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의 아침 훈련, 말을 많이 한 이유는?

이재범 2022. 8. 1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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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이재범 기자] 이대성의 아침 훈련을 지켜봤다. 훈련하는 시간만큼 훈련 동료였던 양준우에게 아주 많은 말을 했다. 침산중과 계성중에서 원포인트 레슨을 할 때도 이대성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동작을 훈련시키는 것보다 오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대성이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납득과 이해를 위해서다.

대구 한국가스공사는 두경민의 이적과 김낙현의 입대로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이대성을 영입했다. 2022 FIBA 아시아컵에 출전한 뒤 8월 초 팀에 합류한 이대성은 종아리 근육 부상으로 재활에 매진했다.

이대성은 지난 15일부터 팀 훈련에 참가했다. 그렇지만, 개인 훈련은 그 이전부터 이어졌다. 대구에 내려와 처음 팀에 합류했을 때는 야간 훈련을, 팀 훈련에 참가하는 날에는 아침에 나와서 훈련했다고 한다.

이대성이 개인 기량을 다지는데 열정을 쏟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대성은 매일 아침 훈련을 하는 게 아니라 오전이나 오후 훈련 전후 개인 훈련할 시간이 나지 않을 때 아침이나 야간에 훈련한다.

15일 오후 팀 훈련을 마친 뒤 이대성에게 아침 훈련을 언제 하는지 물었다. 16일 오전에는 계성중 방문이 잡혀 있어 아침에 나와 훈련할 거라고 했다. 어떻게 훈련하는지 보고 싶다며 아침 훈련을 구경하겠다고 약속을 잡았다.

16일 새벽 대구에는 주룩주룩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창을 뚫고 들어오는 빗소리에 잠을 설쳤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면 아침 일찍 훈련 보러 가는 길이 귀찮을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침에도 빗줄기는 여전했다. 가스공사의 훈련 장소인 대구은행 제2본점 체육관을 향했다. 오전 7시 40분 즈음 체육관에 들어설 때 바지는 많이 젖었다. 그만큼 비가 많이 내렸다.

이대성뿐 아니라 우동현, 양준우, 김진모도 몸을 풀고 있었다. 오후 훈련을 할 때는 시원했던 체육관은 아직까지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는지 조금 답답한 공기였다.

그럼에도 이대성과 양준우, 우동현과 김진모는 짝을 이뤄 한쪽 코트씩 차지해 훈련을 시작했다. 슈팅 훈련이었다. 한 명이 슛을 던지면 한 명이 볼을 잡아줬다.

이대성이 먼저 3점슛 라인 밖 왼쪽 45도 지점에서 치고 들어간 뒤 점퍼를 던졌다. 뒤이어 양준우도 그대로 따랐다. 이대성은 양준우가 슛을 한 번씩 던질 때마다 계속 조언을 건넸다. 때론 시범을 보이면서 자세와 상황을 설명했다.

이번에는 이대성이 탑에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드리블을 친 이후 점퍼를 던졌다. 시도하는 거의 모든 슛이 림을 통과했다. 오른쪽 45도에서 슈팅 연습을 할 때는 몇 개의 슛이 빗나갔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빈도가 늘자 이대성의 아쉬운 탄성도 나왔다.

침산중 선수(심규빈)에게도 슛 타점을 높여야 한다고 했던 이대성은 양준우에게도 슛 타점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는 걸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와 수비 상황까지 설명하면서 자신의 것을 완벽하게 만들면 하나의 무기가 된다며 농구를 잘 할 수 있는 수백 가지 중 하나라고 했다. 이런 무기가 늘어날수록 연봉도 높아진다며 의욕을 북돋았다. 양준우의 집중력이 달라졌다.

양준우가 터닝슛을 연습할 때 중심이 무너진 채 슛을 던졌다. 이대성은 자세를 정확하게 보여준 뒤 모든 동작의 이유가 밸런스를 잡기 위한 것이라며 수비 밸런스를 깨고, 나의 밸런스를 잡으면서 (슛을 던질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동작이라고 했다.

포스트업 훈련도 이어졌다. 포스트업을 할 때는 어깨 등 좁은 면으로 수비와 부딪히는 게 아니라 넓은 면인 등으로 부딪혀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만 상대에게 더 큰 힘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함지훈을 예를 들며 모든 순간 100%의 힘을 쓰는 게 아니라 상대가 예측하지 못하는 순간 힘을 가해야 효과가 있다고 포스트업의 요령을 들려줬다.

이대성과 양준우는 페인트존 안에서 드리블 없이 피벗 동작만으로 슛을 시도하는 5점 내기를 한 뒤 훈련을 마쳤다.

훈련을 마친 뒤 만난 이대성에게 이렇게 따로 개인 훈련하는 이유를 물었다. 이대성은 자신의 생각을 길게 전했다.

