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업체는 어떻게 하라고.." 휴게시설 의무화에 '울상'

곽용희 2022. 8. 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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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사업장에 휴게시설 설치 안하면 과태료
20인 이상 사업장은 대상
50인 미만 사업장은 내년까지 유예
경영계 "공간 확보 어려워"
노동계 "전체 사업장 제재해야"
특고 사업장은 포함 안돼
사진=한경DB


18일부터 전국 사업장에 휴게시설 설치가 의무화된다. 상시근로자수가 20인 이상인 사업장은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에 영세 사업장들은 공간 확보가 쉽지 않아 난감해 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과태료가 부과되는 사업장의 범위를 20인 미만 업체까지 전면 확대해야 한다며 정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18일부터 모든 사업장에 휴게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시행된다고 17일 밝혔다. 확보해야 하는 휴게시설 공간은 최소면적 6㎡, 높이 2.1m이다.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는 경우 15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매겨지며, 온도, 습도, 조명, 환경 기준 등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경우에도 최대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과태료 부과 대상 사업장은 상시 근로자 20명 이상 사업장(공사금액 20억원 이상 공사현장), 취약직종(전화상담원, 돌봄서비스 종사원, 텔레마케터, 배달원, 청소원 및 환경미화원,아파트 경비원, 건물경비원 등) 근로자를 2명 이상 사용하는 상시근로자 10인 이상 사업장이 대상이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부로부터 제공 받은 자료에 따르면 약 23만개 사업장이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다만 상시 근로자가 50인 미만인 사업장 및 공사금액이 50억원 미만인 공사현장은 과태료 부과 개시를 내년 8월 18일까지 1년간 유예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10월 31일까지 특별지도기간을 운영하되 이 기간 중 법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개선 계획서 제출을 요구하고 시설 공사에 필요한 시정 기간을 부여한다. 이를 거부할 경우 즉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 이후부터는 지방노동관서에 아예 휴게시설 전담감독관을 지정해 청소·경비 직종을 중심으로 집중 점검에 나선다.  

 ○노사 모두 아우성

다만 이 최소 설치 기준을 두고 노사 모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미 관련 설비가 갖춰진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문제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사업주는 "평당 임대료 등을 고려하면 영세업체들은 2평 이상의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일부 사업주들은 자포자기 하는 심정"이라며 "업종별 특성에 대한 구분없이 일괄 적용하라는 것도 보여주기식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여력이 부족한 곳이 많아 위법 사업장이 속출할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노동계도 불만이다. 민주노총은 17일 입장문을 내 "영세한 20인 미만 사업장에도 전면 적용해야 한다"며 "그밖에 △최소 면적 9제곱미터 △설치 및 관리 사항 노사 합의를 요구했으나, 노동부는 한 줄도 반영하지 않고졸속시행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정부는 휴게시설의 최소 설치 기준을 설정했을 뿐이며 그 이상의 조건은 노사 자율에 맡긴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인 사업장 별 설치 기준은 노사협의회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 협의체를 통해 마련하도록 한다. 다만 노사가 자율적으로 협의한 기준이라고 해도,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휴게시설 설치의 기준을 두고 추후 단체교섭 등에서 노사 간 쟁점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설치 시 고려하도록 정해 놓은 요건인 '동시 사용인원'이란 개념도 모호하다. 6㎡의 공간을 확보했다고 해도, 근로자 숫자 등 사업장 여건 등을 고려해 회사가 근로자 대표와 성실히 협의하라는 취지다. 이미 일부 서비스업체 노조들은 휴게시설 설치 및 관리 기준을 단협의 주요 쟁점 사항으로 삼고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추후 223억원을 쏟아 영세 사업장을 중심으로 휴게시설 설치나 설비·비품 구매비용을 일부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미설치 사업장이 2만곳(고용부 추산)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한군데에 100만원 꼴이라 큰 도움 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관심이 모아졌던 택배기사 등 특수형태근로 종사자들에게는 이번 개정 법령이 적용되지 않는다.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을 차용하고 있는데, 특고종사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특고 형태로 택배기사들을 대거 사용하고 있는 사업장들은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류경희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휴게시설은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여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중요 시설"이라며 "열악한 휴게 환경이 개선되도록 사업주들이 자발적으로 휴게시설을 설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하는 FAQ 

사업장이 여러군데인 경우는 어떻게 하나. 

