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글로 위로를 전하는 박수빈씨의 낮고 고요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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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고 고요한 집 박수빈 씨는 어린 시절부터 마음을 위로하는 수단으로 글을 썼다.
"가족과 마음을 나누는 저녁은 또 내일을 살게 하는 힘이 되어줘요." 박수빈 씨는 앞으로도 낮고 고요한 집에서 충만한 시간을 살아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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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고 고요한 집 박수빈 씨는 어린 시절부터 마음을 위로하는 수단으로 글을 썼다. 알고 있는 낱말들을 모두 모아 아름다운 미래를 그려보기도 하고, 때로는 슬픔에 무너져버린 마음을 남기기도 했다. 그녀는 다른 누구의 글보다 지금까지 자신이 써온 글들을 읽으며 위안을 얻는다. 그녀에게 글을 쓰는 행위는 곧 스스로를 보살피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쌓여간 글들은 다른 이들에게까지 가 닿기 시작했다. “가슴속에 떠다니는 말들을 잘 모아 SNS를 통해 공유하기 시작했더니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분들이 하나, 둘 생기더라고요. 전 멋지고 좋은 글을 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더 부담 없이 솔직한 글을 쓰면서 많은 분과 소통하고 있어요.” 박수빈 씨의 집은 그녀가 쓰는 섬세하고 차분한 글을 닮았다. 가구는 모두 키가 낮고, 조명 역시 있는 듯 없는 듯 가만하게 자리한다. 천장이 낮은 편이라 답답한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한 전략이기도 했는데, 그 덕분에 무엇 하나 유별나지 않은 ‘낮고 고요한’ 집을 완성할 수 있었다. 거실의 소파 테이블과 사이드보드는 유행하는 가구를 들이기 싫어 특별히 주문 제작했다고. 대리석의 한 종류인 트래버틴으로 만들었는데, 충격에 약해 늘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하지만 가족 모두 그녀의 차분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을 닮아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다.
“ ‘낮고 고요한 삶’이라는 말을 좋아해요. 치열하게 살아온 젊은 시절을 지나 세련되진 않아도 내게 잘 어울리는 걸 찾을 줄 아는 나이가 됐어요. 덕분에 고요한 마음으로 집을 돌볼 시간도 충분해졌죠.”
엄마, 아내, 수빈의 자리 박수빈 씨의 집에는 ‘엄마의 책상’이 있다. “엄마의 책상은 식탁이잖아”라는 아이의 말을 듣고 달려나가 사온 책상이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녀가 처음부터 지금처럼 낮고 고요한 마음으로 살 수 있었던 건 아니었다. 타인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하며 경쟁하던 삶에 익숙했기에 누구 하나 “주부의 일을 정말 잘하고 계십니다” 하고 칭찬해주지 않는 생활이 공허하게 느껴진 날도 많았다. 사회에서의 경력을 내려두고 주부의 삶을 사는 것이 누군가에게 진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애쓰지 않고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지금의 삶을 더 사랑한다. “‘경력’의 뜻을 들여다보면 한 사람이 살면서 겪어온 여러 가지 일을 의미해요. 저의 사회적 경력이 단절된 건 분명하지만 주부로서의 경력은 계속 쌓이고 있어요. 우리 가족의 아내와 엄마는 오직 저만 할 수 있잖아요.” 거실 한쪽, 해가 잘 드는 방에 놓아둔 책상은 매일 그녀가 출근하는 엄마의 자리다. 집안일을 마치면 어김없이 책상 앞에 앉아 다정한 글을 쓰고, 상담사를 꿈꾸며 공부도 하고 있다. 집안일이 하루의 전부가 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짜놓은 프로세스 덕분에 집은 늘 최소한의 손길만으로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다. 엄마, 아빠, 아이 세 사람이 각자의 능력 선에서 집안일을 나누고 있다는 점도 정갈한 집을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 그렇게 각자의 정성스러운 하루를 보내고, 저녁이 되면 식탁에서 모두가 마주 앉는다. “가족과 마음을 나누는 저녁은 또 내일을 살게 하는 힘이 되어줘요.” 박수빈 씨는 앞으로도 낮고 고요한 집에서 충만한 시간을 살아낼 예정이다. 나를 위하는 정성 어린 마음으로, 가족을 위하는 다정한 마음으로.
에디터 : 장세현 | 사진 :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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