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의 시:선(詩:選)>지금이 미래

기자 2022. 8. 1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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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다음 며칠 후 전주에 있는 한 고등학교의 초청으로 강연을 가게 되었다.

요즘 나는 미래를 살고 있는 기분이다.

어릴 적 교과서의 좋지 않은 예로 제시된 미래.

나는, 이 모든 일이 미래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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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거꾸로 익어가는 과일 같다/ 한입 베어 물면 과즙이 뚝뚝 흐르는 것으로부터/ 이가 들어가지 않는 단단함을 향해// 우리는 미래에게 목덜미를 잡힌 것 같다/ 뒤로 걸으면서 앞을 보기를 멈출 수 없는 것 같다// 한쪽 현실을 바라보는 사이 또 다른 현실이 흔들리며 흩어지네’ - 김리윤 ‘이야기를 깨뜨리기’(시집 ‘투명도 혼합 공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다음 며칠 후 전주에 있는 한 고등학교의 초청으로 강연을 가게 되었다. 큰일이 있고 나면, 확실하다 믿고 있던 것들을 의심하게 된다. 견고해 보이던 도로가 움푹 꺼진다든지, 맨홀 뚜껑이 사라져버린 것을 목격하고 나면 평소 안전하다 여겼던 기차 안에서 불안을 느끼거나, 차창의 빗자국이 흉터처럼 무섭게 느껴지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만은 아니다.

요즘 나는 미래를 살고 있는 기분이다. 어릴 적 교과서의 좋지 않은 예로 제시된 미래.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는 이상 기후가 특히 그렇다. 폭염 가뭄 폭우. 눌러 담았던 것이 폭발하듯 사방에서 문제가 발생하니 결론에 도달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 모든 일이 미래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미래라는, 이상토록 희망적인 단어에 모든 책임을 맡겨두고 있었다. 우리는. ‘어떻게든 될 거야’ 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지. 그 미래가 지금이다. 개학 전날 미뤘던 방학 과제를 하는 아이처럼, 해야 할 일들만 생각해야 할 때다. 둘 중 하나이다. 일단 덤벼들어 해결하려고 하거나, 손을 놓고 속수무책 허둥지둥대거나.

강연을 마치고 한 학생이 내게 말했다. “저는 시인이 꿈이에요. 나중에 꼭 시인이 되어서 인사드릴게요.” 무언가에 깊이 찔리는 기분이었다. 어린이의 미래를 어떻게 장담해줄 수 있을는지 자신이 없다. 나는 “그래요. 우리 꼭 좋은 미래에 만나요” 하고, 간신히 대답해주었다. 시인·서점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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