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선봉 독일, 에너지난으로 원전 3기 수명 연장 가닥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축으로 에너지난을 겪고 있는 독일이 올 연말 가동 종료 예정이던 원전 3기의 수명 연장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년 동안 탈원전에 앞장서 온 독일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에너지 위기로 인해 탈원전 노선에서 후퇴할 상황에 몰린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독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독일이 올겨울 에너지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올해 연말까지 폐쇄할 예정이었던 원전 3기의 수명을 연장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원전 수명 연장은 아직 올라프 숄프 독일 내각에서 공식적으로 결정되지 않았으며 의회 표결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덧붙였다. 정부는 향후 몇 주 안에 마무리될 독일의 에너지 수요 평가 결과를 본 뒤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2000년대 초반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쇄하기로 한 독일은 2011년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직후 탈핵 정책에 속도를 내며 2022년 말까지 가동 중인 원전을 모두 닫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남부 바이에른주의 이자르 2호기를 비롯해 네카르베스트하임 2호기, 엠스란트 등 마지막 남은 원전 3기가 올해 12월 31일까지 가동중단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러시아는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자국을 제재한 유럽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독일 등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줄여왔다. 지난 6월 유럽으로 이어지는 천연가스 송유관인 노드스트림1 공급량을 절반 이상 줄인 데 이어, 지난달 전체 용량의 20% 수준까지 떨어뜨렸다. 전쟁 발발 직전까지 전체 천연가스 사용량의 55%를 러시아에 의존해 온 독일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원전 폐쇄 일정을 재고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에너지 수급 위기때문이다.
WSJ는 원전 수명 연장이 일시적이기는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독일에서 원전을 단계적으로 폐기하는 정책이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기존 기조에서 벗어나는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지난 3일 원전 수명 연장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원전은 전력 생산 중 작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럼에도 수명 연장은) 타당할 수 있다”고 답하며 수명 연장 가능성을 내비쳤다. 남은 3개의 원전은 독일 전력 생산의 6%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원전 수명연장에는 복잡한 기술적·법적 걸림돌이 있다. 원자로에 들어갈 연료봉을 다시 조달하기 위해 법 개정을 해야 한다. 또 복잡한 인증과 보험, 핵폐기물 처리를 위한 절차도 다시 마련해야 한다. 숄츠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이 오랜 시간 독일의 탈원전을 주도해온 만큼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사항이다. 탈원전은 반핵운동을 기반으로 탄생한 녹색당의 정체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가동을 연장한다고 하더라도 그 기간이 수개월에 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연립정부 파트너인 자유민주당 측에서는 2024년까지 가동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정부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진다.
독일 경제부 대변인은 아직 3개 원전의 수명 연장이 결정된 것은 아니라며 전력 필요량을 평가한 결과에 달려있다고 밝혔다. 일부 환경단체들은 원전 폐쇄를 연기하는 조치가 내려지면 법정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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