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세금으로 中전기차 판매 급증.."보조금 손질하자" 말 나오는 이유
국내 전기상용차(버스·화물)와 동일한 수준으로 보조금 정책의 혜택을 받는 중국산 전기상용차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다른 나라 기업을 배불리는 꼴이지만, 무역 분쟁 우려 때문에 특정 국가를 배제한 보조금 정책을 시행할 순 없다. 해결책으로 충전 용량, 충전 속도, 전비 등 국내 기술력이 앞선 분야를 보조금 지급 기준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자동차 신규 등록 현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산 전기상용차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 159대에서 올 상반기 1351대로 750% 증가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중국산 전기버스는 436대가 팔리며 전체 전기버스 판매량의 절반에 가까운 47.8%의 점유율을 보였다. 중국산 전기상용차의 국내 점유율도 지난해 1.1%에서 6.8%까지 올랐다.
중국산 버스의 수입 단가는 2억원대 초반 수준으로 3억원대 중반인 국산보다 훨씬 저렴하다. 여기에 전기버스 구매 보조금 최대치인 1억4000만원(중앙정부 7000만원, 지방정부 7000만원)을 받게 되면 구매자가 느끼는 가격 차이는 더욱 커진다.
환경부는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에 따라 제조 국가에 관계없이 일정 성능 기준을 충족하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전기버스의 경우 △연비보조금 △주행거리보조금 △차량규모 계수에 따라 중형 전기버스는 최대 5000만원, 대형은 최대 7000만원까지 중앙정부에서 지급된다. 지방 보조금의 경우엔 지방자치단체마다 차이가 있는데, 서울시의 경우 최대 70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내산, 외국산이라고 해서 보조금의 차별이 있는 구조가 아니라 차량의 성능에 따라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거나 적게 지원하는 체제가 갖춰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부 입장에선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면서도 국내 전기차 산업도 육성해야 하는데, 일방적으로 국내 산업에 보조금을 주거나 중국 등 특정 국가를 보조금 정책에서 배제할 수도 없다. 이 경우 무역 분쟁의 소지가 있어서다.
WTO(세계무역기구) 보조금협정 규정에 따르면 특정 국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이 특정성(specificity)을 갖는 경우, 상대국은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특정 국가의 보조금이 상대 국가의 관련 산업에 실질적인 피해를 주거나 그러한 위협이 입증될 경우 상대 국가는 해당 제품을 수입할 때 상계관세로 보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중국 전기상용차가 중국 내에서 정부의 일방적 보조금을 받으면서 가격경쟁력까지 갖춰 국내로 수출되고 있다면 우리 정부가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서도 "아직 국내 업계 차원에서 그런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해 온 적도 없고 정부 차원에서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관점에서 우리 정부도 국내 산업을 육성하고 수출 기반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기업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전기차 보조금 규정을 완화해 달라고 미국 측에 요청한 바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배터리의 핵심 자재를 미국 또는 미국과 FTA(자유무역협정)를 맺은 국가에서 공급받고 배터리 부품을 북미에서 제작·조립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1일 현대차 및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와 함께 비공개 간담회를 갖은 자리에서 해당 법이 한미 FTA와 WTO 협정 등 통상규범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미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국내 전기차 산업에만 일방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우리도 여러 국가로부터 문제 제기를 당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각에서는 환경부의 보조금 지급 성능 기준을 세분화, 정밀화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술력에서 앞선 분야를 보조금 지급 기준에 포함시켜 합리적 범위 내에서 보조금에 차등을 두자는 것이다. 전비, 1회 충전 후 이용가능 거리 등은 소비자 이용 편의와 해당 산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도 적용 가능한 기준이다.
전기차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보조금을 일률적으로 줬는데 전비, 최대 사용 가능 거리, 충전 속도 등 국내 제품이 앞서는 항목을 보조금 지급 기준에 포함시킬 경우 해외 제조사 입장에선 기술 수준을 높이려 할 뿐 일방적 기준이라고 문제를 제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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