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산불 5달 지났는데..성금 지급 '아직'

홍화경 2022. 8. 17.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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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봄 동해안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 피해가 나면서 수 백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그분들을 도와달라며 당시 성금 기부가 쇄도했지만, 다섯 달이 지난 지금 아직 절반도 집행되지 않았다는데요.

무슨 이유 때문인지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3월, 동해안 산불은 213시간이나 지속됐습니다.

경북 울진과 강원도 삼척 또 강릉 동해까지 산림 피해 면적만 2만 4천여 ha에 달합니다.

역대 최장 기록에 역대 최대 규모, 피해도 그만큼 컸습니다.

벌써 5달이 지났습니다.

마음 따뜻한 우리 국민들은 성금을 모았습니다.

큰 금액을 기부한 연예인도 있었고, 단체와 개인할 것 없이 힘을 모았습니다.

너나없는 도움으로 수백 명의 이재민들은 다시 일상을 되찾았을까요?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울진의 산간마을입니다.

빈터에 컨테이너 임시 주택이 세워졌습니다.

27㎡ 남짓한 공간에 80대 이재민이 아내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찌는 듯한 폭염에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아서 방 안 온도는 바깥 기온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장중화/울진 산불 이재민 : "대번에 열기가 얼마나 찌는지 자고 나니까 옷이 다 젖었어. 병 난다, 병. 병이 나. 좁은 공간에서 너무 오래 있으니까."]

이런 임시 거처에 머물고 있는 울진 산불 이재민, 190여 가구입니다.

이 가운데 집을 새로 짓기 시작한 가구는 10가구도 채 되지 않습니다.

집을 지을 건축비가 턱 없이 부족하다는데요.

생업 같은 일상 회복 지원도 더뎌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장도영/울진 산불피해 이재민대책위원장 : "산불 난 이후에 이재민들 전체는 어느 수입원 자체 하나도 지금 없는 상태거든요. 더군다나 건축비용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오르고 있습니다)."]

울진 산불 이재민을 위해 전국에서 모인 성금은 827억 원입니다.

주택 피해 정도에 따라 집행된 성금, 다섯 달 동안 40%도 되지 않습니다.

왜 그런가 봤더니, 산불 피해는 코로나19와 같은 사회재난으로 분류돼 성금 모금기관들이 각자 성금을 집행합니다.

중앙 정부나 지자체가 일원화해서 관리하는 자연재난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기관마다 피해 조사가 이뤄지고 중복 지원을 피하기 위한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해 배분이 늦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모금기관 관계자 : "정확하게 성금을 지급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신속과 함께 정확에 초점을 두고."]

2019년 강원 산불 때도 성금을 전달하는 데만 반년 넘게 걸렸는데 이번에도 나아진 건 없었습니다.

그럼 기부 물품은 어떨까요?

경북 울진군의 농업기술센터 창고입니다.

한 쪽에는 '폐기'라고 쓰인 종이가 붙은 상자가 60개가 넘습니다.

유통기한 지난 비누에 쥐가 갉아먹은 듯 구멍이 뚫린 쌀 포장지도 보이고요.

라면과 우유, 생수같은 생필품도 있었습니다.

[장도영/울진 산불 피해 이재민대책위원장 : "유통기한이 있는 식품일 경우에는 정말로 아끼지 말고 담당 공무원들이 빨리 이재민들한테 나눠줬으면 이재민들이 얼마나 고맙게 먹겠어요."]

화가 난 이재민들의 항의에 울진군은 산불 발생 두달 만에 부랴부랴 물품을 전달하기 시작했는데요.

마구잡이식 배부로 도움이 되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최동오/울진 산불 피해 이재민 : "밭에 갔다 오니 집(임시조립주택)에 옷 봉지를 세 개를 갖다 놓았는데, 그걸 뜯어서 보니까 여자 옷, 아기 옷, 겨울 옷, 그런 것들만 있고…."]

기부물품 15톤이 폐기됐고, 산불 피해 석 달이 지나도록 많은 물품들이 비닐도 뜯기지 않은 채 방치됐습니다.

[울진군청 관계자/음성변조 : "(물품) 종류가 분류돼서 오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오기 때문에 물건들을 분류하는 시간이 있거든요. 저희가 바로 거기에 대해선 인원 투입을 거의 못 했었거든요..."]

이재민들에겐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필요할 때 지원할 수 없다면 국민들의 온정은 전해질 수 없겠죠.

이번 집중 호우로 수해 복구 성금 기부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재민들이 빠르게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신속한 집행과 물품 배분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한미희/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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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화경 기자 (vivid@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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