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ATM 6개월 새 6000대 사라졌다.. "현금 대신 간편결제"

허지윤 기자 2022. 8. 17.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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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이 전국 곳곳에 배치 운영 중인 자동화기기(ATM)는 6개월 새 약 6000대가 줄었다. 현금 수요는 줄고, 결제와 입·출금 등 각종 금융 거래를 온라인으로 하는 경향이 짙어진 영향이다.

17일 4대 금융지주가 각각 공시한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4대 은행의 지난 6월 말 ATM 수는 작년 12월 말(1만8457대)보다 5887대(약 32%) 줄어든 총 1만2570대로 집계됐다. 2020년 말 4대 은행 전국 ATM 수는 1만9539대였다.

그래픽=손민균

◇ 전국서 사라지는 ATM… 영업지점도 꾸준히 줄어

4대 은행 모두 ATM을 줄이는 추세다. 6월말 기준 현재 KB국민은행의 ATM 수는 4984대로, 전년 말보다 331대 줄었다. 신한은행 ATM은 전년 말보다 268대 줄어든 4966대다. 우리은행은 전년 말보다 273대 줄여 4070대를, 하나은행은 전년 말보다 31대 줄인 3534대를 각각 운영 중이다.

은행들은 ATM을 찾는 발길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금 대신 스마트폰 은행 앱과 간편결제 서비스, 신용카드 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등 금융 거래의 중심축이 현금·오프라인에서 디지털·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영향이 크다.

업계에 따르면, ATM 한 대 당 구입·설치 비용 1000만원 안팎이다. 반면 은행이 받는 ATM 수수료는 건당 700원~1600원대(영업시간외 포함)다. 은행 입장에선 수요는 줄어든 반면 유지·보수 비용이 발생하다 보니 ATM이 수익에는 큰 도움이 안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은행들이 영업지점 수를 줄이는 통·폐합을 이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4대 은행 점포 수는 작년 3303개 지점에서 6월 말 기준 2754개 지점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 간편결제 경쟁 격화… 시장 규모 지난해 35% 성장

은행과 카드, 보험사를 거느린 주요 금융그룹들은 급성장하는 간편결제 시장을 잡기 위한 디지털 경쟁력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간편결제란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에 등록해 지문인식이나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한국은행이 올해 초 낸 ‘2021년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 데이터’를 토대로 추정한 작년 간편결제 서비스 총 이용 금액은 약 22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다.

삼성의 스마트폰 결제 시스템 '삼성페이' 시연 모습

현재 4대 은행은 간편결제 시장에서 금융업계 후발주자보다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 카카오, 네이버, 토스 등은 ‘페이(PAY·간편결제)’ 서비스를 기반으로 금융시장에서의 고객과 점유율을 확대하며 급성장했다. 최근에는 국내 유통가에서도 자체 결제 시스템 구축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런 시장 환경 변화는 기존 금융업계에는 위협적 상황이기도 하다. 금융 소비자의 이용 경향이 단순히 간편 결제와 송금 서비스에서 그치지 않고 선불·계좌 연동·여수신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간편 송금, 정산 등으로 플랫폼에 처음 유입된 사용자들이 대출·투자·보험 등 금융서비스를 교차 사용하면서 실질적인 매출 증가에 기여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이 간편결제 서비스를 강화하며 고객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그룹은 이달 우리은행과 우리카드가 함께 ‘통합결제 플랫폼’을 내놨다. 우리은행 계좌나 우리카드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개인고객도 우리은행 우리WON뱅킹이나 우리카드 애플리케이션에서 그룹 통합결제 플랫폼을 간편결제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 데 초점을 뒀다.

KB국민은행은 Z세대를 겨냥한 앱 ‘리브 Next’ 내에 페이(Pay) 기능을 탑재하고, 리브포켓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결제수단과 결제채널을 확대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애플워치에서도 결제가 가능한 카카오페이앱 최신 버전을 선보였다. 네이버페이는 오프라인 현장 결제를 늘리기 위해 오프라인 가맹점을 늘리고, 포인트를 주는 혜택도 마련했다.

간편결제 시장을 두고 벌이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조아해 삼성증권 금융팀 애널리스트는 “간편결제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결제사들은 최근 국내 온·오프라인을 넘어 해외 영역까지 결제 환경을 다변화하고 있고, 디지털 화폐 기반 결제 시스템도 구축해 나가고 있다”면서 “결제 외에도 대출중개, MTS 등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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