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담대한 구상'·강제동원 해결 자신감..현실 인식 의구심 키워[윤 대통령 100일 회견]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국내 현안과 달리 외교·안보 분야에 대해서는 분명한 톤으로 입장을 밝혔다. 이틀 전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혔던 이른바 ‘담대한 구상’으로 불리는 대북 제안에 대해 다시 설명하면서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으며, 한·일 관계의 최대 난관인 강제동원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한 해결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자신감과 낙관적 전망은 현실과 괴리가 있어 보인다. ‘담대한 구상’의 대북 제안에 북한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북한은 이 제안이 나온지 이틀 만에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 강제동원 배상 판결 문제 역시 민관협의회가 파행하면서 피해자 측과 국민들의 부정적 여론이 쌓여가고 있어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결책을 내놓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NPT 체제 강조하면서 ‘핵공유’ 여지 남겨
윤 대통령은 이날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을 묻는 외신기자 질문에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가 항구적인 세계 평화에 매우 중요하고 필수적인 전제”라며 “어떠한 상황이 되더라도 확장억제를 더욱 실효화하고 강화해 나가는 것을 우선적인 과제로 생각할 계획”이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는 “북핵 위협이 고도화되고 기존에 있는 정도의 확장억제로 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확장억제의 형태가 아마 조금 변화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보수층 일각에서 거론되는 ‘나토식 핵공유’ 등과 같은 변형된 형태의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핵무장과 관련해서는 이와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또 ‘담대한 구상’을 다시 언급하면서 “북한이 확고한 비핵화 의지만 보여주면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先)비핵화 요구와 다르다는 점을 부각시키려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체제안전 요구와 관련된 질문에는 “우리 대한민국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저와 우리 정부는 북한에 무리한 힘에 의한 현상 변화는 전혀 원치 않는다”라고 답했다. 과거 보수정부가 북한 붕괴론이나 레짐체인지(체제 전복)를 염두에 두었던 것과 차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주권 문제 충돌없는 강제동원 해법 강조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서 최대 갈등 현안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해 “주권 문제 충돌 없이 채권자들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혔다. 이 말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보상을 받게 된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되, 일본이 우려하는 일본기업 자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피하는 방법으로 해결하겠다는 의미다. 일본기업의 직접 배상이 아닌 대위변제나 기금 조성 등의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양국 모두의 노력을 강조했다. 그는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강화할 때 양보와 이해를 통해서 과거사 문제가 더 원만하게, 빠르게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일본기업의 압류자산을 현금화하는 강제집행을 하지 않는 대신 일본은 사죄 표명 등으로 성의있게 호응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대 최악의 일본 관계를 빠르게 회복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거나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등의 대통령 언급과는 달리 실제로는 강제징용 문제가 더욱 해결이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조속히 문제가 풀릴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유신모 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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