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65% "수출 감소".. 하반기 경제전망 흐림

박은희 2022. 8. 17.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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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미국 등 주요 국가 수요 줄어
고물가 + 성장 둔화로 스태그 직면
'스태그플레이션의 경험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 중 '한국의 분기 GDP 성장률과 추세성장률' 비교.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대외환경 변화에 따른 수출 전망과 정책과제 조사' 결과 하반기 수출 전망.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한국경제가 올해 하반기 2% 초반 성장으로 잠재성장률 이하로 성장할 경우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으로 진입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미국 등의 수요 감소와 원자잿값 인상 등으로 하반기 수출이 상반기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17일 '스태그플레이션의 경험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물가상승률과 국내총생산(GDP)갭을 기준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여부를 분석한 결과, 물가상승률 측면에서는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한경연은 하반기 성장률에 따라 한국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하며, 하반기 잠재성장률(2% 중반) 이하로 나타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으로 진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무역이 급성장한 2000년 이후 통계를 기준으로 했을 때, 올해 2분기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 상승해 물가측면의 스태그플레이션 판단 기준치(물가상승률 장기평균 2.34%+표준편차 1.25%)인 3.59%를 상회했다. 특히 지난달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6.3%를 기록하면서 물가상승폭이 커진 만큼 올해 하반기에도 물가 측면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기준이 충족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 2분기 성장률은 2.9%(전년동기비)를 기록해 2%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2분기까지는 GDP갭이 플러스를 기록해 스태그플레이션 기준을 충족하지 않았지만,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커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물가상승률이 둔화되지 않는 상황에서 성장률이 2% 초반까지 하락한다면 GDP갭이 마이너스로 전환돼 물가와 성장률 모두 스태그플레이션 기준을 충족하게 된다. 이 경우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의 스태그플레이션 수준은 아니지만, 체감 상으로 그에 준하는 '準(준) 스태그플레이션(quasi-stagflation)' 상황에 돌입할 것이라고 한경연은 경고했다.

이태규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으로 진입한다면 단기적 고통을 감수한 개혁을 통해 이를 극복해야 한다"며 "프랑스·그리스 등의 사례와 같이 수요확대, 재정지출 확대 등의 대증요법에 기댄다면 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기업들의 전망을 보면 한경연의 예측이 현실로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이날 공개한 국내 수출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대외환경 변화에 따른 수출 전망과 정책과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4.7%는 '올 하반기 수출은 상반기 대비 감소할 것'이라고 했으며 '큰 변동 없을 것'과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은 각각 23.0%, 12.3%였다.

수출 감소를 전망한 기업들은 그 이유로 '중국 등 주요 대상국의 수요 감소'(44.3%)를 가장 많이 꼽았다. '부품·원자재가 인상'(37.6%)과 '공급망 위기'(18.1%)가 뒤를 이었다.

내년 수출전망도 어두운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기업의 66%는 '올해보다 더 감소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큰 변동없을 것'은 18.3%, '증가할 것'은 15.7%에 불과했다.

우리 기업들이 정부에 기대하는 대외정책은 '글로벌 공급망 확보 등 경제안보 강화'(37.3%), '신규시장 진출 등 수출다변화 지원'(26.1%), '양자·다자 자유무역협정 확대 등 통상전략 강화'(25.3%), '전략산업 육성'(11.3%) 순이었다. 공급망 다각화를 위해 중점적으로 협력해야 할 국가로는 미국(47.3%)과 중국(33.7%), 유럽(15.3%), 중동·아프리카(13.0%) 등을 꼽았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에 대해서는 '참여해야 한다'(53.4%)와 '참여는 하되 당장은 보류하는 것이 낫다'(41.3%)는 기업이 많았다.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은 5.3%에 그쳤다.

이성우 대한상의 국제통상본부장은 "우리 기업들이 하반기 수출에 대한 걱정이 많다"며 "수출이 감소하게 되면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정부가 우리 기업들의 우려를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수출 활력을 제고할 장기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은희기자 e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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