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좌 완등은 3명뿐" 국제 연구진 주장 논란

오영훈 입력 2022. 8. 17. 09: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증거 부족으로 완등자 없어"..국내 산악계 대응 예고
2021년 가을 마나슬루 정상부의 드론 사진. 정점에 접근하기 위해 아래 우측으로 접근하고 있다. 수많은 등반가들이 사진 중앙 부분까지만 오르고 내려갔다. 사진 잭슨 그로브스.

독일의 산악기록가 에버하르트 주르갈스키를 중심으로 한 국제 연구진이 그동안 히말라야 8,000m 14좌를 모두 완등한 사람은 단 3명뿐이라고 발표해 논란이 예상된다. 현재까지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한 것으로 알려진 산악인은 총 52명이다.

주르갈스키는 자신이 운영하는 고산등반 기록 웹사이트 8,000ers.com을 통해 10여 년간 축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역대 등정 진위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가장 큰 쟁점은 안나푸르나1, 다울라기리1, 마나슬루다. 안나푸르나1은 정상이 능선으로 형성돼 있고 돌출부는 여러 곳이다. 이 중 정점은 오차 범위 1m 이내 두 곳이고, 이외 총 7곳의 돌출부가 있는데 많은 등반가가 정점 두 곳이 아닌 다른 곳까지만 오르고 내려왔다고 한다.

다울라기리1 역시 정상 앞뒤로 각각 60m와 140m 떨어진 곳의 돌출부까지만 오르고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다. 마나슬루는 정상 35~50m 못미처 솟은 바위에 길이 가로막히고 능선 방향이 바뀌는데 여기서 날카로운 칼날능선으로 등반이 갑자기 무척 어려워진다. 그동안 2,300여 건의 등정 주장이 이곳을 돌파하지 않고 끝마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에스터스, 구스타프손, 푸르자만 완등

과거에 진짜 정점을 오르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다. 단순한 착오, 즉 올라선 곳이 가장 높은 곳인 줄 알았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는 정확한 정점에 대한 자료가 충분히 축적됐다. 더 높은 곳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허용되는 오차 범위 안에 있다고 여겼던 경우도 많다.

물론 등정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거짓을 말했을 가능성도 있다. 가령 세계 최단 기간 14좌 완등자인 니르말 푸르자는 마나슬루와 다울라기리에서 진짜 정상에 오르지 않고서도 완등이라고 주장했고, 이듬해 이 산들을 다시 찾아 진짜 정점을 오르기도 했다.

주르갈스키에 따르면 14좌 각각의 진짜 정상을 모두 오른 사람은 3명뿐이라고 한다. 에드먼드 비에스터스(미국, 2005년), 베이카 구스타프손(핀란드, 2009년, 무산소), 니르말 푸르자(네팔, 2021년, 최단기간, 2년 5개월 15일)다. '살아 있는 전설' 라인홀트 메스너를 포함, 예지 쿠쿠츠카(폴란드) 등 유명 산악인들 모두 1~2개 정도 산의 실제 정상을 못 올랐다고 한다. 메스너는 안나푸르나에서 실제 정점보다 5m 아래 있는 다른 봉우리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주르갈스키는 "8,000m 등반의 역사는 완전히 다시 써야 한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다만 고의든 과실이든 맞는 게 맞는 것이고 틀린 건 틀린 것이다"라며 "이 연구는 현재 진행 중이므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면 각국 산악계에서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밝혔다. 또 그는 "아직 생존해 있고 등반을 계속할 여력이 된다면 다시 시도해 진짜 정점을 오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현재 14좌 완등자 52명 중 사망자는 6명이다.

또한 주르갈스키는 "대부분이 명성에 금이 갈까봐 이런 지적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를 접한 산악 기록 단체 <히말라야데이터베이스>는 주르갈스키 연구진의 이같은 노력을 치하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기록을 바꾸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편 많은 산악인들이 이번 발표에 반응하고 있다. 일단 주르갈스키의 "정상은 논의할 여지 없는, 지리적으로 산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는 정의에는 다들 공감을 표했다. 이탈리아 여성 등반가 니베스 메로이는 자신이 마나슬루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는 지적을 인정하면서도 "서커스처럼 변해 버린 그곳에 다시 갈 생각을 하면 끔찍하다. 또한 히말라야는 이제 너무 비싸다"고 했다. <익스플로러스웹>의 편집인 안젤라 베나비데스는 "메스너, 쿠쿠츠카 시대와 요즘의 정상 수집형 등반가와 일방적인 비교는 안 된다"면서 "시대적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다울라기리 정상부. 정상은 S이지만, 많은 등반가가 예전에는 P지점을, 근래에는 WRF 지점을 정상으로 오인하고 돌아섰다. 사진 보얀 페트로프.

마나슬루 정상 등정 한국인 0명

한국인 중 14좌를 완등했다고 알려진 이는 8명이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 따르면 이 중 실제 완등자는 한 명도 없다. 엄홍길(2000년 완등 주장)은 마칼루, 마나슬루 정상에 오르지 못했고, 다울라기리, 안나푸르나에서는 사진 등 정상 등정의 증거가 부족해 10개 봉 등정이라고 한다. 박영석(2001년 완등 주장, 2011년 사망)은 다울라기리, 마나슬루 미등정, 안나푸르나 증거 부족으로 11개 등정으로 표기됐다. 한왕용(2003년 완등 주장)은 다울라기리, 마나슬루, 안나푸르나 미등정으로 11개 등정, 오은선(2010년 완등 주장)은 칸첸중가, 다울라기리, 마나슬루 미등정으로 11개 등정, 김재수(2011년 완등 주장)는 마나슬루, 안나푸르나 미등정에 다울라기리 증거 부족으로 11개 등정, 김창호(2013년 완등 주장, 2018년 사망)는 다울라기리, 마나슬루, 안나푸르나 미등정으로 11개 등정, 김미곤(2018년 완등 주장)은 마칼루, 마나슬루 미등정, 다울라기리 증거 부족으로 11개 등정, 김홍빈(2021년 완등 주장, 2021년 사망)은 마나슬루, 안나푸르나 미등정, 다울라기리 증거 부족으로 11개 등정 등이다.

이외 그동안 12개 혹은 13개를 올랐다고 발표한 인물들의 등정 기록도 언급됐다. 한국에선 서성호(12개 봉 등정 주장, 2013년 사망)가 있으나 다울라기리, 마나슬루, 안나푸르나 미등정으로 총 9개만 오른 것으로 인정됐다.

주르갈스키 연구진은 국가별 14좌 등정 여부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마나슬루 등정자가 한 명도 없어 13좌 완등국으로 표기됐다. 14좌를 모두 완등한 국가는 11개로 집계됐다.

이번 발표에 대해 국내 산악계는 조직적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김창호, 서성호와 함께 히말라야 14좌 원정대를 이끌었던 홍보성 부산연맹 14좌 원정대 대장은 "안나푸르나는 사전에 GPS로 정점을 비교한 뒤 가장 높다고 여긴 곳을 찾아 올랐고, 마나슬루는 실제 정점에 올랐던 일본 원정대 보고서를 참고해 정점까지 어렵게 올랐으나 위태롭고 강풍이 불어 안전한 곳까지 내려와서 정상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며 "다울라기리는 해당 논란을 사전에 인지했으며 실제 정점을 오른 정상 사진이 있다. 곧 정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간산 2022년 8월호 기사입니다.

Copyright © 월간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