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 집단폭행' 거세지는 비판.."권승·승가의 탐욕이 원인"

양정우 2022. 8. 1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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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불교연합·동국대 동문단체 성명..조계종 종무원 실명 비판
가해 승려 소속 봉은사 회주 자승스님 퇴진 요구도
조계종 노조원 폭행하는 스님 (서울=연합뉴스) 14일 서울 서초구 봉은사 앞에서 자승 전 총무원장 측의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 개입 등을 비판하는 1인 시위를 준비하던 조계종 노조원에게 한 승려(왼쪽 두번째)가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2022.8.14 [조계종 노조 제공 영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최근 강남 한복판에서 벌어진 조계종 승려들의 노조원 집단폭행 사건을 놓고 불교계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수년 사이 승려들의 도박과 문화재 방화 훼손 등 불교계 위상을 추락시키는 일이 벌어진 데 이어 집단폭행 사태가 또다시 발생하자 불교가 유례없는 위기를 맞았다는 탄식마저 나온다.

집단폭력을 행사한 주체를 '반불교 세력'으로 규정하고 축출하라는 요구도 쏟아졌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대불련) 동문행동은 17일 입장문을 내 "폭력사태가 삭발염의와 용맹정진의 수행을 통해 중생구제를 해야 할 승려들에 의해 자행되었다는 사실에 불자들은 창피하고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가 없다"고 개탄했다.

이어 "(피해자인) 박정규 불자에게 야만적인 폭력을 자행한 것은 자승 전 총무원장이 9월 1일 치러지는 총무원장 선거에 개입한 것을 비판했다는 이유"라며 "박정규 불자가 이런 현실을 비판하며 자승 전 원장이 봉은사 회주 등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하자 폭력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비불교적이고 비인간적이며 야만적인 폭력을 자행한 반불교 세력을 축출해야 한다"며 "스스로 참회와 퇴진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 불자들은 부처님 가르침대로 망상의 근원을 알게 하는 경책에 나설 것을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승 전 원장의 봉은사 회주직 사퇴, 폭력사태 현장에 자승 전 원장의 상좌(제자)들이 왜 있었는지에 대한 해명도 요구했다.

많은 승려와 재가불자들의 모교인 동국대 민주동문회도 성명을 내 "자비와 포용이 모토가 돼야 할 사찰에서 일반인도 하기 어려운 쌍욕을 구사하며 해고노동자에게 마구 날뛰며 폭력을 행사한 자들이 조계종 소속인지 조직폭력배인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은 마스크를 쓰고 박정규 동문을 쫓아와 발로 걷어찬 이가 조계종 승려인지 밝히고 승적을 박탈하라. 오늘의 폭력을 직간접으로 배후 조종한 이를 밝혀 종단에서 퇴출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승려 집단폭행을 실명으로 비판하는 조계종 종무원의 글도 올라왔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양한웅 집행위원장은 전날 총무원 사내게시판인 지대방에 '부처님 너무 죄송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한국 불교는 부처님의 계율 수행이 무너져가도 막을 수 없는 지경인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호랑이 같은 사자후를 토하며 후학들을, 사부대중을 가르치고 경책하는 그런 큰어른을 기다리는 것이 꿈같은 과거의 추억이 돼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봉은사 사태는 한국불교의 위상을 심각하게 추락시키는 일"이라며 "이날 일어난 일들(집단폭행)에 이런저런 이유도 있겠지만 그런 이유는 계율 앞에 핑계가 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한국 불교의 미래'를 주제로 교계 단체들이 여는 토론회에서는 이번 폭력사태의 배경이 '구조화된 탐욕'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는 이날 저녁 서울 중구 우리함께빌딩에서 대불련 총동문회, 조계종 민주노조 등 8개 불교단체가 여는 '위기의 시대, 한국불교 미래설계를 위한 토론회'를 위해 준비한 토론문에서 "무지에 기반한 탐욕이 우리 사회 전반을 지배하는 문화로 정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 문화에 대한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받는 승가공동체가 그 문화에 포섭돼 노골적으로 탐욕을 드러내는 타락의 길로 접어든 것이 이번 폭력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꼽았다.

박 교수는 "탐욕의 불길에 사로잡혀 자신들의 이권을 조금이라도 건드린다고 느끼게 하는 대상이라면 재가와 출가,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폭행하는 사건이 지속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당연히 핵심 권승(權僧)들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구조적인 탐욕의 극복 방안으로 "타락한 승가가 온전히 몰락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최선의 방안인지 모르겠다"면서도 "재가자들이 정신적 지향을 공유하는 재가 결사를 통해 진정한 불교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이 남은 대안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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