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검색제휴'..한국 포털은 '뉴스 가두리 양식장?'

김용철 기자 입력 2022. 8. 17. 12:00 수정 2022. 8. 1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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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검색제휴', 국민들의 눈과 귀 막나?


작년 8월 31일 인터넷매체 경기경제신문은 '이재명 후보님, ㈜화천대유자산관리는 누구의 것입니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처음으로 보도했다. 20대 대통령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던 이른바 '대장동 사건'의 시발점이다.

하지만 인터넷 포털 네이버를 통해 뉴스를 검색해 보는 사람들은 '대장동 사건'에 대해 한동안 알 수 없었다. 경기경제신문이 네이버의 뉴스검색제휴 언론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대장동 사건'이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경기경제신문의 첫 보도가 나오고 난 지 열흘이 지난 작년 9월 10일 '주간조선'이 관련 기사를 내보내면서부터 이다. '대장동 사건'을 특종 보도한 언론사가 아직도 '주간조선'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대장동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한 경기경제신문 박종명 기자는 "대장동 사건은 제가 처음으로 보도한 후, 당시 민주당 내 대선 후보 경쟁자들이 기사를 서로 퍼 나르면서 다른 언론사들이 비로소 알고 기사화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기사를 내보낸 다음날인 9월 1일 화천대유로부터 대장동 기사를 삭제해달라는 가처분 소송과 민형사상 소송을 당했고, 9월 8일 두 번째 관련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그때서야 다른 언론사 기자들이 취재에 나섰고 '대장동 사건'은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만약 민주당 내 인사들이 제 기사를 이슈화하지 않았다면 저는 소송을 당하고 대장동 사건은 잊혀질 뻔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록 정기간행물 수

포털의 중립성 원칙 위반, "뉴스 검색 제휴 평가는 뉴스 승차 거부"


한국의 지배적인 인터넷 포털 네이버와 다음은 검색 대상 언론매체를 미리 정해 놓고, 그 언론사의 뉴스만 검색해 보여준다. 검색 대상에 제한을 두지 않고 일정한 기술적 요건만 충족하면 검색 대상 매체로 허용하는 미국의 구글이나 야후와 다른 부분이다.

2015년 10월부터는 네이버와 다음이 공동으로 언론단체와 시민단체, 연구기관 등 15개 기관에서 2명씩 추천을 받은 30명으로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제휴 대상 언론매체를 선정한다. 해마다 두 차례 제휴평가위원회를 열어 제휴 신청을 한 업체를 평가하고, 일정 점수 이상을 받은 매체를 제휴 대상 언론사로 선정한다. 상업적인 광고를 기사의 형태로 보도하는 등 중대한 잘못을 저지른 기존 등록 매체를 뉴스검색제휴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제재도 한다.

현재 국내 뉴스 포털의 뉴스검색제휴 언론사 수는 네이버가 667개, 다음이 1천1백개로 알려져 있다.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에 정기간행물로 등록한 업체는 일간신문 683개, 주간지 3천328개, 월간지 5천150개, 인터넷신문 1만 628개 등 모두 2만 3천719개에 달한다. 네이버나 다음에서 뉴스 검색이 가능한 언론매체는 숫자로 따지면 전체 언론매체의 7.4%에 불과하다. 네이버에 등록된 언론매체가 대부분 다음에도 등록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화부에 등록된 간행물 가운데 4.6%만이 네이버나 다음을 통해 검색되는 셈이다.

'대장동 사건'을 처음 보도한 경기경제신문 박종명 기자는 "네이버나 다음의 검색제휴심사 기준이 갈수록 까다로워 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제휴 신청 매체의 3% 정도 만이 통과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자 수가 적은 영세 매체들은 사실상 맞출 수가 없는 기준을 적용합니다.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정성평가의 비중이 80%나 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하지만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검색제휴 매체로 선정되는 것 자체로 광고단가는 물론 광고 유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때문에 대부분 매체가 기를 쓰고 뉴스검색제휴 업체로 선정되기 위해 힘을 쏟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들은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검색제휴업체 등록 여부를 광고 배정의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언론사를 만들어 뉴스검색제휴업체로 등록한 후 수 억 원에 팔기도 한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네이버에 뉴스검색제휴 대상으로 등록된 인터넷 매체는 5억 원, 다음에 등록된 업체는 3억 원 정도에 매매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한국의 언론 산업은 네이버나 다음이 마음에 드는 매체를 골라 지원하는 '가두리 양식장'이다"라는 말도 생겨났다. "한국의 언론계는 독자적인 브랜드는 사라지고 네이버나 다음의 뉴스검색제휴 미등록매체와 등록매체(평가 60점 이상), 뉴스스탠드 제휴매체(평가 70점 이상), 콘텐츠 제휴매체(평가 80점 이상)라는 새로운 계급이 형성된 사회다"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 (자료 : 방송통신위원회)
 

