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kg 감량·전력질주 후 大자로 누워"..정우, '모범가족'에 녹아든 방법 [EN:인터뷰③]

박정민 2022. 8. 1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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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정민 기자]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배우 정우가 '모범가족' 동하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에 대해 밝혔다.

8월 12일 공개된 넷플릭스 '모범가족'은 죽은 자의 돈에 얽힌 이들의 예측 불가한 이야기와 각자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위태로운 상황을 절박하게 그렸다.

극중 정우는 평생을 모범적으로 살아온 유약한 가장 동하 역을 맡았다. '모범시민' 그 자체였던 동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시신 옆에 놓인 돈 가방을 충동적으로 훔쳐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당하게 된다. 정우는 극한상황에 놓인 동하가 느끼는 절박함, 변화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정우는 17일 진행된 '모범가족' 화상 인터뷰에서 캐릭터 준비 과정, 촬영 중 힘들었던 부분 등에 대해 털어놨다.

극중 동하는 "내가 해결할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제대로 해결하는 일이 별로 없다. 정우는 답답한 캐릭터라는 일부 반응에 대해 "맞다. '동하가 해결을 하는 게 너무 없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런데 동하에게 벌어진 일들이 일반적인 일은 아니지 않나. 극한의 상황, 살아가면서 못 겪을 법한 극한 상황들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감독님이랑도 '동하는 체육학과도 아니고 책만 보고 살았던 평범한 소시민이다. 극적으로 슈퍼히어로 같은 힘을 내지 못할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했다. 어떻게 보면 (일을 제대로 해결 못하는 게) 현실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고, 거기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동하는 무능력해 보이지만 그렇게 무능력하지 않다. 평범하게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수준인데 큰 힘이 되는 상황이 안 돼서 그렇게 보인다. 나름대로 발버둥 치고 있는데. 모든 드라마, 영화처럼 삶 자체에서 슈퍼히어로가 되지 않으니까 그게 현실적인 접근인 것 같다"며 "동하는 많이 참고 속으로 끙끙 앓는 스타일이다. 저도 보면서 답답하지 않을까 싶었던 순간들이 있었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모범가족'이 재미있는 고구마라고 하더라. 그게 기억에 남는다"고 웃었다.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기억, 가족이 붕괴된 기억을 가진 동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정우는 동하의 행동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대본에 충실했다고. 이에 더해 평범한 외형을 위해 4-5㎏을 감량하고, 옷 스타일 역시 무채색 계열로 준비했다. 대사보다 표정,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만큼 '동하'가 되는 일은 고됐다.

"힘든 신 너무 많았다.(웃음)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대본으로 볼 때는 이야기 흐름에 따라 페이지를 넘겼는데 지문을 하나하나 체크할 걸 그랬다. 땅에 묻히는 것, 땅을 파는 것, 돈을 들고 도망치는 것도 쉽지 않았다.대본으로 봤을 땐 땅을 판다, 파묻힌다, 도망친다 지문이 한두 줄로 돼있어서 걱정을 별로 안 했는데 한 줄의 지문을 영상으로 표현할 때는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초반에 동하가 사람들에게 쫓기게 되는데 흥분된 상태에서 전력 질주를 다해서 도망친다. 실제 매매상가 단지에서 촬영해서 영업 후인 새벽 시간에 찍어야 했다. 낮 촬영 이후에 하는 거라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던 상태여서 전력질주해서 뛰기 힘들었다. 바닥에 대자로 누워서 호흡했던 기억이 난다. 촬영 초반이어서 '갈 길이 구만리인데 촬영 쉽지 않겠는데' 이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건달 역할도 아니고 액션이 있는 슈퍼히어로가 아니니까 안일하게 생겼던 것 같다. 범생이에 시민인데 이 사람이 해봤자 얼마나 큰 역동적인 캐릭터일까 만만하게 생각했는데 첫 촬영하고 호되게 혼났던 기억이 있다.(웃음)"

