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부분 도입되는 고교학점제, 어떻게 달라지나
박성민기자 2022. 8. 17. 11:40
현 중학교 1학년이 고등학교에 가는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실시된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적성과 진로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골라 듣고 일정 학점을 채우면 졸업하는 제도다. 현재는 수업일수의 3분의 2만 채우면 졸업이 가능하다. 반면 절대평가인 ‘성취평가제(A~E등급)’가 도입되는 고교학점제에서는 학업성취율이 40% 이상이어야 한다.
당장 내년부터 달라지는 부분도 있다. 내년 고교 신입생부터 수업량 기준이 ‘단위’에서 ‘학점’으로 바뀐다. 3년 간 총 수업 시간은 현재 2890시간(204단위)에서 2720시간(192학점)으로 170시간 줄어든다. 공통과목인 국영수의 학업성취율이 40%에 못 미치면 보충수업을 받는 ‘최소 학업성취수준 보장 지도’를 해야 한다.
학교와 교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선택과목 확대를 중심으로 시범운영을 해 왔지만 앞으로는 성취율 평가와 기준 미달 학생 지도 방법도 준비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학교 현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학교별 선택과목 운영 능력차 커
전남 화순군에 위치한 능주고는 과목 수가 2018년 48개에서 올해 86개로 늘었다. 2019년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지정되면서 선택과목을 꾸준히 확대해 온 결과다. 이 중 16개는 정규교과 외 맞춤형 강좌와 대학연계 교육 과정이다. 선행학습 후 토론 중심으로 수업하는 ‘플립드 러닝(Flipped-Learning)’ 형태의 과목도 많다. 연극 형식을 도입한 경제 수업, 방탈출 게임으로 흥미를 높인 세계사 수업 등도 인기다.
수업 개설은 학생들의 수요를 최대한 반영한다. 1학년 1학기 말에 희망 수업을 조사한다. 교사들이 개설하기 어려운 수업은 교육청이나 지역 대학에 요청해 전문가를 초빙한다. 정선호 능주고 교육과정부장은 “도입 초기에는 입시 결과가 나빠질까봐 걱정이 많았지만, 오히려 학교생활기록부의 내용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줘 입시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학교가 이런 여건을 갖춘 건 아니다. 교사가 부족한 학교는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에 부담을 느낀다. 학생들의 요구에 맞는 실습 장비 등을 갖추는 것도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학교에서나 가능하다. 경남의 한 고교 교사는 “인공지능 등 학생의 관심은 갈수록 다양해지는데 가르칠 교사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 객관적인 성취율 판단 기준 있어야
학생들의 성취율을 어떻게 평가할지 혼란스러워하는 교사도 많다. 그동안 고교 내신평가는 시험과 수행평가 성적을 기반으로 한 ‘상대평가’였다. 하지만 3년 뒤엔 △A(90% 이상) △B(80% 이상¤90% 미만) △C(70% 이상¤80% 미만) △D(60% 이상¤70% 미만) △E(40% 이상¤60% 미만)로 학생을 ‘절대평가’해야 한다. 성취율 40% 미만은 I(Incomplete·미이수)로 분류돼 보충 수업을 듣고 성적을 E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일각에서는 A등급 비율이나 미이수율이 학교 수준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는 것을 우려한다. 주위 평가를 의식에 A, B 등급을 후하게 주는 ‘학점 인플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인 서울 동국대부속여고 김용진 교사는 “우선 시험이나 수행평가 성적을 기반으로 성취율을 평가하겠지만 더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학교가 상위권 학생 지도와 평가에만 관심을 가진 측면이 있다”며 “하위권 학생을 관리하고 미이수율을 낮출 수 있는 노하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공통과목에는 미이수제를 적용하지 말자는 주장도 나온다. 고교학점제 시행 후에도 공통과목에는 1~9등급의 상대평가를 학생부에 병기하도록 돼 있는데, 미이수제가 학생들의 성적 산출에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11일 교육부가 주최한 고교학점제 정책 토론회에서 홍원표 연세대 교수는 “미이수제를 선택과목에만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대입제도와 상충” 우려도
고교학점제가 현재의 대입제도와 상충하는 것도 문제다. 입시 위주의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난다는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인정하더라도, 최근 대입은 다시 정시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공대를 가겠다면서 선택과목으로 물리 대신 수능에서 점수받기 유리한 생명과학 수업을 택하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학생과 학부모, 교사 36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고교학점제 운영 시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학교교육과 대입제도의 불일치’를 선택한 응답자가 29.4%로 가장 많았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지금도 학생부종합전형이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강한데 ‘고교학점제가 공정하다’고 학부모들이 받아들일지 미지수”라며 “커리큘럼이 더 좋은 특수목적고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장 내년부터 달라지는 부분도 있다. 내년 고교 신입생부터 수업량 기준이 ‘단위’에서 ‘학점’으로 바뀐다. 3년 간 총 수업 시간은 현재 2890시간(204단위)에서 2720시간(192학점)으로 170시간 줄어든다. 공통과목인 국영수의 학업성취율이 40%에 못 미치면 보충수업을 받는 ‘최소 학업성취수준 보장 지도’를 해야 한다.
