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감염병 대응 활동가가 된 이유

김향미 기자 2022. 8. 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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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 이사장이 17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 제공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이사장이 한국을 찾아 국제 공중보건을 위해 재단과 한국이 협력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6일 국회 연설과 윤석열 대통령 면담 등을 통해 내놓은 메시지는 한결 같이 감염병 대응이나 아동 사망률 감소를 위해 같이 애쓰자는 것이었다. 과학기술자이자 손꼽히는 부자 경영인으로 알려진 게이츠 이사장은 이번 방한에선 자선단체 활동가로서의 면모가 더 돋보였다.

게이츠 이사장은 17일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경향신문을 비롯한 국내 6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연 기자간담회에서 ‘국제 공중보건 문제에 관심을 두는 이유’에 관해 “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굉장히 많은 부를 축적했는데 어떻게 쓸 것인가’란 것이다. 나나 우리 가족이 소진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부이다. 그래서 아버지와 당시 아내였던 멀린다와 긍정적으로 쓸 방법을 고민했다. 세계 여러 이슈에 공부하다 보니 보건 분야에 집중하게 됐고 모든 생명이 평등하고 귀하다는 생각에 생명을 살리는 데 투자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선언된 2020년 3월 MS의 이사회를 떠나면서 “(앞으로) 국제보건과 개발, 교육, 기후변화 대응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코로나19 대유행 내내 게이츠 이사장은 ‘코로나19 음모론’의 주요 출연자였다. ‘빌 게이츠 세력이 인구통제를 위해 의도적으로 코로나19를 퍼뜨렸다’거나 ‘백신 속에 게이츠가 만든 마이크로칩이 들어있다’ 등이다. 이런 음모론이 퍼진 배경엔 ‘게이츠 이사장이 왜 공중보건 문제에 관심을 갖는가’란 질문이 있다.

신간 <빌 게이츠 넥스트 팬데믹을 대비하는 법>(2022)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공개한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빌 게이츠>(2019)를 보면 게이츠 이사장이 전염병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7년 1월 뉴욕타임스에 실린 니컬러스 크리스토프의 기사였다. 매년 310만명의 사람이 ‘설사’로 사망하고, 사망자 대부분 아동이라는 내용이었다. 게이츠 이사장과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 이사장은 ‘설사’와 같은 “그저 조금 불편한 것에 불과한 증상 때문에 그렇게 많은 아이가 죽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의아했고 곧 예방접종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2000년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세웠다. 게이츠 재단에 따르면 재단은 국제 공중보건(HIV, 결핵, 말라리아 퇴치와 중저소득 국가의 보건의료체계) 강화, 성평등, 교육 분야 등을 지원하고 있다. 재단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엔 감염병대비혁신연합(CEPI)를 통해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보급을 도왔다. 첫 국산 코로나19 백신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멀티주’ 개발에도 게이츠 재단과 CEPI가 340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게이츠 이사장과 게이츠 재단의 활동 반경이 넓어지면서 비판도 같이 커졌다. 게이츠 이사장은 신간에서 선출직 공무원도 아닌 억만장자인 자신이 보건과 같은 공적인 문제를 다루는 데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게이츠 재단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고 ‘민간 부문이 변화의 엔진이 될 수 있다는 게이츠의 신념이 도를 넘었’고 ‘게이츠는 새로운 발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술에 집착하는 사람’이라는 비판이 있다고 소개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부자들이 지나친 영향력을 가진다면 사회에 좋을 것이 없다는 점에 동의한다”면서도 “게이츠 재단은 자원이나 영향력을 은밀하게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나 수혜 기관에서 게이츠 재단의 눈치를 볼 수 있으나, 각국 정부로부터 충분한 재정 지원이 없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그는 같은 책에서 코로나19 대응에서 연구자들이나 민간 제약사들의 역할, 혁신성도 강조했다. 대신 백신 전달체계나 보건 격차 해소처럼 정부가 나서야 하는 영역이 있는 만큼 공중보건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게이츠 이사장이 2015년 테드 강연에서 팬데믹을 예측한 것도 ‘음모설’을 강화하는 데 일조했다. 게이츠 이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보건분야를 공부하고 과학자들을 만나면서 팬데믹이 일어날 수 있다는 예측을 하게 됐다. 공부한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다. 테드 강연에서 팬데믹을 예측한 건 미래 예측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런 위험이 있으니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채비를 하자는 것이었다”면서 “저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했음에도 실제 우리가 대비했던 것은 굉장히 미진했다”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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