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부터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최소 면적 6㎡ 이상

박태우 2022. 8. 1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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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인 이상 사업장 미설치시 최대 1500만원
설치기준 미준수시에는 1000만원 과태료 부과
화장실 안에 있는 한 대학 청소노동자 휴게실. <한겨레> 자료사진

청소·경비노동자들이 환기도 되지 않고 후텁지근한 창고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백화점·마트 노동자들이 계단이나 복도에 종이 상자를 깔고 앉아 쉬는 일은 더는 없어야 한다. 18일부터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시행되면서, 사업주는 노동자가 적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정부가 정하는 기준을 준수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어긴 일정 규모·직종의 사업주는 과태료를 물게 된다. 개정법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휴게시설 설치 의무화 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 기준에 관한 규칙’(안전보건규칙)에도 “노동자들이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갖추어야 한다”는 규정은 있었다. 그러나 사업주가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제재할 수 있는 마땅한 기준이 없었고, 휴게시설의 설치·관리에 관한 구체적 기준 없이 ‘가이드라인’ 수준으로 운영돼 있어 문제가 많았다. 국회에서 휴게시설 설치에 관한 내용을 시행규칙이 아니라 법률에 규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고, 지난해 개정된 산안법에 휴게시설 설치 의무와 처벌규정이 명문화되고,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구체적인 휴게시설 기준이 마련됐다.

최소 면적 6㎡, 천장높이는 2.1m 이상

산안법 시행규칙에 명시된 ‘휴게시설 설치·관리기준(제194조의2)’을 보면, 휴게시설의 최소 바닥면적은 6㎡로 2평에 조금 못 미친다. 천장높이도 최소 2.1m를 넘겨야 한다. 따라서 계단 아래 층고가 낮은 창고 같은 곳을 휴게시설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둘 이상의 사업주가 하나의 휴게시설을 사용하는 것(공동휴게시설)도 가능한데, 최소 바닥면적은 사업장 숫자에 6㎡를 곱한 면적이어야 한다. 다만, 사업장의 전용면적이 300㎡ 미만인 경우 최소면적 기준이 적용되지 않고, 노사 협의를 통해 6㎡를 초과한 최소면적을 정했다면 그 면적을 최소면적으로 본다.

지난달 촬영한 서울 안암로 고려대의 한 건물 지하 2층에 있는 청소노동자 휴게실. 며칠 전 내린 비로 배수관에서 물이 새 장판 밑으로 들어가 보일러를 돌려 말리고 있었다. 서혜미 기자

온도 18~28℃·습도 50~55%에 환기는 필수

폭염이 닥치는 여름철 휴게시설은 시원해야 하고, 겨울엔 춥지 않아야 한다. 휴게시설 온도는 18~28℃를 유지해야 하며, 체감온도와 불쾌지수에 영향을 미치는 습도는 50~55%(공기덩이에 포함된 수증기 비율)를 유지해야 한다. 어두침침한 환경을 막기 위해 조도는 100~200㏓를 유지하고 창문 등을 통해 환기가 가능해야 한다. 의자와 마실 수 있는 식수 설비도 필수다. 휴게시설은 사업주 책임 아래 관리돼야 한다. 휴게시설 관리를 노동자들에게 맡겨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이용하기 편리하고 가까운 위치에

휴게시설이 아무리 잘 갖춰졌다고 해도 노동자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곳에 있다면 있으나 마나다. ‘휴게시설 설치·관리기준’을 보면 “노동자가 이용하기 편리하고 가까운 위치에” 설치하라고 규정돼있다. 다만 ‘공동휴게시설’의 경우 “왕복 이동에 걸리는 시간이 휴식시간의 20%를 넘지 않는 곳”으로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은 4시간 일한 뒤 30분 이상의 휴게시간을 부여하는데, 30분을 쉰다면 왕복 이동시간이 6분을 넘지 않는 곳으로 정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2018년 7월 노동부가 발표한 ‘사업장 휴게시설 설치·운영 가이드’에는 “작업공간에서 100m 이내, 걸어서 3~5분 이내에 이동할 수 있는 위치”로 적혀있는데 이번 개정 시행규칙에선 이러한 기준이 빠졌다. 당연하게도, 화재·폭발, 분진, 소음, 유해물질 취급장소와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

원청사업장에 하청노동자가 일하는 경우엔

대학 청소노동자와 같이 하청업체 소속으로 원청사업장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들의 휴게시설 설치 의무는 하청사업주는 물론 원청사업주까지 모두 있다. 하청업체가 하청노동자들을 위한 휴게시설을 설치하려고 하는 경우엔 원청사업주에게 협조 의무가 있다. 산안법은 원청사업주에게 산업재해 예방의무를 규정하고 있으므로, 하청노동자가 원청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경우엔 원청사업주에게 휴게시설 설치 의무가 적용된다.

우리 회사 휴게시설이 기준에 맞지 않는다면

휴게시설 설치와 운영은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하고 증진하기 위한 중요한 사항이므로 노동자·사용자 대표하는 동수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와 노사협의회 심의·의결 또는 협의 사항이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산안법에 따라 100인 이상(유해·위험 사업장은 50인 이상) 사업장에 설치돼야 한다. 노사협의회는 근로자 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근참법)에 따라 30인 이상 사업장에서 의무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노동자들은 이러한 기구를 통해 사업주에 휴게시설 설치·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 노동부 역시 “구체적인 사업장별 설치방안은 노사협의체를 통해 마련하고, 이를 적용하도록 휴게시설 가이드를 통해 지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2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전국 산업단지 노동자 휴게권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이 열려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법 위반시 제재는?

휴게시설 설치·관리기준은 모든 사업주가 준수해야 한다. 다만 이를 위반할 때 제재를 받는 대상은 한정돼 있다.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으면 1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고용노동부 장관이 정한 설치 및 관리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경우에도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청노동자를 포함해 상시노동자 20명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20억원 이상) 사업장 △상시노동자 숫자가 10명 이상이면서 전화상담원, 돌봄서비스 종사원, 텔레마케터, 배달원,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 아파트 경비원, 건물 경비원 등 7개 직종을 2명 이상 고용한 사업장이 그 대상이다. 준비 기간을 고려해 상시노동자 50명 이상(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은 오는 18일부터, 50명 미만 사업장은 내년 8월 18일부터 법 적용 대상이 된다.

과태료 부과 대상을 20인 이상 사업장 등으로 한정하면서 ‘작은 사업장 노동자 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민주노총은 논평을 통해 “작은 사업장이 몰려있는 산업단지 노동자들은 공동휴게시설을 요구했지만, 다른 사업주들이 공동으로 설치하는 내용이 시행규칙에서 모호하게 제시돼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휴식권은 전체 노동자의 권리이고 확대되어야 함에도 오히려 사업주 의무를 축소하고,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부는 18일부터 10월 31일까지 특별지도 기간을 운영해 휴게시설 설치 준비·이행사항을 집중 점검하고, 제대로 안 돼 있을 경우 개선계획서를 받아 시정 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경영 여건이 열악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휴게시설 설치·비품 구매비용도 지원할 방침이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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