회견에 할애한 시간은 모두 54분이었다.
기자회견은 애초 예정됐던 40분보다 14분 더 이어졌지만, 머리발언이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면서 주요 현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생각을 듣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윤 대통령의 머리발언은 애초 계획됐던 기자회견 40분의 절반을 차지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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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분 중 20분이 '자화자찬' 들머릿말
문재인 전 대통령 땐 65분에 6분30초
민감 내용 답 피하고 보충질문 불가능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이한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처음으로 연 기자회견에 할애한 시간은 모두 54분이었다. 기자회견은 애초 예정됐던 40분보다 14분 더 이어졌지만, 머리발언이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면서 주요 현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생각을 듣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짙은 회색 정장에 보라색 넥타이를 매고 이날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 등장한 윤 대통령은 20분 동안 준비된 원고를 읽어내려갔다. 윤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맞은 지금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저부터 앞으로 더욱 분골쇄신하겠다”며 몸을 낮췄지만, 새 정부 100일의 ‘주요 성과’를 홍보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탈원전정책 폐기를 통한 ‘정상화’ △한-미 정상회담에 따른 동맹 강화 △폴란드 방산 수출 △규제개혁과 법인세제 정비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 발표 △민정수석실 폐지와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및 경찰국 설치를 통한 초법적 권력에 대한 통제 등을 성과로 내세웠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20%대에 머물고 있는 현실과는 달리 윤 대통령이 20분에 걸쳐 취임 100일의 성과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바람에 주요 현안을 놓고 묻고 답할 수 있는 시간은 34분으로 줄어들었다. 윤 대통령의 머리발언은 애초 계획됐던 기자회견 40분의 절반을 차지하는 시간이었다.
질의응답 순서가 되자 사회를 맡은 강인선 대변인이 120명의 내외신 기자 중 질문자를 지목했고 기자들은 △지지율 하락의 원인과 부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인사 문제의 이유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발언에 대한 반응 △대북·대일 문제 해법 △출근길 약식회견 지속 여부 △부산엑스포 유치 방안 △노동개혁 방법론과 법·원칙 강조에 대한 우려 △폭우 피해 대책 등 12개의 질문을 던졌다. 윤 대통령은 이 중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나 이 전 대표 발언과 관련된 민감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며 넘어갔다. 윤 대통령이 동문서답을 해도 이를 다시 물어볼 수 있는 보충질의 기회도 없었다. 배정된 시간이 부족해 김건희 여사 행적을 포함한 대통령실 사유화 논란과 관련된 질문도 나오지 않았다.
기자회견의 핵심인 질의응답 시간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비교해도 크게 부족했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100일인 2017년 8월1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65분 동안 회견을 진행했다. 머리발언은 6분30초였고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은 한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 녹지원에서 오찬간담회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갈음했다.
윤 대통령의 ‘속 깊은 정국 구상’을 청취하기가 어려운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었지만 윤 대통령은 거듭 소통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머리발언 말미에 “국민 숨소리 놓치지 않고 한치도 국민의 뜻을 벗어나지 않도록 받들겠다”, “질문 받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혼선을 거듭했던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도 “계속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중심제 국가라고 하면 대통령직 수행 과정이 국민에게 투명하게 드러나고 국민들로부터 날 선 비판과 다양한 지적을 받아야 한다”며 “휴가 중에 저를 걱정하는 분들이 도어스테핑 때문에 지지가 떨어진다고 당장 그만두라고 하는 분이 많이 있었지만 그건(도어스테핑은) 제가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긴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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