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규제 대못 뽑겠다며 내놓은 정책에 시장 반응은 '글쎄'

이가람 2022. 8. 1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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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매경DB]
윤석열 정부가 재건축을 활성화하기 위해 안전진단 규제 완화 및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기준 변경 카드를 꺼낸 가운데, 부동산시장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책 적용 범위와 시행 시기 등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정부가 주택공급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전날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했다. 민간 재건축의 최대 걸림돌로 손꼽혀 온 안전진단 통과 평가 항목 중 구조 안전성 비중을 낮추고 초과이익 환수제를 손봐 비용 지출을 줄여 주겠다는 것이 골자다.

구조 안전성은 건물 붕괴 위험을 판단하는 잣대다. 구조 안전성 가중치는 지난 2018년부터 지금까지 50%를 유지해 왔다. 그 3년 동안 서울에서 안전진단을 통과한 아파트 단지는 5곳에 불과했다. 국토부는 이 가중치를 향후 30~4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30%로 내리면 C등급을 받아 재건축이 불가능한 단지 13곳 중 9곳이 D등급으로 조정돼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한 바 있다.

초과이익 환수제는 조합원이 재건축을 통해 얻는 수익에 따라 부담금을 매기는 제도다. 지금까지 부담예정금액을 통보받은 단지는 70곳가량이다. 현재 1인당 평균이익에 따른 부과율은 ▲3000만원~5000만원 10% ▲5000만원~7000만원 20% ▲7000만원~9000만원 30% ▲9000만원~1억1000만원 40% ▲1억1000만원 초과 50%다. 조합원 1인당 1억원의 초과이익이 발생하면 약 1600만원을 지출해야 한다. 이를 ▲1억원까지 면제 ▲1억3000만원까지 10% ▲1억3000만원~1억6000만원 20% ▲1억6000만원~1억9000만원 30% ▲1억9000만원~2억2000만원 40% ▲2억2000만원 초과 50%로 조정하는 것이 유력하다.

재건축 사업지 조합원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제시된 정책이 예상에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국토부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주택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연말까지 부동산시장 상황을 고려한 최적의 개편안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방향은 있지만 방법은 빠진 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오히려 사업 추진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서울 동북권의 한 재건축추진위원장은 "구조 안정성 비중을 10% 남짓 줄인다고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적정성 검토를 받고 있으면서 관련 자료 제출을 미루는 방식으로 유리한 정책이 제시될 때까지 버티고 있는 사업장도 많다"고 말했다.

일산신도시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목동 및 노원 등 재건축 문이 열린 10곳 남짓의 단지가 전국을 대변할 수는 없다"며 "과거와 똑같이 구조 안전성 비중을 20%로 설정하고 안전진단을 여러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과이익 환수제에도 현실성이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정부 시절 주택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재건축 사업에 나섰을 때와 비교해 부담금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재건축이 10년 이상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주택가액 산정 시기를 추진위원회 설립이 아니라 사업시행인가일 혹은 그 이후로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모든 조합원이 목돈을 쉽게 조달할 수 없는 데다가 기부채납이나 임대주택 등을 통해 국가에 이익을 반환한 측면이 있다"며 "평생 집 한 채 가지고 살면서 보다 나은 주거환경을 위해 수십년이라는 시간을 버틴 원주민을 투기세력으로 볼 수 없기에 세제 부담이 과하다"고 전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도 "말로만 정상화시키겠다고 한다", "아직 뭐 하나 확실한 것이 없네",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고 있는데 언제까지 지켜보겠다는 거냐", "다음 총선 위한 그림으로밖에 안 보인다", "일단 올해는 그냥 날리라는 건가?", "언제 내용이 바뀔지 몰라서 불안할 정도" 등 강도 높은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신중론보다는 빠른 규제 개혁이 오히려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규제 완화 호재는 이미 시장 흐름에 어느 정도 반영된 상태"라며 "이번 대규모 공급계획에 따라 수요가 분산되면서 기존 주택가격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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