“오프 시즌이다. 저는 시즌 때 운동량을 이제는 많이 안 가져간다. 시즌 때는 휴식과 정신적인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고 잘 먹고, 잘 쉬는데 집중한다. 프로라는 곳이 매 시즌 결과를 내야 하고, 증명을 해야 한다. 신인도, 베테랑도, 어떤 위치에 있는 선수도 보장된 건 아무 것도 없다.

저는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으면 금세 뒤처지는 선배를 봤었다. 쌓아온 업적에 비해 너무 빨리 뒤쳐지는 선배도 있었고, 반대로 조금 뒤쳐졌어야 했지만, 그 자리를 더 오래 지킨 선배도 봤다. 그런 마음이라서 오프 시즌 때 뭔가 하나라도 더 얻어야 한다고 본다. 어릴 때는 맹목적인 노력이었지만, 이제는 노력을 토대로 코트에서의 노하우가 중요하다.

지난 시즌에는 모든 초점을 미드레인지에 맞췄다. 정말 운 좋게 결과가 나왔다. 미드레인지가 경기에 대입이 되었다. 올해는 미드레인지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조금 더 경기를 잘 풀어나가고, 조립하고, 전체적으로 성장해야 할 부분이 많다. 그 틀 안의 여러 가지 카테고리에서 알아야 할 것들도 많다. 머리가 아닌 몸으로 느껴야 하는 게 많은데 그걸 얻을 수 있는 시간이 오프 시즌이다.

시즌 때 몸 상태를 100% 맞춰야 한다고 말하는데 저는 다르게 생각한다. 몸 상태 100%는 없다고 여기고, 제가 시즌 때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견뎌낼 수 있는 기술들, 경쟁력을 하나라도 알게 되고 익혀야 한다. 저는 사실 100%다. 당장 뛰어도 될 정도로 가스공사에 들어오기 전에 준비를 했다. 100%로 오프 시즌을 보내서, 오프 시즌 동안 최대한 얻어서 그것들로 시즌을 치른다고 생각한다. 시즌을 100% 몸 상태로 치른다는 건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오프 시즌 동안) 100%를 토대로 팀 운동도 최선을 다하면서 개인적으로도 운동한다.

어린 친구들도 제가 하는 생각과 똑같다. 마치 시즌이 막 다가온 것처럼 (훈련)하니까 어떻게 보면 이해가 안 될 수 있다. 저는 제일 중요한 순간이 지금이라고 생각한다. 오프 시즌 동안 얼마만큼 알아낼 수 있느냐가 시즌 들어갔을 때 우리 팀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김진모도, 우동현도 선수들이 (아침 훈련을) 차츰 나오기 시작한다. 대다수 팀들은 강압 아닌 강압, 억지로 끌려 나와서 (아침 훈련을) 하는데 저는 정말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NBA나 유럽 팀들의 많은 훈련 사례를 기사로 접한다. 지미 버틀러 같은 선수도 어린 선수들과 같이 운동하고, 그게 차츰 나아가서 새벽 4시 반, 5시에 나와서 훈련하고, 그걸 토대로 케미스트리도 강화된다. 오프 시즌이 팀으로도, 개인으로도 제일 중요한 거 같다. 저는 그런 마음으로 아침에 나와서 운동한다.”

새벽 빗소리가 들릴 때 한 번 훈련을 보러 오는 것도 귀찮은 마음이었다. 매일 반복한다면 비가 많이 내리는 이런 날 아침에는 한 번 훈련을 빠지고 싶지 않을까?

이대성은 “전혀요, 전혀. 그런 거는 전혀 없다. 그런 것을 신경 쓸 틈도 없다. 몸이 힘든 건 있다. ‘아, 힘든데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은 아침에 샤워 한 번 하면 없어진다. 좋아하는 음악 한 번 들으면 없어지는 생각이다. 그 정도다”라며 “이 친구들(우동현, 양준우, 김진모)은 어떨지 모르겠다. 저는 그런 생각이 숱하게 드는 건 20대 초반이었다. 현대모비스에 갔더니 새벽에 다같이 운동을 하는 시스템이었다. 어릴 때는 자의가 아닌 타의로 (훈련을) 하니 비가 오곤 하면 이럴 때도 (훈련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제가 자발적으로 하니까 좋고, 지금은 아침이지만 시간대는 저녁이나 낮으로 변경될 수 있다. 매일매일 하는데 아쉬움이 꽂힌다면 못 했을 거다. 그런 레벨은 아니다”고 했다.

가스공사는 15일과 16일 대구에 농구부가 있는 침산중과 계성중을 방문해 원포인트 레슨 시간을 가졌다. 가스공사 선수가 오히려 더 많거나 비슷했기에 대부분 1대1 맞춤형 훈련이었다.

