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공시 의무화, 기업부담 크다"

정승환 2022. 8. 17.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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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컨설팅 ERM 분석
美 기업당 평균 9억원 들어
2025년부터 韓기업도 공시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추세

◆ ESG 경영현장 ◆

ESG 공시 압박과 높은 탄소배출 감축 목표는 기업들에 부담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탄소중립 정책을 현실에 맞게 수정하고 ESG는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됐다.

17일 글로벌 ESG 컨설팅 회사 ERM에 따르면 미국 기업이 자발적 기후 공시에 사용하는 평균 비용은 기업당 67만7000달러(약 9억원)로 나타났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공시 23만7000달러 △기후변화 시나리오 분석·공시 15만4000달러 △기타 기후 관련 분석·공시 13만달러 △내부 기후 리스크 관리 체계 14만8000달러 △기후 관련 주주제안 대응 8만달러 △기후 관련 검증·감사 비용 8만2000달러다.

기관투자자가 기후 관련 기업 정보 수집·분석에 사용하는 비용은 회사당 137만2000달러(약 18억원)로 집계됐다. ERM은 최근 미국 기업 39곳과 기관투자자 25개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

기후 관련 공시 의무화가 확정되면 비용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기업을 대상으로 탄소배출량 정보 등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규제 초안을 마련했다. SEC에 따르면 상장기업은 제품 생산 등 기업의 직접적인 활동으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스코프1)과 전기, 스팀, 냉방 등 에너지를 통해 발생한 간접 탄소배출량(스코프2)을 공시해야 한다. 소비자와 협력사 등 기업의 가치사슬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배출량인 스코프3 공시 의무도 제한적으로 부과했다.

국제회계기준(IFRS)재단의 지속가능성 공시 초안도 스코프3를 공시하도록 돼 있다.

코스피 상장사들도 ESG 공시 부담이 클 것으로 예측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사 820곳은 기후 관련 정보 공시에만 연 7380억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 2조원 이상인 코스피 상장사는 2025년부터 친환경(E)·사회적 책임활동(S)을 포함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공시해야 한다. 2030년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 적용된다.

탄소 감축 비용도 기업에 부담이다.

특히 탄소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는 기업은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국내 배출권 가격은 작년 6월 t당 1만6150원에서 올해 1월 3만5400원, 7월 2만800원으로 나타났다. 유럽 탄소배출권(EU-ETS) 가격은 작년 7월 t당 52.14유로에서 올해 7월 78.11유로로 49.8% 증가했다.

김준호 전경련 ESG팀장은 "성급한 탄소중립 정책과 의욕만 앞선 ESG 열풍은 기업의 생산비용을 높일 수 있다"며 "지속가능경영을 유지하려면 ESG경영을 기업 자율에 맡기고, 과도한 환경 규제나 공시 의무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SG경영에 따른 비용은 인플레이션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다는 사례가 있다. 스리랑카는 2021년 4월부터 ESG 가치 실현을 위해 화학비료 사용을 금지하고 친환경 비료 의무 사용을 법제화했다. 이는 농작물 수확량과 농부 수입 급감을 야기하고 식품 등 물가 급등에 영향을 미쳤다.

올해 6월 스리랑카의 물가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54.6%, 식품과 운송비는 각각 80.1%와 128% 급등했다.

[정승환 재계·ESG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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