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스코 사내벤처 1호, 투자 유치 받았다

강우석 2022. 8. 1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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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켈 제련 시 나오는 슬래그 활용해
친환경 혼화재 개발·제조
삼송 MBN 사옥·울산 해상방파제 건설 등에 적용
포스리젠이 흙막이 벽체 공사를 진행한 고양 삼송 MBN 현장. [사진 제공 = 포스리젠]
포스코그룹의 1호 사내벤처 '포스리젠'이 투자 유치를 이끌어냈다. 설립 초기부터 매출을 거두고 있는 데다, 환경·책임·투명경영(ESG)에 부합하는 사업 모델을 갖춘 덕분이다. 포스리젠은 건설사들이 설립한 벤처캐피털의 러브콜을 꾸준히 받고 있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포스리젠은 최근 15억원 규모의 초기 투자 자금을 유치했다. 신용보증기금과 전남창조경제센터, 플랜에이치, 아이엑스브이(IXV) 등이 함께 참여했다. 플랜에이치벤처스와 IXV는 초기 기업 투자에 주력하는 벤처캐피털(액셀러레이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플랜에이치벤처스는 호반그룹 산하에 있는 액셀러레이터다.

포스리젠은 지난 2020년 포스코건설에서 근무 중이던 오범진 대표(공학박사)가 설립했다. 본사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인근에 위치해 있다. 오 대표는 페로니켈 슬래그를 활용해 콘크리트 혼화재를 만들어 지난 2019년 'IR52 장영실상'을 수상했다. 해당 기술을 활용해 포스코건설 사내벤처 1호 '포스리젠'을 창업한 것이다. 포스리젠은 이옴텍, 카본엔, 포스큐브 등과 함께 그룹 사내 벤처 '포벤처스'의 첫 번째 기수다. 같은 기수 중에서 가장 빨리 법인 등록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페로니켈은 철(80%)과 니켈(20%)이 함유된 합금철로서 스테인리스강의 주원료다. 포스코의 자회사 SNNC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 중인데, 페로니켈에선 연간 200만톤의 슬래그(Slag)가 발생한다. 슬래그란 철광석을 용광로에서 녹여 금속을 빼낸 후, 쇳물 위에 뜨는 찌꺼기를 말한다. 포스리젠의 기술이 나오기 전까지 페로니켈은 콘크리트용 골재로 일부 사용됐다. 하지만 시멘트 혼화재 분야에선 활용된 적이 없었다.

포스리젠은 가격과 내열성을 높인 페로니켈 슬래그 혼화재 개발에 성공했다. 일반 시멘트에 비해 가격은 40% 가까이 낮췄으며 내화성, 내열성, 내염해성 등은 30% 이상 강화시켰다. 콘크리트 성질 개량에 쓰이는 혼화재 뿐 아니라 공장에서 사전 제작하는 프리캐스트콘크리트(PC) 제품 재료, 연약 지반을 단다히 만드는 친환경 지반 고화재 등 사용처도 다양하다. 벤처캐피털 사이에서 포스리젠 기술의 확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포스리젠이 만든 혼화재는 스무 곳이 넘는 현장에 이미 적용된 바 있다. △광양제철소 환경설비 콘크리트 타설 공사, △고양 MBN 사옥 SCW 흙막이 벽체 공사 △울산신항 해상방파제 건설 △신평택발전소전력구공사 등에서 포스리젠의 혼화재가 쓰였다. 덕분에 설립 2년 차에 불과한 포스리젠의 금년도 온기 매출은 40억원 정도로 전망된다. 회사 측은 오는 2030년까지 2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설·건축업을 모태로 둔 벤처캐피털들은 포스리젠의 기술력에 일찌감치 주목하고 있다. 한 벤처캐피털 관계자는 "포스리젠은 페로니켈 슬래그를 친환경 시멘트 혼화재로 활용하는 독창적인 기술을 갖췄다"며 "이산화탄소(CO2) 발생 저감 및 고정화 등의 영역에선 ESG 콘셉트와 밀접해 기관들이 주목할만한 테마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범진 포스리젠 대표는 "당분간은 회사의 기술력을 적용하는 현장을 확대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라며 "투자 유치는 내년 상반기 이후에 검토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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