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취수원 다변화 협약, 대구·구미시장 모두 지방선거때는 반대

정우용 기자 2022. 8.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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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장 '맑은물 하이웨이' 공약. 구미시장 '구미보 상단 이전' 공약
홍준표 대구시장(오른쪽)과 김장호 구미시장 (자료사진) 2022.8.16/뉴스1

(대구·구미=뉴스1) 정우용 기자 = 대구취수원 다변화를 놓고 홍준표 대구시장과 김장호 구미시장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김장호 경북 구미시장은 1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대구와 구미는 사실상 경제공동체로 굉장히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데 물 문제는 대구만의 문제도 아니고 구미만의 문제도 아닌 전체의 문제로 지혜를 모아서 논의를 해가야 할 부분"이라며 "대구시에서 김천공단 상류지역으로 취수원을 이전하기를 원한다면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취임 한달 기자회견에서 김 시장이 "취수원 이전은 구미시 현안이 아니라 대구시의 문제"라고 한 발언에 홍준표 대구시장이 "괘씸하다"며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김 시장은 "취수원 이전은 '대구시 문제'라고 한 것은 취수원 이전 문제가 대구 시민들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먹이기 위해서 생긴 문제인데 홍 시장이 선거과정에서 '안동 물 먹겠다'고 공약했으니 대구시에서 기존 협약에 대해 진행할 건지 아니면 새로운 방식으로 다양하게 할것인지 주도적으로 해 나가야 된다는 의미로 구미는 '독립변수'가 아니라 '종속변수'라는 취지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대구시민도 깨끗하고 안전한 물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김천산업단지 폐수가 유입되는 감천이 현 해평취수장의 상부에 위치해 있어 폐수사고에 여전히 노출돼 있으니 '취수원 구미보 상류 이전'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홍 시장은 지난 8일 "대구의 물 문제가 왜 발생했냐. 구미시장이 좀 괘씸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취수원 이전은 '구미가 아닌 대구시 현안'이라는 김 시장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다.

홍 시장은 "250만 대구시민이 먹는 식수의 원수, 낙동강 물의 오염도가 왜 이렇게 심해졌나. 구미공단에서 무방류 시스템을 처음부터 했다면 낙동강 물은 깨끗하다"며 구미시에 화살을 돌렸다.

그러자 김 시장은 다음날인 9일 "대구에 물을 못주겠다고 한 적 없다"며 "대구시민과 구미시민들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 지금의 해평취수장에서 김천으로 흘러오는 감천지류의 상류로 취수원을 이전하는 것을 제안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홍 시장이 지적한 '구미시가 무방류시스템을 도입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 수질과 수계 관리를 책임지는 환경부에서 추진해야 할 사항으로 지금도 구미시는 환경부 법령과 지침을 준수하면서 방류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김 시장의 해명과 지적에 홍시장은 11일 페이스북에 "상수도원으로 지정되면 받는 개발 제한 때문에 대구에 물을 공급하는 것을 못하겠다면 그동안 구미공단 폐수로 받은 대구 시민들의 고통은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라며 김 시장에 거듭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구미공단 폐수 문제를 무방류 시스템으로 전환하든지, 아니면 공해 유발 업체를 모두 다른 곳으로 이전하든지 해야 하는게 도리에 맞는거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공단의 풍요는 누리면서 대구 시민들에게만 식수 문제로 고통을 강요하는 이 잘못된 불공정은 꼭 바로잡아야겠다"고 했다.

홍시장은 이날 권기창 안동시장을 만나 안동댐과 임하댐의 대구 식수원 활용 방안 등 낙동강 상류 댐을 활용한 대구 식수원 관련 밑그림과 세부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았다.

