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용문(龍門)을 통과하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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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황하 중류에 용문(龍門)이란 대협곡이 있다.
조금만 더 땀을 흘리면 용문의 급류를 통과할 수 있다는 희망에 비 오듯 떨어지는 땀방울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마치 모천(母川)의 상류를 찾아 회귀하는 연어 혹은 용문의 급류를 오르는 잉어가 된 느낌이었다.
용문을 오르다 다시 급류에 휘말려 떠내려가더라도 공을 강하게 때려내려는 욕심이 만들어내는 끈끈한 거미줄을 자를 수 있는 가위만 있으면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희망에 골프채를 놓는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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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중국 황하 중류에 용문(龍門)이란 대협곡이 있다. 강 양쪽은 깎아지른 듯한 산이 높이 치솟아 강폭이 좁아지고 유유히 흐르던 강물도 이 여울목에서 세찬 급류로 변한다. 이 급류를 지나는 물은 매우 차다고 한다. 잉어가 이 급류를 타고 상류로 올라가면 용이 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복중에 연습장에서 땀을 쏟으며 용문의 급류를 오르는 느낌을 체험하고 있다. 30도를 웃도는 더위 속에 2시간 동안 4~6박스를 치면 옷은 물론 매트도 땀으로 젖는다. 연신 물을 마시지만 갈증은 풀리지 않는다. 조금만 더 땀을 흘리면 용문의 급류를 통과할 수 있다는 희망에 비 오듯 떨어지는 땀방울이 더욱 값지게 느껴진다.
무더위 속의 연습이 오히려 상쾌한 것은 얼마 전 체험한 공에 대한 집착을 과감히 끊어버리는 이미지가 여전히 살아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달포 전 폭우 퍼붓던 날 빗줄기 자욱한 숲을 향해 공을 날려 보내면서 공에 대한 강한 집착이 공과 클럽헤드를 무언가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문득 떠올랐었다. 공을 강하게 때려내겠다는 생각, 그것도 멀리 정확하게 때려내겠다는 욕심, 동반자보다 나은 샷을 날리겠다는 마음이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끈. 이 심리적 끈 때문에 백스윙은 올라가다 말고 팔로우 스윙도 가다 마는 것이라는 깨달음이었다. 팔다리 등의 근육이 경직되어 헤드 스피드를 높이는 것을 방해하는 것 역시 보이지 않는 끈 때문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끈을 잘라버리면 되지 않는가!'
무릎을 치며 즉시 가위로 클럽 헤드와 공에 연결된 끈을 싹둑 잘라버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제 쌍둥이표 가위로 보이지 않는 끈을 싹둑싹둑 잘랐다. 물론 마음속 이미지로. 끊어진 끈이 맥없이 늘어진 이미지도 그렸다.
그러고 난 뒤 스윙이 확실히 달라졌다. 걸리는 게 없어졌다. 관절도 윤활유를 뿌린 듯 부드러워졌다. 그동안 공을 멀리 때려내겠다는 과도한 욕심과 집착이 내 스윙에 거미줄을 치고 그물을 뒤집어씌웠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 같은 스윙이 이런 것이란 느낌에 저절로 미소가 배어 나왔다.
이후 연습 때마다 이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렸다. 확실히 스윙이 달라지고 구질이 변한 것을 실감하고 있다.
마치 모천(母川)의 상류를 찾아 회귀하는 연어 혹은 용문의 급류를 오르는 잉어가 된 느낌이었다. 숨 막히는 더위도 줄줄 흐르는 땀의 느낌도 예전 같지 않았다.
임계점(臨界點, critical point)이란 개념이 떠올랐다. 용문을 통과하는 일은 바로 물이 끓기 시작하는 임계점을 지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시 한번 자신의 스윙을 옭아매는 거미줄과 그물을 싹둑 잘라내는 이미지를 갖고 스윙해볼 것을 강력 추천한다. 용문을 오르다 다시 급류에 휘말려 떠내려가더라도 공을 강하게 때려내려는 욕심이 만들어내는 끈끈한 거미줄을 자를 수 있는 가위만 있으면 다시 시도할 수 있다는 희망에 골프채를 놓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적어도 용문 아래 여울목에서 노니는 행복은 잃지 않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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