학교와 교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그동안 선택과목 확대를 중심으로 시범운영을 해 왔지만 앞으로는 성취율 평가와 기준 미달 학생 지도 방법도 준비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으면 학교 현장의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학교별 선택과목 운영 능력차 커
전남 화순군에 위치한 능주고는 과목 수가 2018년 48개에서 올해 86개로 늘었다. 2019년 ‘고교학점제’ 선도학교로 지정되면서 선택과목을 꾸준히 확대해 온 결과다. 이 중 16개는 정규교과 외 맞춤형 강좌와 대학연계 교육 과정이다. 선행학습 후 토론 중심으로 수업하는 ‘플립드 러닝(Flipped-Learning)’ 형태의 과목도 많다. 연극 형식을 도입한 경제 수업, 방탈출 게임으로 흥미를 높인 세계사 수업 등도 인기다.
수업 개설은 학생들의 수요를 최대한 반영한다. 1학년 1학기 말에 희망 수업을 조사한다. 교사들이 개설하기 어려운 수업은 교육청이나 지역 대학에 요청해 전문가를 초빙한다. 정선호 능주고 교육과정부장은 “도입 초기에는 입시 결과가 나빠질까봐 걱정이 많았지만, 오히려 학교생활기록부의 내용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줘 입시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학교가 이런 여건을 갖춘 건 아니다. 교사가 부족한 학교는 다양한 선택과목 개설에 부담을 느낀다. 학생들의 요구에 맞는 실습 장비 등을 갖추는 것도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학교에서나 가능하다. 경남의 한 고교 교사는 “인공지능 등 학생의 관심은 갈수록 다양해지는데 가르칠 교사가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 객관적인 성취율 판단 기준 있어야
학생들의 성취율을 어떻게 평가할지 혼란스러워하는 교사도 많다. 그동안 고교 내신평가는 시험과 수행평가 성적을 기반으로 한 ‘상대평가’였다. 하지만 3년 뒤엔 △A(90% 이상) △B(80% 이상¤90% 미만) △C(70% 이상¤80% 미만) △D(60% 이상¤70% 미만) △E(40% 이상¤60% 미만)로 학생을 ‘절대평가’해야 한다. 성취율 40% 미만은 I(Incomplete·미이수)로 분류돼 보충 수업을 듣고 성적을 E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
일각에서는 A등급 비율이나 미이수율이 학교 수준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는 것을 우려한다. 주위 평가를 의식에 A, B 등급을 후하게 주는 ‘학점 인플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인 서울 동국대부속여고 김용진 교사는 “우선 시험이나 수행평가 성적을 기반으로 성취율을 평가하겠지만 더 객관적인 판단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학교가 상위권 학생 지도와 평가에만 관심을 가진 측면이 있다”며 “하위권 학생을 관리하고 미이수율을 낮출 수 있는 노하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공통과목에는 미이수제를 적용하지 말자는 주장도 나온다. 고교학점제 시행 후에도 공통과목에는 1~9등급의 상대평가를 학생부에 병기하도록 돼 있는데, 미이수제가 학생들의 성적 산출에 혼선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11일 교육부가 주최한 고교학점제 정책 토론회에서 홍원표 연세대 교수는 “미이수제를 선택과목에만 적용하는 방안도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대입제도와 상충” 우려도
고교학점제가 현재의 대입제도와 상충하는 것도 문제다. 입시 위주의 획일적인 교육에서 벗어난다는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인정하더라도, 최근 대입은 다시 정시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공대를 가겠다면서 선택과목으로 물리 대신 수능에서 점수받기 유리한 생명과학 수업을 택하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학생과 학부모, 교사 36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고교학점제 운영 시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학교교육과 대입제도의 불일치’를 선택한 응답자가 29.4%로 가장 많았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지금도 학생부종합전형이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강한데 ‘고교학점제가 공정하다’고 학부모들이 받아들일지 미지수”라며 “커리큘럼이 더 좋은 특수목적고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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