이대성과 1대1 훈련을 했던 침산중 심규빈은 “이대성 선수가 슛 폼을 위로 올려야 유리하다며 아직은 성장기니까 슛 폼을 높여서 상대가 블록을 위해 손을 들고 있어도 슛을 던질 수 있어야 그게 자신만의 무기가 된다고 했다”며 “야간 등 개인훈련을 따로 하면서 슛 거리를 늘려야 한다는 것도 강조하셨다”고 이대성에게 들었던 말들을 건넸다. 이대성은 계성중에서 진준우와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이대성이 심규빈에게 했던 말은 양준우에게도 했다. 코치와 선수가 1대1로 훈련할 때보다 이대성이 양준우에게 몇 배는 더 많은 말을 했다. 이대성은 말이 많았던 이유를 설명했다.

“대신 점점점점 말이 줄어든다. 제가 이 친구들의 상황을 느껴봤다. 제가 어릴 때 농구를 잘한 선수는 아니다. 채워본 사람이고, 채워나가고 있는 사람이다. 납득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는 어릴 때부터 타의에 의해 억지로 시켜서 끌려갔다. 저는 어릴 때부터 항상 생각한 게 납득이 안 되고, 이해가 안 된 상태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나 싶었다. 지금 왜 하는지 모르는데 말이다.

그 마음이 바탕이 되어서 최대한 이해를 시켜주려고 한다. 그렇게 이해가 안 되었다가 이해를 해본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말을 해야 이해하는지 안다. (양준우와 함께 하는 훈련을) 이제 막 시작했다. 오리온에 있을 때는 김세창, 박진철, 최승욱, 조석호 등과 운동을 많이 했었는데 그 때는 말을 이렇게 많이 안 했다. 왜냐하면 (같이 운동한) 시간이 쌓였으니까. 처음에는 말을 많이 했다. 아는 것과 알고 난 뒤 채워 넣은 건 그 다음 단계다. 알아야 채워 넣을 수 있다. 내가 이 정도 선이고 이게 중요하다는 걸 이해해야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게 1이면 그 뒤의 시간이 100, 200, 300이다.

양준우와 저는 이제 (함께 훈련한 시간이) 3~4일 차다. 지금은 이해를 시켜줘야 하니까 이야기를 많이 한다. 선배 입장에서 갑질하고, 저만 생각한다면 이걸 따라만 해도 너에게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거다. 그건 (양준우를) 존중을 하지 않는 거다. 그래서 더 많이 이야기를 해준다. 반복해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질문을 하면 이야기를 해주지만, 처음에 이해시켜줘야 할 것들, 제가 배웠을 때 배운 걸 그대로 말한다.

저도 힘들고, 제 운동을 하고 싶다. 시간이 아깝다. 그런 것조차 선수로, 선배로, 동료로 제 의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해서 배워보니까 농구 선수로 더 어려운 것을 견뎌내고, 내가 원하는 바에 한 번이라도 더 다가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제가 조금이라도 노력하고, 이해하고, 납득이 되어서 농구에 에너지를 쓴다면 조금이라도 덜 지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준우뿐 아니라 어떤 선수와 한다고 해도 이렇게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대성은 매시즌 목표를 정하고 그걸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난 시즌에는 미드레인지 게임이었다. 이번 시즌에는 더욱 완성도를 높이는 걸 목표로 삼았다.

“미드레인지에서 완성도가 지난 시즌 결과로 나왔지만, 더마 드로잔, 케빈 듀란트와 같이 상징적인 인물이 되고 싶다. 양동근 선배도 미드레인지로 한 시대를 압도했고, 문태영 형도 미드레인지를 바탕으로 현대모비스에서 쓰리 핏을 이뤘고, 라건아도 그렇다.

미드레인지에서 문을 열고 어디까지 들어갔느냐에 따라서 그 세대의 영향력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미드레인지 측면에서 본다면 그렇고, 다른 측면에서 볼 수도 있다. 저는 미드레인지 측면으로 본다. 이걸 기반으로 해서 경기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면서 리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3점슛은 지난 시즌 시도 횟수를 줄였는데 성공률은 좀 더 올라갔으면 좋겠다. 가드로 미드레인지를 통해 지난 시즌보다 더 완성도 높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게 이번 시즌 목표다.

좀 더 세부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다. 자세, 스탠스, 볼을 잡는 그립, 몸을 언제 부딪히는지 이런 세부적인 것을 주변 선수들과 상의하고 공유하면서 맞춰나간다. 이 모든 게 팀의 성장과 맞물려 있다. 팀이 이기고, 우승권에서 경쟁력을 만들기 위해 미드레인지 게임을 확률 높고, 안정되게 구사한다면 팀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감독님께서도 투 포인트 게임을 강조하시더라. 지난 시즌 가스공사는 3점슛을 기반으로, 골든스테이트 농구를 표방하며 경기를 했다. 사이즈의 아쉬움은 있으신 거 같았다. 외부에서 봤을 때도 그런 부분이 있었다. (3점슛이) 너무 강력한 무기지만, 안쪽의 단단함이 부족했는데 그게 정효근의 공백이었다. 그 부분에서 제가 밸런스를 맞추고,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며 오프 시즌 동안 만들어간다.”

#사진_ 이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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