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물가 급등에 실질임금 역대 최대폭 하락..식비 부족해 끼니 거르기도

노정연 기자 입력 2022. 8. 17. 17:08 수정 2022. 8. 1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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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의 한 슈퍼마켓에서 한 고객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EPA연합뉴스

영국에서 물가 급등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역대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으며 끼니를 거르거나 식료품비 지출을 줄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시간)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영국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 하락하며 2001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실질임금은 명목임금에서 물가 상승 효과를 제거해 산출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 기간 상여를 제외한 평균 임금이 4.7% 상승했지만 물가 상승률이 이보다 빠르게 증가하며 실질임금을 끌어내렸다. 영국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과 비교해 10.1% 상승했다. 1982년 2월 이후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며, 6월 상승률 9.4%보다 더 올라갔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와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영국 시민들은 최근 수십 년 내 최악의 생활고에 시달리는 형편이다. 시장조사업체 칸타르에 따르면 영국의 지난달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11.6%로 2008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이는 영국 평균 가구의 식료품 구매 비용이 연 533파운드(85만원) 늘어나는 셈이다.

늘어난 식비를 감당하기 위해 끼니를 거르거나 식료품비 지출을 줄이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온라인 여론조사업체 유고브와 타임스 온라인 공동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16%는 지난 6개월간 돈을 아끼려고 정기적으로 끼니를 건너뛰었다고 답했다. 지난 8∼9일 영국 성인 1717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50%는 외식을 줄였다고 답했고 39%는 슈퍼에서 평소에 사던 품목을 집었다가 가격이 부담돼서 도로 내려놨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 겨울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면 급등한 에너지 요금이 가계 살림에 가장 큰 타격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의 가구당 에너지 지출액은 지난 4월 전달에 비해 54% 급증한 데 이어 겨울이 시작되는 10월부터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텔레그래프는 내년 1월이 되면 전기·가스 평균 요금이 월급의 6분의 1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계청에 따르면 노동자들의 상여금을 제외한 월 평균 급여는 2272파운드인데 에너지 요금 상한은 내년 1월에 월 355.5파운드로 상승한다는 것이다.

컨설팅사 딜로이트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데보프라팀 데는 “저소득층 가구는 에너지 비용이 소득의 25%에 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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