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섭의 MLB와이드] 와일드카드 1, 2위보다 3위가 낫다?

한겨레 2022. 8. 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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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의 MLB 와이드]

시애틀 매리너스 훌리오 로드리게스가 17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의 에인절 스타디움 오브 애너하임에서 열린 2022 메이저리그 엘에이 에인절스와 방문 경기에서 투런 홈런을 친 뒤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시애틀의 8-2 승리. 현재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경쟁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시애틀은 21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고 있다. 애너하임/AFP 연합뉴스

메이저리그(MLB)가 어느덧 시즌 종반을 향해 가고 있다. 각 팀들이 전체 일정의 70% 이상을 소화했다. 출발점보다 도착점이 더 가까워졌다.

시즌에 접어들수록 가장 흥미로운 볼거리는 순위 싸움이다. 올해부터는 리그별로 와일드카드가 한 장씩 더 늘어나면서 포스트시즌에 올라갈 수 있는 팀이 12개 팀(기존 10개 팀)이 됐다. 물론, 진입로가 넓어졌다고 해서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한 자리를 따내기 위해 더 많은 팀들이 경쟁하고 있다. 그리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순위 싸움은 점입가경이 된다.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난 양대 리그 동부지구, 서부지구와 달리 중부지구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아메리칸리그는 클리블랜드 가디언즈와 미네소타 트윈스,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3파전이며, 내셔널리그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밀워키 브루어스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특히 지난 겨울에 이어 이번 트레이드 마감시한 때도 별다른 보강을 하지 않았던 클리블랜드의 약진이 돋보인다. 클리블랜드는 젊은 선수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리그 전체의 복병으로 거듭났다. 특히 ‘인디언스’를 버리고 ‘가디언즈’로 시작하는 첫 시즌이기 때문에 더 눈길을 끈다.

와일드카드 순위는 더 접전이다. 내셔널리그는 세 자리를 두고 네 팀이 다투고 있으며, 아메리칸리그는 무려 여섯 팀이 각기 다른 자리에서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심지어 와일드카드 7위 보스턴 레드삭스 역시 아직까지는 희망을 남겨두고 있다. 이들 중 21년 만에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시애틀 매리너스의 도전이 주목된다. 시애틀은 트레이드 마감 시한 최대어 투수 루이스 카스티요(29)를 데려오면서 올해는 다르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와일드카드가 3장이 되면서 와일드카드 시리즈가 신설됐다. 기존 단판 승부에서 3판 2선승제로 달라졌다. 와일드카드 1, 2위 팀들이 서로 맞붙는 동시에 와일드카드 3위는 각 지구 1위 팀 중 승률이 가장 낮은 팀과 대결한다. 흥미로운 건 와일드카드 1위 혹은 2위보다 와일드카드 3위가 더 유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양대 리그 중부지구가 나란히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와일드카드 3위로 올라가서 중부지구 1위를 만나는 게 승산이 있다는 관측이다. 이로 인해 시즌 막판에는 와일드카드 3위를 위한 눈치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다.

순위 싸움과 함께 놓치면 안 될 볼거리는 개인상 경쟁이다. 후반기가 되면서 서서히 후보군이 좁혀지는 가운데,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 부문이 최대 관심사다. ‘뉴욕의 상징’ 애런 저지(30)와 ‘리그의 아이콘’ 오타니 쇼헤이(28)가 격돌했기 때문이다.

올해도 투타 겸업을 해내고 있는 오타니는 또 한 번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처음으로 한 시즌 10승(26홈런)에 성공했다. 그러면서 1918년 베이브 루스(11홈런 13승) 이후 처음으로 한 시즌 두 자릿수 홈런과 다승을 모두 달성한 선수가 됐다.

메이저리그 역사를 바꾼 루스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만으로도 오타니는 엠브이피 2연패로서 손색이 없다. 다만, 올해는 저지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현재 46홈런으로, 60홈런이 가능한 페이스다. 60홈런은 메이저리그 역사상 단 5명만이 만들어냈는데, 1927년 루스(60홈런)와 1961년 로저 매리스(61홈런)를 제외한 세 명(마크 맥과이어, 새미 소사, 배리 본즈)은 금지약물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저지가 만약 60홈런을 넘어서면 금지약물로 얼룩졌던 메이저리그 홈런 역사를 바로 세우는 영웅으로 대우받을 것이다.

지난해 오타니는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23)에게 1위 표 한장도 빼앗기지 않았다. 그러나 게레로와 달리 저지는 미국인이며, 소속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앞장서서 이끌고 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양키스 선수로 뛰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 메이저리그는 직장폐쇄 때문에 우여곡절 끝에 열렸다. 하지만 기다린 만큼 그 갈증을 해소해주는 시즌이 되고 있다. 야구의 매력을 관통하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명언처럼 이번 시즌도 끝날 때까지 그 끝을 알 수 없다.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pbble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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