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는 사라졌지만 '안전한 임신중지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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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개월.
헌법재판소가 2019년 4월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하며 형법의 '낙태죄' 조항을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한 뒤 흐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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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지 비범죄화 19개월 흘렀지만
권리 보장 위한 보건의료 체계는 없어
"정부·국회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
40개월. 헌법재판소가 2019년 4월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하며 형법의 ‘낙태죄’ 조항을 헌법불합치라고 결정한 뒤 흐른 시간이다. 헌재가 관련 법 개정 전까지 한시적으로 인정한 법의 효력도 2020년 12월31일 사라져 한국 사회에서 임신중지는 비범죄화됐다. 그로부터 19개월이 흘렀는데도 국회와 정부가 임신중지권을 보장하기 위한 보건의료 체계를 마련하지 않자 시민단체들이 공동행동에 나섰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에 임신중지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령 체계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성평등 실현과 여성의 노동권·건강권 보장을 촉구하는 시민단체와 정당 등 20여곳이 모여 네트워크를 구성했다.
단체들은 ‘낙태죄’가 사라졌는데도 여성의 임신 유지·중단 권리를 보장하는 체계가 마련되지 않아 기본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체들은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낙태죄 조항이 효력을 잃은 지도 1년 7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어디에서도 안전한 임신중지에 관한 체계적인 공식 정보를 찾을 수 없고, 많은 병원이 정확한 상담과 책임 있는 진료를 회피하며, 임신중지가 필요한 이들은 임신중절약을 찾아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영 ‘성적 권리와 재생산 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대표는 “지금 한국에서 임신중지를 하는 이들이 경험하고 있는 모든 문제는 헌재의 결정으로 임신중지가 비범죄화되었는데도 정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 보건의료기관 등이 임신중지권 보장을 위한 공적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고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며 “더는 입법 공백 핑계를 대지 말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법과 정책, 제도 마련을 위한 실행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단체들은 임신중지 관련 의료행위에 건강보험 전면 적용, 임신중절약의 조속한 도입,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 체계 구축 및 종합정보 제공 시스템 마련 등 7가지 요구안을 발표했다.
이나연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활동가는 “한국에서 임신중지 의료행위 대부분은 비급여 항목으로 의료기관에서 부르는 게 값”이라며 “비싼 의료비 때문에 제때 안전한 임신중지를 못 하게 하고 의료비 지불 능력이 없는 사람을 더욱 취약한 상황으로 내모는 상황에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나연 활동가는 이어 “한국의 산부인과는 도시에 집중돼 있어 지역 간 격차가 큰 상황”이라며 “임신중지를 포함해 재생산 건강 전반을 보장하기 위한 의료기관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또 “지난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신중절약인 미프지미소(미프진)의 품목허가 신청이 접수된 이후 1년이 지났다. 그런데 아직도 심사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어 여전히 많은 사람이 온라인에서 비공식적으로 유통되는, 검증되지 않은 약을 구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세계보건기구는 임신중절약을 필수핵심의약품으로 분류하고 최대한 접근성을 높이도록 권고하고 있다. 식약처는 하루속히 임신중절약을 승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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