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의 싸움[편집실에서]

입력 2022. 8. 17. 08:06 수정 2022. 8. 17.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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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방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이재민이 속출했습니다. ‘강남이 잠겼다’ 한 일간지의 1면 제목이었습니다. 최고 번화가라는 강남이 물에 잠기었다는 사실 자체가 뉴스거리라는 판단이었겠지요. 멈칫했습니다. 서울의 ‘달동네’가 아수라장이 되고, 산사태로 강원도의 마을이 고립됐다는 소식 정도로는 헤드라인이 되기 어려운가 싶어서요.

현실은 더 냉혹했습니다. 반지하주택, 발달장애인, 고령자, 저소득층 등 이번 수해로 숨진 분들에게 따라붙은 수식어들입니다. 같은 비가 쏟아져도 피해는 동일하지 않습니다. 현실이 이럴진대, 서울시의 수방(水防)·치수(治水) 예산은 3년 내리 감소했고, 올해도 900억원가량 줄었다고 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싱가포르를 방문한 자리에서 밝힌 ‘그레이트 선셋 한강 프로젝트’가 눈에 밟힙니다. 싱가포르의 ‘가든스 바이 더 베이’(석양 명소), ‘플로트 앳 마리나 베이’(수상 무대와 수변 객석을 갖춘 대규모 공연장)를 본뜬 장기 프로젝트로, 길게는 10년 이상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추진해가겠다는 구상입니다. 이에 반해 수해 예방 및 관리 대책은 늘 뒷심이 부족합니다. 비가 또 이렇게 오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경제성을 따져봐야 한다 등의 공방을 주고받다가 흐지부지되고 맙니다. 지금 정부와 지자체가 목청을 돋우는 대책들도 비가 그치고 나면 지금까지 그래왔듯 뒷순위 안건으로 밀릴 공산이 큽니다.

‘복합경제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이 파도는 약소국,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먼저 휩쓸고 지나갑니다. 무서운 속도의 금리 인상으로 시중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미국의 진격은 냉엄한 국제질서를 상징합니다. 각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만 끓이고 있습니다. 덩달아 금리를 올리자니 경기침체가 걱정이고, 미적대자니 외국인 자금 유출과 고물가가 발목을 잡습니다.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중간선거·3연임 결정)를 앞둔 G2(미국·중국)의 신경전으로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나라도 많습니다. 펠로시 하원의장의 전격 대만 방문으로 더 커진 미중 긴장의 대가는 고스란히 대만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의 몫입니다. 반도체에 이어 중국을 배제하는 미국의 배터리 공급망 전략으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완성차 및 부품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전 인류가 힘을 합쳐도 될까 말까 한 기후위기도 우선 논의과제에서 자꾸 밀려납니다.

각자도생이 판을 칠수록 심화되는 건 양극화입니다. 위기가 커질수록 자산격차는 더 벌어집니다. 대립과 갈등, 반목과 혐오가 뾰족하게 튀어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사회적 약자들이 “도저히 못 살겠다”고 분연히 일어섭니다. 정부가 ‘엄정대처’, ‘불법근절’만 외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당장 해법을 찾아나서야 합니다.

권재현 편집장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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