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뇌졸중 평가, 병원 45곳 중 43곳 1등급.. 간호사 숨진 아산병원도 1등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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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급종합병원 45곳 가운데 43곳이 최근 정부의 뇌졸중 대응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소속 간호사가 뇌출혈(뇌졸중의 한 종류)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응급치료에 대한 의료체계 개선안 마련에 나섰지만, 종합병원에 대한 정부 평가가 뇌출혈 등 응급환자 대응에 있어서는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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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아산병원·화순전남대 빼고 모두 1등급
경증 환자나 재활 환자에 집중한 평가
"현실에 맞게 평가 기준 개선해야"
국내 상급종합병원 45곳 가운데 43곳이 최근 정부의 뇌졸중 대응 평가에서 1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아산병원 소속 간호사가 뇌출혈(뇌졸중의 한 종류)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응급치료에 대한 의료체계 개선안 마련에 나섰지만, 종합병원에 대한 정부 평가가 뇌출혈 등 응급환자 대응에 있어서는 무의미하다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나온다.
17일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결과(9차) 1등급 의료기관 리스트’에 따르면 국내 상급종합병원 45곳 중 강릉아산병원과 화순전남대를 제외한 43곳이 1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화순전남대가 암을 전문으로 하는 암센터인 것을 고려하면 국내 상급종합병원 중 단 1곳만 빼고 1등급을 받은 것이다. 소속 간호사가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해 사망한 아산병원도 최근 10년 동안 6차례 평가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 적정성 평가는 병원들이 뇌졸중 환자에게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4개월 이상 상근하는 신경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전문의, 과목 수에 따라 산출한다. 이 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을수록 정부 지원금을 많이 받게 되는데, 단순히 항목만 채우면 쉽게 1등급을 받는 구조인 것이다.
평가 항목에는 뇌졸중 환자가 뇌출혈 등으로 쓰러져 응급 치료가 필요한 상황에 대해서는 평가하는 항목이 애초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행 뇌졸중 적정성 평가는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들이나 재활 환자에 집중한 데 따른 것이다.
뇌졸중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뇌혈관이 막히면서 뇌의 일부가 손상되는 ‘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져 주변 뇌가 손상되는 ‘뇌출혈’로 구분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뇌졸중은 드문 질환이 아니다”라며 “그러다 보니 증상이 심하지 않은 환자를 기준으로 진료를 표준화하게 됐고, 뇌혈관이 막혀서 뇌가 부었거나 뇌출혈 등으로 급히 손을 써야 하는 응급 상황 대응에 정책이 실효성을 갖지 못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료 정책은 수혜를 입는 환자의 숫자에 따라서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숫자가 적은 응급 환자에 대한 고민이 도외시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심평원의 평가가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응급 수술이 높은 수가를 적용해야 하는 의료 현실과는 동떨어지고, 나아가 병원을 평가하는 변별력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석근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중환자를 다루는 최전선에 있는 신경외과 의사들은 정작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느라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를 하지 못한다”며 “현행 정부 의료 정책은 이순신 장군은 남해안에서 전투를 하고 있지만, 정작 전투 세부 지침은 한양에 있는 문관들이 좌지우지하는 꼴이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평소에 현장에 투입돼 응급환자를 다루는 의사들이 정책 입안에 참여해야 현실성 있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라며 “응급 수술에 대한 평가 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서울아산병원 사태를 계기로 응급의료 관련 체계 마련 나선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당장 아산병원에 중증응급 관련 의료진에 대한 원내 휴가 규정 마련할 것을 행정지도했다. 이 밖에 전국 상급종합병원에도 중증응급 의료진 휴가 관련 원내 규정 정비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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