이 자리에서 그는 "도수관로를 연결해 안동댐의 원수를 대구로 가져오면 대구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오염의 원천인 구미공단에 발목이 잡혀 구미시장에게 읍소해 가면서 식수원 문제를 해결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이후 홍 시장은 16일 페이스북에 "대구시가 지난 30년간 구미공단 폐수 피해를 입고도 인내하면서 맺은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대구시가 수원지를 옮겼다" 며 "더 이상 구미시와 수원지 이전 협상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구미공단 폐수문제는 철저히 감시하고 낙동강에 인접해 진행중인 구미5공단에는 화학공장, 유독물질배출 공장은 절대 입점 금지시키고 철저하게 무방류시스템으로 공해방지 시설을 갖추지 않으면 공장가동을 못하게 하겠다"며 "더 이상 구미공단 공장 폐수로 대구시민 건강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시장은 안동에 대해서는 상생을 언급하며 "도수관로를 만드는데 1조4000억원 가량 드는데 그 돈을 대구시와 안동시가 대는 것이 아니다"며 "가격으로 보면 안동의 원수를 가져오면 대구시민 1인당 월 1000원 정도만 더 부담하면 된다. 수자원공사도 적극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대구시는 "민선7기 때 환경부, 경북도, 구미시, 수자원공사와 맺은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 이용에 관한 협약을 파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협약 파기와 관련, 이종헌 대구시 정책총괄단장은 "앞으로 필요한 절차를 밟을 것이다. 환경부와 실무 차원에서 논의가 됐다"고 말했다.

앞서 민선7기 때인 지난 4월 4일 국무총리 주재로 환경부와 대구시, 경북도, 구미시, 수자원공사는 대구시의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 이용을 골자로 한 협약을 체결했다.

대구 취수원 이전 대가로 정부와 대구시는 구미하수처리장 및 중앙하수처리장 시설 현대화, 국가습지생태원 조성, KTX역 신설, 대구시가 일시금으로 100억원을 주고 낙동강수계관리기금에서 매년 100억원씩 지원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그러나 민선8기로 넘어오면서 김장호 구미시장이 취임 한달 기자회견에서 "지난 협약은 구미시민과 시의회의 동의를 얻지 않은 졸속 협약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더 수렴해야 한다"며 "대구시민들이 깨끗한 물을 먹기 위해서는 김천산단 위쪽인 낙동강 구미보 위쪽으로 취수원을 이전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해달라"고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김 시장은 대구시가 주도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하면서 '취수원 이전은 구미시 현안이 아닌 대구시 문제'라는 발언을 했고 홍 시장이 이 발언에 감정적으로 대응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하지만 지난 4월 맺어진 대구취수원 다변화 협약은 홍준표 대구시장이나 김장호 구미시장 모두 지방선거때 동의하지 않았다.

홍 시장은 시민들의 식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낙동강 지표수 대신 낙동강 수계 상류의 안동댐과 임하댐의 1급수 댐 물을 도수관로로 연결해 운문댐으로 끌어와 식수로 공급하려는 '맑은물 하이웨이'를 지방선거 공약으로 내걸었고 김장호 구미시장도 지방선거에서 대구취수원 다변화 문제와 관련, 주민과 시의회 의견을 수렴해 구미보 상류로 이전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것이다.

여기다 권기창 안동시장 역시 후보자 시절 공약으로 안동에서 수돗물을 생산해 낙동강 하류 지역에 공급하겠다는 '낙동강유역 광역상수원 공급체계 시범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구미지역 정가에서는 대구시장에 당선된 홍시장이 협약을 파기하고 맑은물 하이웨이 공약을 실천해야 하는데 구미시장의 발언이 '울고싶은 홍시장의 뺨을 때려 준 격'이 됐다고 보고 있다.

홍 시장은 김 시장의 발언을 이슈화한 뒤 10일만에 안동시와 실무추진단협의를 통해 '맑은물 하이웨이 추진방안 검토 용역'을 우선적으로 진행하기로 했고 보름만에 대구취수원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이용에 관한 협약을 공식 파기한다고 밝혔다.

김상섭 대구취수원 구미이전 구미시범시민반대추진위원장은 이날 오전 "김 시장이 '구미에 물을 줄 수 없다'고 발언한 사실이 없는데도 사실 확인도 않고 일부 언론 보도만 보고 구미시민이 선택한 구미시장에게 '괘씸하다'며 공개적으로 막말을 했다" 며 "이는 구미시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것이고 모욕하는것으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다" 며 즉각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newso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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