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日 대신 정부가 보상하나..尹 "주권 충돌 없는 해결책 강구"

박응진 기자 2022. 8. 1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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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해법,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통해 도출 가능"
'대위변제' 염두 해석..日기업 자율 맡기는 것도 거론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8.17/뉴스1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구축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한일 양국이 '보편적 가치·규범이란 원칙에 따라 미래지향적 협력에 나선다면 양국 간 과거사 문제의 해법도 찾을 수 있다'는 게 윤 대통령의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특히 한일 양국 간 핵심 갈등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의 해결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밝혀 그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열어 그동안의 외교·안보 분야 정책 추진 현황을 설명하면서 "'역대 최악'이었던 일본과의 관계 역시 빠르게 회복·발전시켜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강제동원 피해배상 관련 해법에 대한 일본 기자의 질문에 "강제징용은 이미 우리나라에선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나왔고, 판결 채권자들이 그 법에 따른 보상을 받게 돼 있다"며 "다만 그 판결을 집행해가는 과정에서 일본이 우려하는 주권 문제의 충돌 없이 채권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방안을 지금 깊이 강구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전범기업들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배상금을 우리 정부나 기업 등이 대신 지급하는 '대위변제' 방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우리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0월과 11월 일본제철과 미쓰비시(三菱)중공업 등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각각 강제동원 피해자 1인당 1억원 또는 1억50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 등에 대한 배상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우리 정부에 제공한 총 5억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이미 해결됐다"며 우리 법원의 해당 판결이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다. 일본 기업들이 피해자 측과의 배상 협의에 불응해온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반면 피해자 측에선 그동안 미쓰비시중공업 등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압류·매각을 통해 배상금을 받기 위한 법적 절차를 진행해온 상황. 이와 관련 우리 대법원은 강제동원 피해자 중 양금덕·김성주 할머니가 제기한 미쓰비시중공업의 한국 내 상표·특허권에 대한 특별현금화(강제매각) 명령 사건에 심리를 계속할지 여부를 오는 19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8.17/뉴스1

만약 대법원이 '심리 불속행'을 결정한다면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상표·특허권에 대한 강제매각이 진행되는 것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의 이날 회견 발언은 미쓰비시중공업 등의 한국 내 자산이 매각·현금화돼 한일관계가 파국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방안들을 계속 논의 중임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문제 해결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협력관계를 강화할 때 양보와 이해를 통해 과거사 문제가 더 원만하게, 빠르게 해결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가 없는 사람들끼리 앉아서 어떻게 과거에 대해 청산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센터장은 "그동안엔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문제에 깊이 관여하는 바람에 정작 기업들은 자기 입장을 표출해오지 못했다"며 "윤 대통령이 언급한 '이해와 양보'는 일본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입장을 표명할 수 있도록 하는 걸 염두에 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대위변제' 방안과 관련해선 "지금까지의 일본 정부 입장과 배치된다"며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봤다.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한국 측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밝혀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그동안 △한일정책협의단 파견 △김포~하네다(羽田) 항공노선 운항 재개, 그리고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계기로 한일 정상환담 및 한미일 정상회의 등을 통해 한일관계 개선의 토대를 만들었다고 자평하면서 "앞으로 '김대중-오부치(小淵) 선언'을 계승해 빠르게 한일관계를 복원시켜 나가겠다"고 거듭 밝혔다.

일본 측은 1998년 10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일본 총리가 채택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이른바 '김대중-오부치 선언'에서 과거 우리나라를 식민지배한 데 대한 '통절한 반성과 마음에서의 사죄'를 문서화했다. 이 선언은 이후 양국관계 발전의 중요 토대가 됐단 평가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선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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