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대한 열정에.. 가수들의 잘못 고쳐주신 '호랑이 선생님'

기자 2022. 8. 1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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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가요무대를 이끌 당시 가수들의 잘못된 부분을 고쳐주는 '호랑이 선생님'으로도 유명했습니다.

선생님의 음악에 대한 열정, 가수들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가요무대 출연 가수들의 특징과 버릇을 워낙 잘 꿰고 있어 거기에 맞춰 연주해주시는 것으로 유명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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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 1월 29일 일본 도쿄 게이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일본 엔카협회 주최 한국 대중음악인 대표단 초청 행사장에서 고 김강섭(왼쪽 세 번째) 작곡가와 당시 방송예술진흥원 학장 시절 필자(〃네 번째). 맨 오른쪽은 가수 고 최희준(전 국회의원), 왼쪽 두 번째는 서봉석(KBS 편곡자) 한국측교류단 대표. 필자 제공

■ 그립습니다 - 작곡가 겸 지휘자 김강섭(1932~2022)

“선생님~~~.”

“왜? 김상희.”

김강섭 선생님에게 전화 드리면 늘 똑같이 무뚝뚝하셨지만, 한결같은 그 목소리. 오늘따라 그 목소리가 사무치게 듣고 싶습니다.

선생님이 우리 곁을 떠나셨다는 소식에 귀가 먹먹했고, 가슴이 막막했습니다. 맥박은 멈추는 듯했습니다.

수년째 신장병으로 투석하며 고생하신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게 한스럽기만 합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저는 물론이고, 가족들조차 임종을 지키지 못해 더욱 안타깝고 가슴이 아픕니다.

선생님은 KBS 관현악단장을 맡아 1985년 KBS 장수 가요 프로그램 ‘가요무대’ 출범 때부터 20년간 이끈 지휘자셨습니다. 1995년 정년퇴임 이후에도 2005년까지 상임지휘자로서 총 900회가 넘도록 가요무대를 이끌어 이 프로그램의 ‘산증인’으로 활약하셨습니다. 가요무대를 이끌 당시 가수들의 잘못된 부분을 고쳐주는 ‘호랑이 선생님’으로도 유명했습니다. 가수들이 노래 연습을 게을리했을 때는 눈물이 쏙 빠지도록 호통쳐 담당 PD가 그만하시라고 말릴 정도였지요.

그러나 전 선생님이 무섭지 않았어요. 선생님의 음악에 대한 열정, 가수들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가요무대 출연 가수들의 특징과 버릇을 워낙 잘 꿰고 있어 거기에 맞춰 연주해주시는 것으로 유명했지요. 그래서 출연 가수들은 다른 음악 프로그램보다 가요무대 출연이 편하다고 하나같이 평가하기도 했답니다.

특히 1960∼1970년대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 ‘빨간 선인장’ ‘즐거운 아리랑’ 등 다수의 노래를 작곡해 제가 불러 히트한 작곡가이기도 했습니다. 1975년 일본에서 열린 도쿄국제가요제에 저와 함께 선생님이 작곡하신 ‘즐거운 아리랑’으로 참가해 특별상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었지요. 그때 저는 선생님의 모습을 봤습니다. 오케스트라 앞에서 짧은 지휘봉으로 지휘하시다가 틀린 음을 정확히 지적하시던 그 모습. 그 뒷모습은 거장의 모습이었습니다.

선생님은 작곡가로 활동하며 가요 외에도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불러봤을 법한 군가도 여러 곡 만드셨습니다. ‘너와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로 시작하는 그 유명한 군가 ‘너와 나’와 ‘보람찬 하루 일을/ 끝마치고서’로 시작하는 ‘팔도 사나이’도 선생님의 작품이었지요. 선생님은 2018년 작고한 가수 최희준(본명 최성준)의 예명을 지어주고 가수로 데뷔시키기도 했습니다.

선생님. 이젠 누가 “왜? 김상희” 라고 그럴까요. ‘빨간 선인장’이나 ‘즐거운 아리랑’ 노래할 때 정박자를 지키라고, 누가 호통을 칠까요. 누가 스케이팅 왈츠에 맞춰 노래할 때 빙긋이 웃으며 응원해줄까요.

이제 곧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필 때입니다. 오는 25일 KBS 가요무대에서 ‘코스모스 피어 있는 길’을 노래하기로 약속했는데, 정작 선생님은 하늘나라로 멀리 가셨네요. 선생님은 저에겐 집안 어르신 같고, 무서운 음악 선생님이셨고, 다정한 맛 칼럼니스트이기도 하셨지요. 제 큰아들이 어렸을 때 당시 바빴던 우리 부부를 대신해 아들을 밤낚시에 데려가 낚시의 맛을 알게 해주셨습니다. 낚시하며 밤기운이 찰 때 아들에게 소주를 조금 마시게 하며 추위를 이기는 법, 낚싯바늘에 고기 밥 꿰는 법 등등을 자상하게 알려주셨지요. 지금도 큰아들놈은 가끔 자기 아들과 낚시를 간답니다.

선생님은 대중음악계에 끼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 1993년 화관문화훈장을 받으셨습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록 우리 곁을 떠나셨지만 늘 함께하실 것 같은 김강섭 선생님! 당신을 정말로 사랑합니다. 저 하늘나라에서는 부디 아프지 마시고 영면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코스모스를 닮고 싶어 하는 김상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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