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취임 100일, 윤 대통령만 모르는 지지율 하락의 이유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과정에서 여러 잡음이 나오긴 했지만, 청와대를 용산으로 옮긴 건 충분히 평가받을 만했다. 역대 많은 대통령이 공약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던 일이었다. '경호'를 주된 이유로 들었지만, 그것이 본질적 이유가 아닌 건 대부분이 알고 있다. 세상과 차단된 그곳으로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는 것을, 그 편안함을 한번 경험하면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청와대 이전 · 한미 정상회담으로 시작한 임기
지난 6월, 나토 정상회의 참석도 여러 의미에서 평가할 부분이 있었다. 러시아는 물론 중국에도 공식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한 나토 회의 참석은 한국의 외교 노선을 지나치게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비판은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역시 신냉전 구도가 강요하는 줄서기를 한국만 거부하기 힘든 현실도 감안할 필요가 있었다. 전 정부의 밀착 노력에도 오히려 갈등적이었던 중국에 대한 외교 노선을 어떤 방향으로 정해야 할지 고민할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대의 국정 지지도에도 "특별감찰관보다 내각 구성이 우선"
그럼에도 취임 100일 시점이라기에는 낮아도 너무 낮은 지지율이다. 근본 원인은 윤 대통령 스스로에게 있다. 검찰 출신 중심의 측근 인사 기용,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비선 및 사적 채용 논란 등이 지지율 하락의 주된 이유로 지목됐다. 이에 대한 비판은 숱하게 제기됐고, 대책으로 특별감찰관 임명 등이 거론됐지만 아무것도 이뤄진 것은 없다.
참모들의 역할은 제한될 수밖에 없는 출근길 문답
지금부터는 긍정 평가 요인일 수도 있지만, 주요한 부정 평가의 이유로 변화한 부분에 대한 것이다. 대통령실이나 여권 관계자들은 출근길 문답에 대한 윤 대통령의 애착이 크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혹시나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불통으로 평가받은 문재인 전 대통령과 자신의 차별성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출근길 문답이라고 생각했다면 너무 나이브한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알았어야 했다. 출근길 문답은 오롯이 자신이 주인공일 수밖에 없다는 것, 대통령의 말을 직접 듣는 게 일상화될수록 참모들의 역할은 제한되고 변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윤 대통령은 알았어야 한다.
부정 평가의 주요 이유를 제공한 윤 대통령의 답변과 태도
대통령에게 바라는 국민의 복합적 기대
변화와 진정성은 대통령 스스로 입증해야
이런 상황을 해결할 가장 손쉬운 방법은 대통령의 말을 다시 구름 위로 올리고, 대통령의 모습을 다시 장막 뒤로 숨기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돌아갈 책임을 참모들이 나눠 지고, 혼선이 발생하면 대통령은 평가자이자 해결사로서 가끔 등장시켜 권위를 부여하는 손쉬운 방식이다. '극장정치', '의전정치'로 멸칭되긴 했지만 효과가 입증된 방식이다.
하지만, 출근길 문답이 뉴노멀이 된 지금 상황에서 다시 과거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것은 퇴행일 뿐이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 스스로 준비하고 변화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변화를 위한 시간은 길지 않다. 대통령실 관계자들 중에 "국민들이 언젠가는 윤 대통령의 진정성을 알아줄 때가 올 것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팍팍한 일상 속에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국민들은 언제가 될지 모를 그때까지 기다려줄 여유와 이유가 없다. 윤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한다.
변화를 위해선 무엇을 위한 변화인지, 그 목표부터 설정해야 한다. "아마추어는 자기만 즐거우면 된다. 프로는 자기를 믿고 선택해준 사람들을 위해 직업 생명을 걸고 임한다. 지금 윤 대통령은 마치 모든 인생의 목표를 다 이룬 사람처럼 보인다." (양향자 무소속 의원) 취임 100일을 맞은 오늘 윤 대통령이 가장 뼈저리게 곱씹어 봐야 할 말이다.
박원경 기자seagul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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