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미제' 제주 변호사 살인 사건 23년 만의 유죄 판결에 피해자측 오열(종합)

오미란 기자 2022. 8. 17. 11:4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변호사 살해 혐의 50대 무죄→유죄
항소심 재판부 "미필적 고의 있어..공동정범 인정"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 ⓒ News1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제주의 대표적인 장기미제사건인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과 관련해 살인 범행을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피해자 측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법정 안팎에서 오열했다.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재판장 이경훈 부장판사)는 17일 오전 살인, 협박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모씨(56)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고 김씨의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김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김씨의 협박 혐의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은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김씨에게 유족에 대한 접근 금지, 흉기 소지 금지 등을 조건으로 한 5년 간의 보호관찰을 명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제주의 한 폭력범죄단체 '유탁파'의 행동대장급 인사였던 김씨는 1999년 8~9월 사이 누군가로부터 현금 3000만원과 함께 '골치 아픈 일이 있어 이모씨(당시 44세·검사 출신 변호사)를 손 봐 달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후 김씨는 2~3개월 간 동갑내기 조직원인 손모씨(2014년 사망)와 함께 범행을 공모했고, 끝내 손씨는 그 해 11월5일 새벽 제주시의 한 도로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B씨의 복부와 가슴을 세 차례 찔러 끝내 B씨를 살해했다.

원심 재판부인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당시 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지난 2월17일 선고공판에서 김씨가 본인의 자백 취지의 인터뷰를 방영한 한 방송사 PD를 협박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하고 살인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원심 재판부는 "검사가 제시한 증거는 상당 부분 가능성에 대한 추론에 의존한 것"이라며 "주범(손씨)의 범행 경위 만으로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검찰은 원심 판결에 사실을 오인하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고 형량도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장을 냈고, 김씨 역시 형량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장을 내 이번 항소심이 열리게 됐다.

제주 대표 장기미제 사건인 '제주 변호사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김모씨(56)가 지난해 8월18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2021.8.20/뉴스1ⓒ News1 오현지 기자

재판 끝에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재판부와 달리 검찰의 의견을 받아들여 김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손씨가 이 사건 범행에 특별 제작한 흉기를 이용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손씨의 행위로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었다"며 "피고인은 공동정범으로서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적어도 미필적 고의를 갖고 손씨와 공모해 피해자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것으로 죄질이 무겁다"며 "피고인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 사건 당시 피해자의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형언하기 힘든 점, 피고인이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과거 피해자 이씨의 변호사 사무소 사무장이었던 고경송씨(57)는 김씨의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자 방청석 의자를 내내 부여잡고 크게 오열했다.

고씨는 선고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변호사님(피해자) 유족이 고통 속에 살아 온 지난 23년의 세월에 비하면 너무 적은 형량이지만 오늘의 결과가 있기 까지 지켜봐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어렵게 입을 뗐다.

고씨는 이어 "산소에 갈 때 마다 범인이 잡히든 안 잡히든 그냥 이제는 편히 쉬시라고 말씀드렸던 생각이 난다"면서 "변호사님께 아들이 하나 있는데, (변호사님께서) 그 아이가 앞으로 가는 길을 잘 돌봐 주시길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 사건은 2014년 11월4일 공소시효 만료로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았으나 6년 뒤인 2020년 6월27일 방송을 통해 김씨의 자백 취지의 인터뷰를 접한 경찰이 재수사에 들어가면서 실마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결국 김씨는 지난해 6월23일 캄보디아 현지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적발돼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검경은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기간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형사소송법 제253조를 들어 김씨를 수사해 왔다.

mro122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