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가능한 날씨에 대한 권리[오늘을 생각한다]

2022. 8. 17.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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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물난리가 났다. 같은 시각 지구 한편은 불타고 있다. 극단적인 날씨로 인한 재해는 앞으로 더 자주, 강한 강도로 발생할 것이다. 그런 와중에 지난 7월 28일 유엔총회에서 중요한 결의가 채택됐다.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에 대한 권리가 보편적 인권”이라는 결의다. 166개국이 찬성했고, 8개국은 기권했다. 기권한 국가에는 러시아·중국이 포함됐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쉽사리 인정되지 않던 환경권이 후다닥 인정된 배경에는 올겨울 또한 극단적 날씨와 국제정세의 영향에 따른 에너지 대란으로 힘겨우리란 예측이 힘을 얻고 있는 사정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1972년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채택된 스톡홀름 선언은 ‘환경’을 언급하고 있지만, 환경권을 인정하지는 않았다. 이를 비롯해 국제사회는 깨끗한 환경이 다른 인권을 향유하기 위해 중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다른 인권과 구별되는 독자적 환경권을 채택하지 않았다. ‘환경’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논란이 됐다. 이번 유엔총회와 지난해 유엔 인권이사회의 결의는 “깨끗한”, “건강한”, “지속가능한”으로 환경권 내용을 구체화했다. 환경권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인권침해 주장은 그동안 주로 생명권·건강권 등 전통적 인권 개념 안에서 이뤄져왔다. 이러한 접근은 침해된 이후에는 구제가 힘든 환경권의 특수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또한 환경권이 독자적인 권리로 인정될 때, 당장 생명이나 건강에 위협을 받는 상황이 아닐지라도 ‘환경’에 대한 권리침해를 주장할 수 있다. 환경피해 자체를 입증하면 되고, 생명권 등이 침해됐음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입증책임도 상당히 완화된다.

이번 결의가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국가 정책을 움직이게 하는 촉매제로서의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다. 실제 2010년 유엔총회에서 물과 위생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결의안이 통과된 이후 국가들은 헌법과 법률을 개정했으며, 사람들에게 깨끗한 식수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이행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렇다면 “깨끗하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비정상적으로 극단적인 재해가 빈발하는 날씨가 아니라 예측가능한 날씨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은 아닐까? 미세먼지로 오염된 공기가 아니라 청명하고 숨쉬기 좋은 공기에 대한 권리는 어떤가? 한 시간에 3종의 생명이 멸종되는 환경이 아니라 생물들이 함께 살아가는 생물 다양성의 권리는 어떤가? 2050년 탄소중립을 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의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환경이 아니라 다음 세대도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 아닐까?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인류의 절반이 홍수나 가뭄, 극단적인 폭풍, 산불의 위험지역에 살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선택지는 집단행동 또는 집단자살이다”라고 경고했다. 보편적 인권으로서 환경권을 가지고 있는 인류가 함께 집단행동을 해야 할 때이다.

지현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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