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분 회견에 19분 성과보고, 이준석 질문엔 "민생 매진에 발언 못챙겨"[윤 대통령 100일 회견]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유설희 기자 2022. 8. 1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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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행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의 질문을 들으며 웃고 있다. 강윤중 기자

“대통령께 표를 준 사람 절반 가까이가 석 달 만에 떠났다. 원인 세 가지만 꼽아달라.”

“세 가지로 말씀드리기는 제가 어려울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이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에게 듣는다’라는 이름으로 약 50분간 진행됐다. 내외신 기자 120여명이 회견에 참여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00일을 돌아보는 모두발언을 먼저 했고,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모두발언은 19분, 질의응답은 29분 간 진행됐다.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질문자를 지명했다. 모두 12개 질문이 나왔다.

‘지지율’ 질문에 즉답 피하고, 노동 개혁은 추가 답변 자청

윤 대통령은 대체로 막힘 없이 질문에 답변했지만 지지율 하락, 여권 내홍 등 민감한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는지 원인 세 가지만 꼽아달라’며 구체적 답변을 요구한 SBS 기자의 첫 질문에 윤 대통령은 “세 가지로 말씀드리기는 제가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 그 자체보다도 여론 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을 겸허하게 받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가지 지적된 문제들에 대해 국민의 관점에서 세밀하게, 꼼꼼하게 한번 따져보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여권 내부 갈등에 대해서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근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의 대통령 비판을 언급하며 ‘여당 내에서 집안싸움이 계속된다면 국정운영에도 부담이 될 텐데 어떻게 보느냐’는 채널A 기자의 질문에 윤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민생 안정과 국민 안전에 매진하다 보니 다른 정치인들게서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하셨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작년 선거운동 과정부터 지금까지 다른 정치인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어떠한 논평이나 제 입장을 표시해 본 적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날 회견에서는 노동 관련 질문이 많이 나왔다.윤 대통령은 ‘노동개혁을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이냐’는 머니투데이 기자의 질문에 노동법 개정, 노동시장 유연화, 노동시장 양극화 개선 등을 제시했다. “독일에서 노동 개혁하다 사민당이 정권을 17년을 놓쳤지만, 독일 경제와 사회에 매우 의미 있는 개혁을 완수를 했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이 답변에만 2분50초를 할애했다. 이날 나온 답변 중 가장 길었다.

윤 대통령은 또다른 노동 관련 질문에도 추가 답변까지 자청하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한국경제TV 기자가 ‘노조 대응 관련 법과 원칙 외에 다른 복안이 있느냐’고 묻자 윤 대통령은 “(법과 원칙이라는) 합의된 방식을 지키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다른 질문을 다 받은 이후 이 질문에 대해서만 노사 분규 원인 분석과 대안 마련을 강조하는 추가 답변을 했다.

19분 모두발언에 질의응답 29분··· ‘여사 리스크’ ‘내부총질’ 질문은 없어

윤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하고 있는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 관련 질문도 나왔다. ‘논란도 있는데 계속 할 것이냐’는 뉴시스 기자의 질문에 윤 대통령은 “허허”하고 엷게 웃으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계속하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 중단 건의도 많이 있었다면서도 “만들어진 모습이 아니라 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고 비판을 받는 새로운 대통령 문화를 만들어 내는 과정”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윤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나 ‘내부 총질’ 문자메시지와 관련한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50분간 진행된 회견 시간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의 모두발언이 길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두발언이 길어지면서 질문시간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키워드 중심으로 준비한 자료만 가지고 모두발언을 진행했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 한·미 정상회담, 소득주도성장 폐기 등 지난 100일간의 성과보고 형태의 모두발언이 19분간 이어졌다. 대통령 취임사, 광복절 경축사보다 이날 모두발언이 길었다. 이날 회견에서 외신 기자 질문자로 미국 ABC와 CNN, 일본 요미우리신문 3개사가 지목됐다. 지역지 질문은 부산엑스포 유치와 관련한 부산일보 1개사였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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