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감독판 공개, 그 혼란의 의미[스경연예연구소]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가 지난 12일 이주영 감독이 연출한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의 감독판을 공개했다. 보통의 경우 감독판의 공개는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진다. 하나의 작품이 공개된 이후 호평이 따르고 흥행에도 성공한 경우, 제작사는 연출자와의 협의를 통해 조금 더 감독의 연출방향이 잘 드러나는 감독판 공개를 결정하곤 한다. 먼저 대중의 반응을 고려해 편집판을 내고 후에 더욱 작품이 궁금한 사람을 위해 감독판을 낸다.
하지만 ‘안나’는 달랐다. 지난 6월 처음 공개된 ‘안나’는 6부작이었다. ‘안나’를 연출한 이주영 감독은 지난 2일 쿠팡플레이 측의 ‘일방적인 편집횡포’를 주장하는 입장문을 냈다. 이감독은 플랫폼이 감독이나 스태프들의 의도와 무관하게 8부작으로 편집한 작품을 일방적으로 6부작으로 편집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에 쿠팡플레이는 다음날 “제작사의 동의 아래 계약에 명시된 우리의 권리에 의거 원래의 제작의도와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12일 갑작스럽게 감독판 공개가 결정된 것이다. 작품에 대한 호평이나 흥행은 있었을지 모르나, 정작 중요한 연출자의 동의가 없었고 거꾸로 연출자와 플랫폼이 반목하는 갈등상황에서 감독판 공개가 강행된 상황이다. 쿠팡플레이는 이를 처음에는 ‘확장판’이라 불렀다가 ‘감독판’으로 고쳐 부르면서 “6부작 분량 공개 당시 감독판 8부작 공개도 약속했다”며 “감독의 편집 방향성을 존중해 시청자들에게 이미 약속한 감독판을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공개된 ‘안나’ 감독판은 인물들의 서사가 조금 더 자세히 담겨있다. 특히 1, 2부 유미(수지)가 거짓말을 하기까지의 당위성을 부여하고, 나머지 인물의 서사를 세심하게 담았다. 8부작에서 1~3부까지의 분량이 6부작에서는 1~2부에 압축된 셈이었다. 유미의 편의점 아르바이트 장면 등 원래 작품에서는 아예 보이지 않던 씬들도 대거 살아났다.
결국 6부작 ‘안나’와 8부작 ‘안나’가 나오자 이 두 버전에 대한 호불호가 온라인의 쟁점이 되기도 했다. 6부작은 서사는 담기지 않았지만, 속도감은 있었고, 8부작은 다소 길다는 느낌은 들지만, 인물들의 서사는 납득할 정도의 분량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이는 쿠팡플레이의 의도를 생각해봐야 하는 지점에서는 이런 문제는 지엽적인 쟁점에 불과하다.
문제의 핵심은 왜 쿠팡플레이가 6부작 편집을 연출자와 상의없이 행해놓고, 8부작 공개를 시청자와의 약속이라며 진행했는지 따져보는 데 있다. ‘안나’의 8부작 공개가 결정되면서 이를 보기 위해 유료 서비스인 쿠팡플레이에 재가입을 하거나, 가입해놓고 다시 접근하는 사용자가 늘었다는 통계는 의미심장하다.
쿠팡플레이는 웨이브나 티빙 등 다른 국산 OTT에 비해 신작의 수가 적은 편이다. OTT는 플랫폼의 특성상 끊임없는 신작이 사용자 유입을 유도해야 수익을 낼 수 있다. 쿠팡플레이가 감독판을 공개해 연출자의 의도를 보이기보다는 다시 모객을 하려는 의도를 가지진 않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처음부터 8부작 공개였다면 없었어도 되는 논란은 쿠팡플레이의 6부작 편집을 통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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