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밧줄 잡고 간신히 나왔어"..한밤 복사꽃마을 할퀸 물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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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지는 못하는데, 물은 허벅지까지 차고. 소방차(구조대원)가 안왔으면 큰 일 날뻔 했어."
17일 오후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장덕2리.
봄을 알리는 핑크빛 복사꽃이 아름다워 일명 '복사꽃 마을'로도 불리는 장덕2리는 이날 새벽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날 오전 0시 10분쯤 마을에 내린 폭우로 마을 하천이 범람하면서 주택 10채가 침수되는 피해가 났고, 논밭도 물에 잠겨 쑥대밭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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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분사이 물 들어 차"..고지대 공사현장 원인 제기도
(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걷지는 못하는데, 물은 허벅지까지 차고. 소방차(구조대원)가 안왔으면 큰 일 날뻔 했어."
17일 오후 강원 강릉시 주문진읍 장덕2리. 봄을 알리는 핑크빛 복사꽃이 아름다워 일명 '복사꽃 마을'로도 불리는 장덕2리는 이날 새벽 수마(水魔)가 할퀴고 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날 오전 0시 10분쯤 마을에 내린 폭우로 마을 하천이 범람하면서 주택 10채가 침수되는 피해가 났고, 논밭도 물에 잠겨 쑥대밭이 됐다.
마을 도로는 물폭탄을 견디지 못해 주저 앉듯 푹 꺼져 있었고 마을 길은 진흙탕이 돼 있었다. 냉장고와 TV 등 살림살이가 수마에 망가져 문 밖에 나와 있었고 자동차들 역시 침수피해를 입은 모습이었다.
강릉시청 공무원과 인근에 주둔하는 육군 8군단 장병 70명 등 170여명의 인력이 합심해 복구 작업의 속도가 붙었지만, 마을주민들의 표정은 악몽같았던 새벽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날 침수피해를 입은 김도석씨(64)도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기억했다.
이 마을에 11년째 거주하고 있는 김씨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어 거동이 불편한 상태다. 김씨는 이날 새벽 출동한 119 구조대에 간신히 구조됐다.
김씨는 "밤 11시쯤 되니 비가 많이 쏟아지기 시작했지만 그렇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 잠을 청했다"며 "30~40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마당에 물이 들어차기 시작하더니 집으로 물이 들어오더라"고 기억을 되짚었다.
그는 "피하긴 해야 하는데 움직이질 못하니 119에 신고를 했다"며 "소방대원이 내민 밧줄을 잡고 겨우 나와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마을회관으로 대피했다가 아침이 돼서야 다시 와본 집은 빗물과 함께 들어온 흙으로 범벅이 돼 있었다.
김씨는 "몸이 불편해서 복구작업도 힘든데 큰일이다"고 탄식을 내뱉었다.
또 다른 마을 주민들은 20년 전 마을을 휩쓸었던 '그놈'을 떠올리기도 했다.
이 마을은 지난 2002년 강릉을 비롯해 동해안을 휩쓸었던 태풍 '루사'의 피해를 입은 바 있다.
한 주민은 "그때(루사 당시) 난리로 다리랑 도로도 끊어져 지옥 같은 경험을 해 주민들이 큰비만 오면 사시나무 떨 듯한다"며 "이번에는 비가 얼마 오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런 큰 피해가 났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은 상류 고지대 공사현장에서 나온 나무 등이 하천으로 떠내려와 마을 교량에 걸리면서 범람 피해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주민은 "짧은 시간 비가 갑자기 퍼붓긴 했지만 이렇게 피해가 큰 것은 분명 상류 공사현장 등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강릉시는 피해가 난 장덕리 지역에 굴삭기를 투입하고 피해현장을 수습 중이다. 공무원 100여명과 자율방재단 10여명, 인근 8군단 병력 70여명 등 인력 180여명도 복구현장에 투입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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