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감축법 발효..세액공제 못 받는 아이오닉5·EV6 '비상'

김상범 기자 2022. 8. 1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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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아이오닉5(왼쪽)와 기아 EV6. 현대차그룹 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북미에서 조립된 전기자동차에만 세액 공제를 해주는 내용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최종 서명하자, 한국산 전기차 수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가 최대 약 1000만원인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면서 가격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IRA는 즉시 효력을 갖게 됐다. 이 법안에 따르면 일정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는 구매자에게 중고차의 경우 최대 4000달러(약 525만원), 신차는 최대 7500달러(약 985만원)의 세액공제를 해 준다. 단 해당 차종은 반드시 북미에서 조립된 것이어야 한다. 또한 내년 1월부터는 일정 비율 이상 미국 등지에서 생산한 배터리와 핵심 광물도 사용해야 한다.

미국 에너지부가 올해 연말까지 세액공제 조건을 충족한다고 인증한 북미지역 생산 전기차는 테슬라, BMW, 포드, 크라이슬러, 메르세데스 벤츠 등의 2022∼2023년식 전기차 21종이다. 수출용인 한국 업체의 전기차는 빠졌다.

현대차그룹은 당장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현대 아이오닉5와 기아 EV6는 올 상반기 미국에서 2만대 넘게 팔리며 테슬라에 이어 현지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테슬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국산 전기차의 인기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 미국에서 아이오닉5 가격은 트림별로 3만9700달러~5만4500달러, EV6는 4만900달러~5만8500달러다. 테슬라의 가장 저렴한 모델인 모델3가 4만4990달러부터 시작하는 것에 비하면 5000달러 가까이 저렴하다. 세금 혜택을 받으면 아이오닉5는 최저 3만2200달러, EV6는 3만3400달러에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세액공제 수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현대차·기아의 가격 경쟁력 하락은 불가피하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아이오닉5와 EV6는 모두 한국에서 생산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 5월 미국 조지아주에 연간 30만대 생산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으나, 가동 시점이 2025년이라 보조금 공백이 2년 넘게 이어질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를 통해 미국 의회에 해당 법안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에서 제조 또는 조립된 부품이 사용된 배터리가 탑재된 한국산 전기차에도 세제 혜택이 적용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기아 미국법인은 지난 12일 현지 딜러사에 “곧 전기차 소비자지원금이 끊길 테니 대기 고객에게 계약을 독려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미국 전기차 공장 완공 시점을 앞당기거나, 현지의 기존 내연기관 공장 설비를 전기차 라인으로 전환하는 등의 대책이 거론되지만 간단찮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공장에 납품할)협력업체들의 입주 시점도 고려해야 하는 데다, 기존 공장들도 나름의 몇년치 생산계획이 짜여져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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