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KIST 소장 "뉴로모픽 반도체 국가전략무기화 기반 마련"

고재원 기자 2022. 8. 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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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한국과학기자협회·KIST 공동세미나..'뉴플러스' '뉴로핏' 개발 성과도 공개
김형준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이 뉴로모픽 반도체의 정책적 현황 및 필요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KIST 제공

2016년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에서 4승 1패로 완승한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는 한 판 대국에 약 7000만원에 달하는 전력 비용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앙처리장치(CPU) 120개, 그래픽프로세싱유닛(GPU) 180개, 8G짜리 DRAM 100만개가 가동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AI는 구동하는 데 전력 소모가 크다. 1000억개의 신경세포와 100조개의 시냅스로 이뤄져 있지만 20와트(W)의 전력만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뇌를 모사해 전력 효율화를 꾀하는 ‘뉴로모픽’ 반도체가 개발 중인 이유다.

김형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 소장은 16일 오후 3시 한국과학기자협회와 KIST가 공동으로 주최한 ‘뉴로모픽 반도체 세미나’에서 “뉴로모픽 반도체는 AI 특화 반도체의 전력 소모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며 “알파고가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AI 서비스를 가능케 할 것”이라 전망했다.

전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약 500조원에 달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인 55% 가량이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3%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1%도 채 안된다. 나머지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은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뉴로모픽은 인간의 뇌와 유사하게 정보를 병렬로 처리해 적은 에너지로 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반도체다. CPU와 GPU의 1세대, 특정 애플리케이션 특화 주문형반도체(ASIC)와 프로그래밍을 통해 사용 목적을 변경하는 FPGA의 2세대에 이은 3세대 AI 특화 반도체에 해당한다. 기존 실리콘 기반의 반도체 성능을 넘어서는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자동차, 지능형 로봇 등을 실생활에 구현하기 위한 핵심 부품이다.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 연구팀은 2016년부터 뉴로모픽 반도체 개발에 나섰다. IBM이 2014년 ‘트루노스’, 인텔이 2017년 ‘로이히’ 등을 개발한 시기와 맞닿아 있다. 김 소장은 “당시 뉴로모픽에 대한 이해도 없었고 개념적인 컨셉만 있던 시기”라며 “실패할 수도 있지만 굉장히 도전적 연구를 2016년 시작했었다”고 말했다.

KIST 내부 연구원 이외에 김대식 KAIST 교수, 최기영 서울대 교수, 이종호 서울대 교수, 심재윤 포스텍 교수 등 9명의 국내 전문가 그룹과 함께 뉴로모픽 원천 기술 확보를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주로 에너지를 절감하는 방향에 집중했다.

KIST 연구팀은 국내 최초로 두뇌 신경망의 동작 원리를 모사한 대규모 디지털 뉴로모틱 시스템 ‘뉴플러스(왼쪽)’와 인간 두뇌처럼 경험을 통해 최적의 행동을 학습할 수 있는 아날로그 뉴로모픽 프로세서 ‘뉴로핏’을 개발했다. KIST 제공

그 결과 연구팀의 대표적 성과로 특정 시점에 발생하는 스파이크(전기 자극)를 기반으로 작동하는 ‘스파이킹 신경망(SNN)’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한 뉴런에서 스파이크가 발생하면 이 뉴런과 연결된 뉴런들을 기반으로 정보를 찾거나 입력하고 출력한다.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주입해 학습시킬 수 있어 사전 학습 데이터를 축적할 필요가 없다. 알파고에 쓰인 알고리즘인 심층신경망(DNN)과 비교해 비용과 자원이 적게 드는 이유다. 이 밖에 높은 정밀도의 시냅스 규현을 통한 학습 효율성 증가, 세계 최고 수준의 고집적 대규모 디지털 뉴로모픽 반도체 설계 지적재산권(IP) 확보 등의 성과도 이뤘다.

김 소장은 “국내 최초로 뉴로모픽 하드웨어를 확보했고 이를 통한 국내외 응용연구 협력 연구로 반도체 국가전략무기화가 가능해졌다”며 “무엇보다도 뉴로모픽 반도체와 관련한 국내 연구 생태계 지원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국내 기업들이 AI 특화 반도체를 개발한다고 하지만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만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뉴로모픽 반도체를 상용화하고 테스트하기 굉장히 좋은 나라”라며 “삼성과 하이닉스라는 굵직한 반도체 기업이 있으며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자동차 회사, 전자제품 기업들도 포진해 있다. SKT나 KT, LG 유플러스와 같은 통신회사도 있기에 한국은 뉴로모픽 반도체의 가장 큰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 역시 뉴로모픽 반도체를 포함한 반도체 기술과 AI를 10대 국가전략기술로 꼽고 있다. 향후 5년간 1조원을 투입해 관련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로 했다. 학부 과정에 반도체 연합 전공 등을 신설해 반도체 전문인력도 7000명 가량 양성한다. 

김 소장은 “KIST가 가지고 있는 하드웨어 플랫폼을 이용해 기업이나 대학 등과 응용 연구를 진행해 상용화에 가까운 연구결과를 내고자 한다”며 “외부 협력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앞으로의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욱 선임연구원과 박종길 선임연구원이 각각 개발한 뉴로모픽 반도체를 선보이고 있다. KIST 제공

이날 세미나에서는 김 소장 발표에 이어 김재욱 인공뇌융합연구단 선임연구원과 같은 연구단 소속 박종길 선임연구원의 연구성과 브리핑도 공개됐다. 이들 연구팀은 국내 최초로 두뇌 신경망의 동작 원리를 모사한 대규모 디지털 뉴로모틱 시스템 ‘뉴플러스’와 인간 두뇌처럼 경험을 통해 최적의 행동을 학습할 수 있는 아날로그 뉴로모픽 프로세서 ‘뉴로핏’을 개발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두 가지 설계기술의 강점을 각기 활용한 기술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김 선임연구원은 “향후 자율주행차를 비롯한 저전력 이동형 로봇에 운동 지능을 부여하는 핵심 AI 반도체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를 위해 확장 응용연구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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