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소나무 재선충 잡으려다 꿀벌 잡을라..산림청, 5년간 농약 대량 살포
꿀벌 유충·번데기 생존율 낮추고 발달 지연 확인
산림청이 소나무 재선충 방제를 위해 살포해 온 살충제가 꿀벌 애벌레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학계에 보고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 겨울 꿀벌 실종 사태에 산림청의 농약 살포가 영향을 미쳤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17일 중국 농업과학원 연구진이 지난 4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즈 인 인섹트 사이언스’에 게재한 논문 ‘치사량에 가까운 티아클로프리드에 유충이 노출되는 것은 꿀벌의 발달을 지연시키며 새롭게 출현한 꿀벌의 전사반응에 영향을 미친다(Exposure of Larvae to Sublethal Thiacloprid Delays Bee Development and Affects Transcriptional Responses of Newly Emerged Honey Bees)’ 를 보면 소나무 재선충 구제에 사용되는 살충제 ‘티아클로프리드’는 꿀벌 유충과 번데기의 생존율을 떨어뜨리고, 꿀벌의 발달을 지연시킨다. 연구진은 이 농약에 노출된 꿀벌의 생존율이 떨어지고, 발달이 지연됨에 따라 꿀벌 군락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티아클로프리드는 소나무 재선충병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를 퇴치하기 위해 사용하는 살충제다.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들은 이 살충제를 물에 희석해 산림에 살포하고 있다.
윤미향 무소속 국회의원(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티아클로프리드 살포 면적과 사용량’ 자료에 따르면 산림청은 최근 5년 사이 이 살충제를 약 8만9261t가량 살포했다. 연간 사용량은 2017년 3만355t에서 2021년 7026t으로 점차 줄었다.
지상과 공중에서 이 살충제를 살포한 면적은 2017년 1만2769㏊(헥타아르), 2018년 8308㏊, 2019년 8072㏊, 2020년 6490㏊, 2021년 2059㏊ 등이다. 5년간 살포한 면적(376.98㎢ )은 서울시 면적(605㎢)의 3분의 2가량에 해당한다. 축구장의 5만1820배, 여의도의 130배에 달한다.
지난 겨울에서 봄 사이 전국에서는 꿀벌 약 60억~78억마리가 실종됐다. 티아클로프리드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지만 산림청은 아직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티아클로프리드는 인체에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살충제이기도 하다. 미국 일부 주와 유럽 국가들은 티아클로프리드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산림청은 “티아클로프리드의 독성이 사람에 대해서는 증거가 부족하고 농촌진흥청 등록기준을 충족한 농약”이라고 설명한다. 윤 의원의 티아클로프리드의 인체 및 생태계 위해성 관련 질문에는 “주택지·상수원보호구역 등을 살포 대상지에서 제외하는 등 주민과 생태계 피해 우려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진우 서울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은 “산림청은 홈페이지에 티아클로프리드가 꿀벌에 유해하지 않은 살충제라고 적어놓았지만 새로운 연구결과를 통해 그렇지 않다는 점이 밝혀졌다”며 “이는 과거에는 유해성이 규명되지 않았던 살충제의 악영향이 모니터링과 연구를 통해 밝혀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과거의 정보만 가지고 해당 살충제가 무해하다고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살충제의 생태계 유해성 여부에서는 사용량과 반복 횟수가 중요한데 산림청은 너무 많은 양을 반복해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며 “즉시 이 살충제의 사용을 중단하고, 생태계 영향에 대한 정밀 연구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소나무 재선충 방제 목적으로 꿀벌 개체 수를 감소시켜 양봉산업과 생태계에 피해를 끼쳐서는 안된다”며 “오랜 시간 광범위하게 사용되온 티아클로프로이드 성분이 산림 생태계에 남아 꿀벌과 사람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안전성 규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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