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수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 확보 못 미뤄.. 국민 공감대 형성 시급" [세계초대석]
고준위 방폐물 이미 1만8000t 쌓여
잔열 식는데 5년.. 9년 뒤 수조 포화
원전 생애주기별 지속적 관리 필요
5년간 9000억 등 1.4조 R&D 투자
특별법 만들어 보상 등 명확히 해야
“방사성 폐기물(방폐물)은 지금도 발생하고, 앞으로도 계속 발생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원자력 발전 등으로) 혜택을 받은 세대거든요. 우리 세대가 혜택만 받고 폐기물을 남기면, 은행 대출 받아서 신나게 쓰고 (후손에게) 빚만 남겨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안전한 방폐물 관리는) 우리 인류 후손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정부의 원전 정책 전환에 따라 수면 위로 떠오른 문제가 바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고준위 방폐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이다. 기존 원전 가동률을 높이고 신규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내면 고준위 방폐물 발생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원전 활용을 위해서 고준위 방폐물 처리장(방폐장)을 이른 시일 내에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차 이사장은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은 이제 유아기와 청년기를 넘어서서 노년기에 접어들었고, 방폐물 포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방폐물을 어떻게 처리할지 우리 사회가 의견을 모아 해법을 찾아야만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차 이사장과 일문일답.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사람들이 듣기에는 생소한 곳일 수 있다.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폐기물을 관리하는 것이 사실은 원자력의 혜택을 본 현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책임을 다하는 일이다. 고준위 방폐물만 해도 벌써 1만8000t이 쌓여 있는 상태고, 발전을 하다 보면 앞으로도 방폐물은 계속 나올 예정이다. 공단 입장에서는 근본적으로 원전에 대한 정책이 바뀐다고 하는 일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만 양이 많고 적음의 차이 정도다. 문제가 되는 것은 원전 라이프 사이클이 선행·후행으로 나뉘는데 예전에는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후행이다. 원전이 노후화하면 원전을 해체하고 폐기물을 처분하는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한다. 고리 1호기는 재론의 여지 없이 이미 멈췄고 해체도 해야 한다.”
―해체도 담당해야 하나.
“고준위 방폐물 약 1만8000t이 원자력발전소 안에 저장돼 있다. 열 발생량이 2㎾/㎥, 방사능 농도가 4000㏃(베크렐)/g 이상인 방폐물로 독성이 강하므로 국민의 안전을 위해 가능한 조속히 영구 처분 시설을 확보해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간 박근혜정부, 문재인정부에서 두 차례에 걸쳐 영구처분장 확보 일정과 절차 등을 담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제는 정부가 수립한 기본 계획의 ‘처분 시설 확보 로드맵’ 이행을 위해 핵심 기술 확보를 시작해야 한다.”
―고준위 방폐물 R&D 로드맵에는 무슨 내용이 담겼나.
“우리 원전 라이프 사이클도 이제 청년기를 넘어 노년기로 왔기 때문이다.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준위 방폐장 설치는 쉽지 않은 사안이다. 방폐물을 영구 처분하기 전에 중간 저장 과정을 거치는데 현 원전 부지 내에 임시 저장 시설을 짓는 것조차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하다. 방폐장 부지 선정과 보상 절차 등 고준위 방폐물과 관련된 주요 현안을 처리하기 위한 동력으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 법이 2016년 정부 입법으로 제출됐다가 자동 폐기됐다. 지난해 9월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입법안(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도 현재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이번에 여당에서도 법안을 준비 중인데 여야 합의를 통해 해당 법안이 얼마나 빨리 잘 만들어지느냐가 관건이다.”
―고준위 방폐장 부지 및 처분 시설 등에 대해 여전히 이견이 많다. 국민을 설득할 복안이나 계획은.
“우리는 아직 고준위 방폐장 시행을 안 했기 때문에, 먼저 시작한 핀란드나 스웨덴, 프랑스보다는 조금 부족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기술력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는 우리가 얼마나 노력해서 빨리 쫓아가느냐의 문제이지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다. 공단이 처음 만든 게 동굴처분장이다. 어느 나라보다 뛰어난 수준을 자랑한다. 이처럼 우리가 어느 정도 경험이 쌓여 있기 때문에 고준위 방폐장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은 갖춰졌다고 생각한다. 이를 국민에게 잘 전달하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이해시키는 작업이 중요하다.”
―제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해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고준위 방폐물 처리장은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진정성 있는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예전과 다르게 실제로 방폐물 포화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현실화하고 있다. 방폐물은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해결해야 하는 목적이다. 원전을 확대하지 못하게 막기 위해서 방폐물을 이슈화하는 것은 이미 단계가 넘어선 차원이다.”
●1966년 서울 출생 ●서울대 지질과학 학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 박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객원교수 ●인천대교(주) 부사장 ●에이멕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에이멕파트너스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TUV SUD 코센 대표이사 사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2018년 1월~)
대담=김기환 산업부장, 정리=남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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