별도 사업장이 하나의 사업장이라고 말할 정도의 독립성이 없다면 직근 상위 조직과 하나의 사업장으로 본다.
장소적으로 분리된 사업장의 경우엔 분리된 장소가 독립성이 있는지를 본다. 예를 들어 인사·노무·회계관리의 독립적 운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 본사와 지사가 독립된 사업장이라면 각 사업장 별로 상시근로자 수를 따진다. 예를 들어 본사에 15명, 지사에 15명이 있는 사업장이어도 이 둘을 독립 사업장으로 볼 수 있다면 20명 이상 사업장에 해당되지 않아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 

도급이나 파견의 경우 설치의무는 누가 지나.

휴게시설 설치의무는 '사업주'에게 있다. 따라서 도급인과 수급인, 관계 수급인모두에게 휴게시설 설치 및 유지 의무가 있다. 수급인과 관계수급인이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하도급 근로자들을 위해 휴게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도급인은 휴게시설 설치에 필요한 장소를 제공하거나 도급인이 설치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조를 해야 한다. 
파견 근로자의 경우엔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용 사업주'에게 휴게시설 설치 의무가 부여된다. 

우리 회사는 단시간 근로자와 외근직 근로자가 대다수다. 그래도 설치해야 되나.  

정규직(무기계약직)은 물론 기간제, 일용직, 단시간 근로자도 포함된다. 파견근로자도 포함된다. 외근근로자나 고객서비스 기사 처럼 주로 사업장 밖에서 활동하는 근로자도 포함된다. 

영업시설과 조금 떨어진 곳에 그나마 공간이 있다. 그 곳에 휴게시설을 설치해도 되나. 

가급적 사업장 내 설치를 권고한다.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가까운 곳에 설치해야 한다. 또 화재나 폭발 위험이 없고, 유해위험 장소에서 떨어진 안전한 장소에 설치돼야 한다. 다만 격벽 등을 설치해 유해물질로 부터 안전하게 차단된 경우에는 '떨어진 장소'로 볼 수 있다. 

공간은 6㎡만 확보하면 되는 건가. 

현행법상으로는 그렇다. 다만 노사가 협의해서 더 좋은 조건으로 합의를 한다면, 새로운 기준이 된다. 협의된 기준도 위반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동일한 휴게시간 내에 휴게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근로자 숫자(동시 사용인원) 등 사업장 여건 등을 고려해 근로자 대표와 성실히 협의해야 한다. 협의를 게을리 할 경우 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통해 간접적인 제재 가능성도 열려 있어 주의를 요한다.  

도저히 휴게시설을 설치할 여력이 안 된다. 공동 휴게시설을 설치할 수는 없나. 

20인 미만 사업장들이 모여 공동휴게시설을 설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산업단지 등에서 허용할 예정이다. 다만 최소 바닥면적은 공동휴게시설 설치에 참여하는 기업 숫자에 6㎡를 곱한 수준이 돼야 한다. 정부 지원은 산업단지 공동휴게시설 등에 우선될 방침이다. 

아파트의 경우 설치의무자는 누구인가. 

경비업무를 위탁 경영하는 경우엔 아파트 입주자들의 협조를 얻어 위탁 받은 회사가 설치 책임을 진다. 아파트 측이 경비원을 직접 고용한 경우엔 입주자대표회의가 설치의무자가 된다. 

경비실 등도 휴게시설로 봐야 하나. 

업무 공간과 쉴수 있는 공간이 분리돼있는지, 쉬는 동안 입주민등의 간섭이나 방해 받지 않고 온전히 휴식시간으로 기능하는 장소인지를 종합적으로 따져 봐야 한다. 

특수형태근로 종사자도 설치 대상인가.  

산업안전보건법은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만 대상으로 한다. 특고 근로자들은 노조법상 근로자인 경우는 있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않는다. 따라서 이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다만 근로복지기본법 등의 취지 등을 고려하면 특고 근로자에 대한 적용도 점차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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