가장 힘들었던 신은 땅에 파묻히는 장면이었다. 정우는 "여유가 있다면 장갑을 끼고 땅을 팠을 거다. 묻혀있을 때도 비닐봉지 같은 걸 쓰고 파묻혀서 위에서 떨어지는 흙을 받아야 하는데 카메라 앵글 상 몸을 비틀거나 고개를 돌리게 되면 사실감이 떨어지더라. 본능적으로 눈 위로 뭔가 날아오면 고개를 돌리게 되지 않나. 내 심리상 그게 맞을 수 있지만, 화면에선 사실감이 떨어졌다. 실제로 진짜 산에 올라가서 크레인으로 땅을 파고 들어가서 흙에 묻혔다. 중간중간 돌이 얼굴로 떨어지다 보면 얼굴에 타격감이 온다. 실제 동하 감정을 느끼면서 촬영했던 게 많다. 숨이 차고, 극한 감정에 몰린 상태에서 연기하는 거라 에너지가 배로 들었다.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법한 장면에선 배우들, 스태프들 모두 긴장하면서 촬영했다.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동하는 극한의 감정에서 대사 없이 몸짓, 표정, 눈으로 감정 표현을 해야 하다 보니 호흡을 끌어올리는 게 많았다. 호흡이 소리를 낸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카메라 밖에서 전력질주하면서 정신 나간 사람처럼 뛰고 그 호흡을 가지고 그대로 연기를 하기도 했다. 내가 전력질주를 하고 오면 촬영 감독님이 바로 슛 들어가고 그랬던 적이 꽤 많았다"며 "이 자리를 빌려서 촬영 감독님, 조명 스태프 등 스태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혹시나 제 감정이 달아나게 될까 봐 리허설을 해야 한다고 하니 괜찮다고 웃으셨다. 너무 감사했다. '당신이 어떤 곳으로 가든 내가 카메라에 담을 거니까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하세요' 그런 에너지, 눈길을 받았다. 그 힘으로 촬영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좋은 호흡을 맞춰서 촬영했던 게 좋은 작품의 질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함께한 배우들은 정우를 두고 "연습벌레"라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정우는 "이전 작품에선 더했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이어 "이 작품은 사실감, 날것을 원했던 것 같다. 연습하면 에너지가 달아날 수 있으니까 (연습을) 덜 했다. 날 것의 감정을 첫 테이크에 담는 게 이 작품의 결과 잘 맞았다. 어떨 땐 연습을 많이 하고, 어떤 건 연습 없이 한 번에 간다. 작품에 따라 다르다"고 덧붙였다.

또 정우는 "모든 인물이 눈에 들어오는 탄탄하고 촘촘한 대본이 재미있었다"며 "글만 보면 어디서 봤을 법한 전형적인 줄거리일 수도 있지만 그걸 납득시키는 게 배우의 감정과 연기라고 생각했다. 진정성 있게 다가가기 위해 정성을 쏟았다. 그래야 시청자들은 '이 이야기는 진짜다' 하면서 캐릭터 마음에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모범가족'은 동하, 광철(박희순 분)이 상선으로부터 전화를 받으며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정우는 해당 결말에 대해 "우리 작품 장점인 것 같다. 1화부터 10화까지 마지막에 끝날 때마다 혹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매력적이다. (그걸 보고) 그 이후 이야기가 궁금하긴 하다"고 전했다.

이에 시즌 2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는 상황. 시즌 2에 출연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정우는 "땅을 또 파라고요? 제 손톱으로 또 땅을.."이라고 호탕하게 웃으며 "땅을 파서 감자나 고구마라도 나왔으면 하겠는데.."라고 유쾌하게 답했다.

정우는 "매번 배우들은 연기 좋았다는 말을 들으면 가장 좋다. '캐릭터에 잘 녹아들었다', '저런 사람이 숨 쉬고 있을 것 같다'라는 말을 들으면 가장 뿌듯하고 힘이 난다. 보는 분들마다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반응이 좋아서 감사하고 고생했던 기억들이 난다.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릴 때는 마냥 연기 잘하고 싶었다. 연기 잘하는 배우가 꿈이었고 지금도 소망하고 있다. 조금은 부족할지 몰라도 정성스럽게 준비하려고 한다. 즐거움이 됐건 희망이 됐건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는 작품을 많이 해서 관객에게 힘이 되는 배우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사진=넷플릭스)

뉴스엔 박정민 odu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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