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셈" 그건 어느 나라 얘기죠?

신다은 2022. 8. 17. 16:1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7일 오전 7시3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6층 '벨뷰스위트' 룸 안.

일렬로 앉아있던 에스케이(SK)·삼성 등 30대 대기업 관계자들이 카메라 셔터 터지는 소리에 일제히 출입구를 향해 일어났다.

민주노총 소속 제빵기사 탄압 논란이 있었던 에스피씨(SPC)의 인사책임자에겐 "(노사 갈등이) 마무리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근무시간 단축 말아달라" 노동부 장관에 '민원' 쏟아낸 경총
파견 제한 풀고 대체근로 허용·고소득자 연장수당 면제 등 요구
이정식 장관 "근로시간·임금체계 먼저 시행"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왼쪽)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 마련된 간담회 장소로 들어서고 있다. 경총 제공

17일 오전 7시30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6층 ‘벨뷰스위트’ 룸 안. 일렬로 앉아있던 에스케이(SK)·삼성 등 30대 대기업 관계자들이 카메라 셔터 터지는 소리에 일제히 출입구를 향해 일어났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윤석열 정부 출범 100일째인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초청으로 30대 기업 인사최고책임자(CHO)를 만나 현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을 설명하고 기업 의견을 들으러 왔다.

이 장관은 회담장 안으로 들어와 인사책임자 한 명 한 명의 명함을 건네받고 덕담을 건넸다. 민주노총 소속 제빵기사 탄압 논란이 있었던 에스피씨(SPC)의 인사책임자에겐 “(노사 갈등이) 마무리되고 있느냐”고 물었다. 지난달 임금단체협상을 마친 현대차 인사책임자에겐 “올해 잘 마무리돼서 (다행)”라며 격려의 말을 건넸다. 이에 기업 인사책임자들도 화답하듯 이 장관과 악수했다.

역대 노동부 장관과 30대 기업 인사최고책임자의 만남은 주로 기업의 ‘애로사항’을 전달하는 자리였다. 이날 이 장관이 참석한 간담회도 예외가 아니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모두발언에서 “현재 32개 업종으로 제한된 파견근로 허용 제한을 풀고 노조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 허용과 사업장 점거 금지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며 “오늘 간담회가 기업 고충을 이해하고 노동시장 개혁 방향에 반영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은 사업장 점거농성 등 위법한 쟁의행위에 대해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기업의 ‘민원 전달’은 비공개 간담회에서도 이어졌다. 자리에 참석한 기업 인사책임자는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1927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82시간)보다 많다고 노동부가 말하는데 이를 8시간 근무일로 환산하면 365일 중 241일에 그친다”며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주말을 제외한 기업의 연간 영업일 260일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241일은 전체 영업일의 92%에 달한다. 주말 외에는 거의 쉬는 날이 없는 셈인데도 인사책임자는 ‘실노동시간을 단축할 필요성이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다. 인사책임자들은 고소득 사무직 근로자의 연장근무수당 지급 면제(화이트칼라 이그젬션)도 요구했다.

이 장관은 “국민 대다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편에 우선적으로 힘을 쏟고자 한다”며 “다른 선진국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인 실근로시간을 줄이는 노력은 계속하되 근로시간 운용에 있어 노사의 자율적인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노동개혁 정책 방향’을 발표할 때 두 가지를 우선과제로 꼽았는데 이를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인사책임자들은 “노동부 작업중지로 영업손실이 크다”며 작업중지 사유를 현행보다 좁혀달라고도 요구했다. 산업재해 발생 기업에 대해 노동부가 재발방지책이 마련될 때까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도록 하는 ‘작업중지’는 현재도 기업 반발로 전체 공정이 아닌 사고 발생 공정만 멈추는 실정이다. 인사책임자들은 이밖에 파견·기간제 규제 완화 등도 요구했다. 이 장관은 노동자 생명 안전과 고용서비스 확대도 언급했으나, 경총이 요구한 파견법 완화나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에 대해선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