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미제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공모 피고인, 항소심서 살인 혐의 유죄
항소심, 살인혐의 1심 무죄 판결 뒤집고 징역12년 판결
“범행 공모 당시 피해자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 인지”
제주의 장기 미제 사건 중 하나인 ‘변호사 피살사건’의 피고인이 항소심에서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1심에서는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됐었다.
광주고법 형사1부(이경훈 부장판사)는 17일 오전 201호 법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살인과 협박 혐의로 기소된 A씨(56)에 대해 살인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협박 혐의에 대한 징역 1년 6개월의 원심 선고는 유지됐다.
공소사실을 보면 제주의 조직폭력단체의 행동대원이었던 A씨는 1999년 8∼9월 누군가로부터 현금 3000만원과 함께 “이모 변호사(당시 45세)를 손 봐줘야겠다”는 지시를 받았다.
A씨는 동갑내기 조직원 B씨(2014년 사망)와 이 변호사를 미행해 동선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가해 방법을 상의하며 범행을 공모했다. B씨는 같은 해 11월5일 새벽 시간대 제주시 삼도2동의 한 거리에서 흉기로 피해자를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검찰은 A씨가 사건 당시 B씨와 공모해 범행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고 A씨에게 살인죄의 공모공동정범 법리를 적용했다. 공모공동정범이란 2명 이상이 범죄를 공모한 뒤 그 공모자 중 일부만 실행에 나아간 경우 실행을 담당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공동으로 범죄 책임이 있다는 법리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살인 혐의에 대한 직접 증거가 없고, 간접증거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합리적인 의심이 들지 않아야 하는데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의견을 받아들여 A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은 범행 당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특별 제작된 흉기가 사용된 사실을 알고 있었고, 범행을 공모할 때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은 B에게 범행을 지시하고 진행사항, 범행결과를 보고 받았으며 도피자금을 제공하는 등 범행 행위를 분담했다고 인정되므로 살인죄의 공동 책임을 면할 수는 없다”며 “적어도 미필적 고의를 갖고 피해자를 사망케 한 것으로 죄질이 무겁다”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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