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범가족' 정우 "월드클래스 韓관객..'재밌는 고구마' 평 좋아"

박정선 기자 2022. 8. 1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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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 사진=넷플릭스
긍정적인 연습벌레.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모범가족'으로 돌아온 배우 정우는 이 두 단어로 설명할 수 있다.

최근 공개된 '모범가족'은 파산과 이혼 위기에 놓인 평범한 가장 동하가 우연히 죽은 자의 돈을 발견하고 범죄 조직과 처절하게 얽히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다. 정우는 주인공 동하를 연기했다. 유약하고 무능한데, 한순간의 선택으로 마약 범죄 조직과 얽히게 되는 인물이다.

허투루 연기한 장면이 없다. 초반 장면부터 얼굴 근육이 마구 떨리는데, 이번 작품에선 그야말로 살 떨리게 연기했다. 덕분에 리얼리티가 살고, 덕분에 시청자의 몰입도가 높아졌다. 10부작, 400여분의 러닝 타임 내내 등장하는데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는다.

열심히, 긍정적으로 연기한 보람이 있다. 정우는 첫 넷플릭스 작품인 '모범가족'으로 넷플릭스 코리아 톱10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동하가 되기 위해 육체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많은 고생을 해야 했던정우. 힘들지 않았냐는 말에 "좋아하는 일도 하면서 다이어트도 되니 좋다"며 웃어 보였다.
'모범가족'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코리아에서 1위를 했다.
"감사드린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작품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촬영하며 고생하고 마음 썼던 것들이 기억나기도 한다. 다른 배우들이 연기한 모습도 기억난다. K-드라마, 콘텐트가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시청자분들 수준이 월드 클래스다. 아주 섬세하고 디테일하다. 6위에서 시작해서 2위를 하고, 오늘 1위에 올랐다. 정말 감사드린다. 생각보다 빨리 긍정적 반응을 해주셨다. 좋다. 하하하."

-처음 대본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모범가족' 대본을 봤을 때, 탄탄하더라. 근데 소재나 줄거리가 어디선가 봤을 법한 익숙함이 있는데 그 뒤에 반전이 있으니 시청자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았다."

-위태로운 가장의 모습을 잘 표현했는데, 캐릭터를 어떻게 연구했나.
"전작이 '뜨거운 피' '이 구역의 미친 X'였다. 전작에선 욱해 보이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번엔 평범해 보이고 체구가 작아 보이고 유약해 보였으면 했다. 그래서 체중 감량을 했다. 교수이니 안경을 활용했고, 유머가 있거나 쾌활한 캐릭터가 아니라서 스타일 자체를 톤 다운시켰다. 어두운 계통의 옷을 준비했다. 제작진을 통해 음악이라든지 도움이 될 법한 영상들을 받아 참고했다. 장면마다 오마쥬가 될 수 있는 작품들이 있어서, 참고하며 촬영했다."

-어떤 작품을 오마주한 건가.
"마지막에 가족들의 모습이 담긴 비디오 테이프를 보면서 오열하는 신이 있다. '나의 아저씨'나 '우아한 세계' 송강호 선배의 비슷한 장면이 있다. 당시 촬영 현장을 갔더니, 마치 운동 선수가 링 위에 올라가는 그런 기분이 들더라. 앞에 커다란 카메라가 4대 정도 있는데, 거기서 감정을 드러내며 오열해야 했다. 감정 연기를 한다고 해서 매번 긴장이 되는 게 아니다. 근데 이번에는 압박감을 가지고 연기해야 했다. 유난히 그 장면에서 압박감이 있었다. 내 감정이 어떤 식으로 폭발할지 나도 궁금했다. 사실 5분간 오열했다. 배우의 욕심은 5분간 다 보여드리고 싶은데, 전체적인 드라마 흐름상 압축해서 보여드려야 했다. 감정 표현이 잘 된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김진우 감독이 영화 '파고'의 분위기를 가져가고 싶다고 했는데.
"'파고'도 그렇고, 명작을 많이 봤다. 근데 그걸 보고 따라서 하진 않는다. 비슷한 뉘앙스로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작품마다 레퍼런스가 되는 장면을 보며 깊이 연구하는 편은 아니다. 나름대로 재해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우 사진=넷플릭스

- 초반의 살 떨리는 연기가 정말 압권이다.
"극한의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신이 많았다. 이 작품할 때만 그런 게 아니라, 매번 그랬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촬영감독님이 그런 걸 느껴지게 잘 잡아줬다. 감사했다. 더 사실적이고 날 것 같은 모습이 담겨있는 것 같아 다행이다. 뿌듯하기도 하다. 준비랄 것까진 없지만, 굉장히 절실한 상황이니 조금 더 극적으로 표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과도 '날 것 같은 느낌을 표현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연기를 하면서는 점점 고조되는 느낌보다는, 중간 단계 없이 바로 최고조로 가버리게 했다. 그러면 이 감정이 더 훅 다가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압박감을 느끼는 캐릭터를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긴장감을 보여줘야 하는 신에서는 실제로 긴장을 많이 했다. 50% 이상의 촬영을 거창에서 했다. 돈 가방을 차고에 숨기며 덜덜 떨며 우는 장면이 있었다. 촬영 당시가 기억난다. 동네 주민분들이 몇 분이 모였는데, 마치 연극을 하는 기분이었다. 카메라 밖에서 감정을 끌어올려야 하는상황이다 보니, 그런 장면을 소화해야 할 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주민분들에게눈인사를 못해서 마음이 쓰인다. 인터뷰 자리를 빌려서 잘 협조해줘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그러면서 팬분들이 많이 생겼다. 그분들에게 '거창 소녀들'이란 이름을 지었다.(웃음) 주민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박희순이 '정우는 연습벌레다'라고 하더라.
"연습벌레는…. (웃음) 목표가 바뀌었다. '뭐든 과하지 않게 적당히 하자'다. 그런 마음으로 연습했는데, 그것조차 연습벌레가 돼 버렸다."