네이버와 다음은 '정보 플랫폼', "검색대상 제한은 자해행위"


인터넷 정보 포털의 경쟁력은 이용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얼마나 정확히 제공하는 가에 달려 있다. 대부분 국민들이 인터넷 포털을 이용해 원하는 정보를 얻는다는 점에서 누구나 포털에 접근해 콘텐츠를 올리고 검색할 수 있도록 하는 접근성과 함께 제공하는 정보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네이버와 다음의 '뉴스검색제휴시스템'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포털의 중립성과 정면 배치되고, 검색엔진의 정확성을 떨어트려 경쟁력 약화를 자초하는 정책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언론사마다 고유의 가치를 지닌 브랜드는 사라지고, 접속자 수를 늘리기 위한 무한 경쟁을 촉발해 여론을 왜곡하고 자원을 낭비하는 한편 언론 본연의 경쟁력 훼손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받는다.

한국언론진흥재단 김영주 미디어연구센터장은 "대한민국의 언론사 수는 미국보다 많습니다. 한국에서는 포털의 검색제휴 업체로 등록됐다는 것 만으로도 번듯한 언론사가 됩니다. 뉴스검색제휴는 포털의 중립성에 위배되는 것이 맞습니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사들이 포털에서 나와 독자적인 브랜드로 기사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포털의 강력한 영향력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포털도 언론사가 저비용으로 제공하는 뉴스로 장사를 할 수 있으니 기성 언론사와 포털이 공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네이버-다음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구성
▲ (자료 : 방송통신위원회)

한국신문협회를 대표해 뉴스제휴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이민규 교수는 "뉴스검색제휴를 통해 검색 대상을 제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로 검색 대상을 제한하지 않을 경우 가짜 뉴스와 광고성 기사가 범람할 우려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기사를 검색하면 관련 팝업 광고가 줄줄이 딸려와 기사의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여러 언론사의 뉴스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뉴스검색제휴는 최선의 선택은 아니지만 최악의 선택도 아닌 상황입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김의겸 의원 등 170명의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월 '인터넷 포털의 뉴스 편집을 금지하고, 이용자가 원하는 모든 언론사의 뉴스를 언론사의 인터넷 폼페이지를 통해서만 검색(아웃링크: out-link)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포털사이트에 검색한 기사를 직접 게시하는 인링크(in-link)와 뉴스검색제휴 제도를 폐지해 모든 언론사의 기사를 아웃링크 방식으로 검색하도록 한 것이다. 포털의 뉴스 편집과 뉴스 검색 대상 제한을 없애고 이용자가 원하는 언론사의 뉴스를 이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제공하도록 하자는 취지이지만 정보 검색 기술의 발전을 막고 국민의 알 권리를 제한하는 지나친 규제라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언론중재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최승재 변호사는 "해외에서는 포털이 중립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통로라는 인식이 확산돼 있습니다. 포털이 모든 데이터를 끌어와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검색하는 사람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한 정보를 보여주고, 문제가 생기면 제한하는 방식을 취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포털이 언론매체의 하나로 분류돼 검색 대상이나 검색 내용의 게시 형식을 놓고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검색 대상이나 검색 방법, 검색한 정보의 게시 방식을 포털의 자율에 맡기되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자율규제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4차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 갈 기술은 인공지능(AI)이고, 가공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많은 데이터(빅 데이터)는 인공지능의 원료이다. 인공지능이 빅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고, 스스로 학습한 알고리즘으로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 제시하는 AI 시대에 검색 대상 뉴스를 제한하는 것은 스스로 눈과 귀를 가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벌써 많은 이용자들이 네이버나 다음보다는 구글이 제시하는 정보 검색 결과가 더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네이버나 다음이 운용하는 AI의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검색 대상을 미리 정하는 포지티브(positive) 방식보다는 모든 정보를 검색하되 미풍양속을 해치는 결과물은 게시를 제한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으로의 전환을 검토해볼 시점이다.

프랑스는 공공데이터는 물론 공공기관과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까지 공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부작용이 우려되는 부분만 규제하는 방식으로의 데이터 관리방식을 획기적으로 전환해 AI 스타트업들이 부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도 '프랑스 디지털공화국법'의 기본 원칙을 도입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소중한 자원,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할 때이다. 그것이 그냥 두면 사장될 데이터 디지털 족적(digital footprint)을 돈이 되는 황금광맥으로 만드는 길일 것이다.

김용철 기자yckim@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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