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liga.told] 'WC까지 3개월' 이강인, 스스로 증명한 '가치'

[포포투=한유철]

확실히 성장했다.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던 '낮은 활용도' 문제를 스스로 깨부쉈다.

마요르카는 16일 오전 0시 30분(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에 위치한 산 마메스에서 열린 2022-23시즌 스페인 라리가 1라운드에서 아틀레틱 빌바오와 0-0 무승부를 거뒀다.

객관적인 전력 차만큼 경기가 진행됐다. 점유율, 슈팅, 패스 등 대부분의 공격 지표를 빌바오가 압도했고 마요르카는 수비에만 전념했다. 간간이 역습이 나오긴 했지만, 세밀함은 부족했다. 경기는 0-0으로 마무리됐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완벽한 열세 속에서 이강인의 활약은 좋았다. 이날 선발 출전한 이강인은 후반 41분 라고 주니오르와 교체되기 전까지 86분간 활약했다. 슈팅 2회, 드리블 2회, 피파울 3회, 태클 3회, 인터셉트 1회 등 공수 양면에서 좋은 활약을 남겼다. 축구 통계 매체 '후스코어드'는 경기 후 이강인에게 평점 6.64를 부여했다. 마요르카 팀 내에선 상위권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가장 돋보였던 것은 포지셔닝이었다. 이날 이강인은 5-4-1 포메이션에서 우측 미드필더 내지 윙어로 나섰다. 하지만 공격과 수비 시 그의 위치는 완전히 달랐다. 수비 때는 오른쪽 진영에 머무르며 압박을 가했고 전방 압박도 서슴치 않았다. 그러다 공격을 전개할 때는 가운데로 파고들며 무리키와 함께 투톱을 형성했다.

공격 전개 시 세컨드 스트라이커 위치에 서는 것은 생소하지 않다. 그러나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이 평소와 달랐다. 일반적으로 이강인은 공격할 때 패스를 뿌려주며 '기점' 역할을 자처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선 직접 드리블을 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을 가져갔다. 역습 전개 시엔 하프 스페이스를 전속력으로 가로지르는 모습도 보였다.

후반전에는 또 달랐다. 안토니오 산체스가 투입되면서 이강인은 왼쪽으로 이동했다. 정발 윙어 자리에 위치했기에 전반과 달리 측면에서 주로 움직였다. 오히려 공격 전개 면에선 전반보다 더욱 자유롭고 위협적이었다.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비 가담도 훨씬 보안됐다. 물론 풀타임을 소화하기에 아직 체력적으로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강인은 전방 압박도 적극적으로 취했고 자신이 놓친 선수를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확실히 '공격형 미드필더'에만 국한됐던 예전과는 달랐다. 이날 이강인은 세컨드 스트라이커, 윙어, 측면 미드필더 등 다양한 포지션에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했다.

이는 대표팀 승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강인은 지난해 3월 일본과의 경기 이후 벤투호의 부름을 받지 못하고 있다. 벤투 감독의 전술상 활용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워진 이강인은 대표팀에 승선하기에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카타르 월드컵까지 약 3개월, 앞으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깜짝 발탁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한유철 기자 iyulje93@fourfourtw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