-박희순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정말 '따봉'이었다. 하하하. 좋았다. 현장에서 리드를 잘 해줬다. 굉장히 유머러스하다. 작품으로는 처음 만났는데, 사실 처음엔 너무 어려웠다. '가족'이란 영화를 보고 선배의 팬이 됐었다.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고 설렜다. 멋지고 카리스마 있는 역할을 많이 했다 보니, 대하기 어려웠다. 항상 '선배님'이라고 불렀는데, 촬영 중간에 '그냥 형이라고 불러. 무슨 선배야'라고 하더라. 끝날 때쯤엔 '순이 형'이 돼 버렸다.(웃음) 그만큼 존경심에서는 선배님이 맞을 것이고, 따뜻함이나 인간적인 면모로는 '순이 형'이다. 정말 '따봉'이다."

- 함께 호흡 맞춘 다른 배우들의 연기는 어떻게 봤나.
"다른 배우들 연기가 끝내줬다. 마지막 회에서 박희순 선배 전화기가 울릴 때씩 웃는 장면이 있는데, 남자인 내가 봐도 반할 만하다. 반했다. 전화기를 보며 피식 웃고 멋진 눈빛을 쏜다. 너무 멋져서 놀랐다. 아내 역할로 나온 윤진서 씨는 사람 자체가 담백하다. 앞으로 더 보여줄 매력이 다분한 배우다. 재미있게 호흡 맞추며 연기했다."
정우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작품 첫 출연인데.
"넷플릭스 채널에 관한 기대와 호기심이 있었다. 여기서 나온 작품이 탄탄하고 완성도가 있으니, 넷플릭스의 팬이었다. 근데, 기대 이상의 준비를 해주더라. 패밀리십도 있었다."

-분량이 워낙 압도적이고, 서사를 이끌어 가는 역할인데 부담이 많진 않았나.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대사가 많지 않아서 분량이 많다고 생각하지 못했다.(웃음) '이 구역의 미친 X' 촬영 중이었는데, 그땐 캐릭터가 극을 이끌어가다 보니 대사량이 엄청났다. 대조적으로 이 작품에선 동하의 대사가 많지 않다. 이렇게 많은 분량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는데, 촬영하다 보니 리액션을 많이 해야 해서 집중력이 필요했다. 부담되진 않았고 재미있었다."

-땅을 파고 또 파묻히고 도망치기도 하는 등 체력적으로도 굉장히 힘들었을 터다.
"어쩔 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내 꿈도 펼치고 다이어트도 한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뛰면 체중 유지도 할 수 있고. 근데 너무 감량했다. 체중 감량하는 기간에는 체력적으로 많이 떨어진다. 육체적으론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론 해소되는 느낌을 받았다."

-체중을 어떻게 감량했나.
"몸에 체지방이 있는 편이 아니다. 기준치가 되는 체중이었는데, 그 이하로 살을 빼는 게 쉽지 않았다. 어릴 때야 식단 조절을 하며 감량을 했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고 있진 않다.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고 소식하면서 체중 감량했다. 육체적으로 힘든 장면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살이 빠지기도 했다."

-'모범가족'을 통해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동하는 유약한 캐릭터다. 이 역할을 통해 다양한 정우를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 드라마의 멋짐은 박희순 선배가 담당하고 있다. 그것에 상반되는 유약하고 평이해 보일 수 있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계기가 될 거라 생각했다. 좋다. 이번 작품에선 이런 모습을 보여드렸으니, 다음 작품에선 또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모범가족' 스틸. 사진=넷플릭스
'모범가족' 스틸. 사진=넷플릭스

-관객 반응을 찾아봤나.
"예고편 영상 밑에 '재미있는 고구마'란 댓글을 봤다.(웃음) '호박 고구마로 잘 표현해줬다'고 말씀해 주시더라. 박희순 선배 멋지다는 댓글도 봤다. 워낙 쟁쟁한 배우분들이 나와서, 연기에 대한 호평을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 반응을 보면 힘이 된다. 감사드린다. 드라마의 완성도에 관해 긍정적 이야기를 해주셔서 좋다."

-동하는 유약하고 무능력한 가장으로 그려지는데 실제 정우는 어떤 가장인가.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게 목표다. 가족을 위해서라면 모든 걸 다 바칠 수 있다. 우리나라 모든 가장이 대다수 그러시지 않을까. 동하도 같은 마음이었을 거다. 근데 멋스럽지 않고, 다른 포커스에 맞춰서 동하를그리다 보니 무능하게 그려진 거다. 그 모습이 현실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동하 나름대로는 최선의 발버둥을 친 거니까."

-시즌2를 기대하는 시청자들도 많은데, 시즌 2의 동하는 어떤 모습일까.
"시청자분들께서 바라는 방향으로 가도 되지 않을까. 거기에 반전 아닌 반전이 있을 것이고. 너무 허무맹랑하면 안 되니까. '모범가족'은 어디선가 본듯한 그림에 새로움이 추가된 것 같아서 좋았다. 어렵지 않으면서 긴장감이 있어서 좋다."
정우 사진=넷플릭스

박정선 엔터뉴스팀 기자 park.jungsun@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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