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싸매면서 만든 우리들의 놀이.. 잘 논다고 칭찬받았어요"

인지현 기자 2022. 8.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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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놀이 동아리 활동 ‘뻔뻔한 놀이’에 참여한 아동들이 지난해 7월 7일 ‘나만의 티셔츠 만들기’ 시간에 사용할 놀이 재료와 방법을 직접 찾아보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지난해 ‘뻔뻔한 놀이’에 참여한 아동들이 직접 적은 놀이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뻔뻔한 놀이’활동

작년에 첫선… 올해 두번째

초등생 10명 모여 함께 진행

페트병·신문지 등 도구 이용

새로운 분야 만들어 즐기고

영화 속 놀이는 업그레이드

외부 친구들 초대 공유하고

놀이 키트 직접 제작하기도

지난 5월, 대전의 한 사회복지관에서 ‘지우개 똥 만들기 대회’가 열렸다. 아이들은 열심히 지우개를 굴려서 저마다의 똥을 만들고, 서로를 보다가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지우개 비석 치기 등 지우개를 활용한 갖가지 놀이가 이날 아이들의 주도하에 이뤄졌다. 모두 아이들이 진지하게 아이디어 회의를 가진 끝에 탄생한 활동이었다. 그런가 하면 어떤 날은 페트병을, 어떤 날은 신문지나 공을 가지고 어떤 놀이를 할 수 있을까 상상하는 시간이 주어졌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아동의 놀 권리 보장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진행하는 놀이 동아리 활동 ‘뻔뻔한 놀이’의 일환이다. 때론 ‘재료 없이 놀기’가 과제로 주어질 때도 있었다. 아이들은 머리를 싸매면서도 얼굴에 웃음을 잃지 않았다. 말 그대로 ‘행복한 고민’이었다.

‘뻔뻔한 놀이’ 활동은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성장한다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은 교과서가 아니라 놀이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전부터 내려오던 놀이, 남이 만든 놀이에서 그치지 않고 자기가 직접 고안하고 기획한 놀이라면 그 효과가 배가될 수 있다. 이러한 생각에서 탄생한 뻔뻔한 놀이는 지난해 6월 첫선을 보인 데 이어 올해도 진행되면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재단은 먼저 놀이에 대한 욕구가 큰 초등학교 4~6학년 10명을 중심으로 또래 놀이 동아리를 꾸렸다. 이들이 ‘주체적인 놀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달에 한두 차례 정기적으로 활동 시간을 가졌고, 지난해 총 13회의 만남이 이뤄졌다. 첫 만남에서는 먼저 놀이의 주체자임을 깨달을 수 있도록 오리엔테이션과 권리교육 등을 진행했다. 초반에는 ‘아동들의 요즘 놀이 vs 선생님들의 옛날 놀이’를 비교해서 해 보거나, 나만의 과자집 만들기 및 티셔츠 꾸미기 활동 등을 하다가 점차 아동들이 스스로 기획한 놀이로 경험을 확장시켰다. 영화에 나온 게임을 변형해보는 활동에서 아이들은 ‘오징어게임’ 속 놀이를 주변 재료를 활용해 새롭게 기획하기도 했다. 재단 관계자는 “아이들이 직접 기존 놀이를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들의 놀이’가 됐다고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올해도 4월 면접을 거쳐 동아리의 일원으로 선정된 10명의 아동이 지난 5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7월까지 지난해와 비슷한 방식으로 5번의 활동을 거쳤고 8월부터는 ‘뻔뻔한 놀이터’라는 새로운 활동이 추가된다. 오는 24일에는 이 놀이터 활동을 통해 동아리 아동들이 기획한 놀이에 외부 친구들을 초대해 지역사회와도 즐거운 시간을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또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 놀이에 대해 머리를 맞댄 후 의견을 모으면, 재단은 가정에서 진행할 수 있는 놀이 키트를 지원할 예정이다. 더불어 시중에 판매되는 다양한 놀이 키트를 체험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동의 생각으로 놀이 키트를 직접 제작하는 활동도 계획돼 있다.

이러한 활동은 △다양한 놀이 활동 경험에 대한 욕구 해소 △또래 관계 증진 △신체 활동량 증가 △가족관계 개선 등의 효과로 이어졌다. 특히 최근 3년여간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외부활동이 어려워진 아이들에게 활동은 억눌려 있던 놀이 욕구를 해소할 기회를 제공해줬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활동에 참여한 박채아(13) 양은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서도 친구들과 놀지 못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기회가 없었는데 동아리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알게 됐다”며 “집에서 할 게 없어서 휴대폰만 했는데 동아리에서 한 다양한 놀이를 가족들과도 해 보고 싶다”는 소감을 이야기했다. 또 다른 아동은 “평소엔 학교나 집에 있는 물건으로 장난치면 선생님과 엄마한테 혼이 나는데 여기서는 오히려 칭찬을 받으니 색달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지현 기자 loveofal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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