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수 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고준위 폐기물 처분장 확보 못 미뤄.. 국민 공감대 형성 시급" [세계초대석]

남혜정 2022. 8. 17. 06: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구 정지 고리 1호기 해체 현실로
고준위 방폐물 이미 1만8000t 쌓여
잔열 식는데 5년.. 9년 뒤 수조 포화
원전 생애주기별 지속적 관리 필요
5년간 9000억 등 1.4조 R&D 투자
특별법 만들어 보상 등 명확히 해야

“방사성 폐기물(방폐물)은 지금도 발생하고, 앞으로도 계속 발생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미래 세대를 위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원자력 발전 등으로) 혜택을 받은 세대거든요. 우리 세대가 혜택만 받고 폐기물을 남기면, 은행 대출 받아서 신나게 쓰고 (후손에게) 빚만 남겨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안전한 방폐물 관리는) 우리 인류 후손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2009년 설립된 국내 유일의 방폐물 관리 전담 기관인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의 차성수(56) 이사장은 지난 15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반핵 입장이든 찬핵 입장이든 우리가 사용한 방폐물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갖고 국민적 합의를 통해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세계일보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차성수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이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사업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에너지 부문 정책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그중 핵심은 ‘친원전 정책’이다. 윤 대통령은 전 정부의 무리한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자력 산업이 고사 위기에 놓였다고 지적하며,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을 위해 원자력발전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원전 정책 전환에 따라 수면 위로 떠오른 문제가 바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고준위 방폐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이다. 기존 원전 가동률을 높이고 신규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내면 고준위 방폐물 발생량도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원전 활용을 위해서 고준위 방폐물 처리장(방폐장)을 이른 시일 내에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차 이사장은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은 이제 유아기와 청년기를 넘어서서 노년기에 접어들었고, 방폐물 포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방폐물을 어떻게 처리할지 우리 사회가 의견을 모아 해법을 찾아야만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차 이사장과 일문일답.

―한국원자력환경공단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사람들이 듣기에는 생소한 곳일 수 있다.

“공단은 ‘방사성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2009년 설립된 방폐물 관리 전담기관이다. 사실 방폐물 관리 사업은 19년간 9차례 실패를 겪었을 정도로 대표적인 갈등 사업이다. 민주적인 부지 선정 공모와 주민 투표를 거쳐 가까스로 2005년 경주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 부지가 확정됐다. 공단에서는 2015년부터 국내 최초의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 시설인 1단계 동굴처분시설을 확보해 운영 중이다. 2단계 표층처분시설은 지난 7월 규제 기관의 안전 심사를 통과해 오는 26일 착공을 앞두고 있다. 또 정부의 고준위 방폐물 정책에 따라 고준위 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도 공단의 역할이다. 본격적인 고준위 방폐물 영구 처분 부지 선정에 앞서 1조4000억원 규모의 고준위 방폐물 기술 연구개발(R&D) 투자 로드맵을 마련하고, 기술 개발의 결과물을 연구용 지하 시설에 적용해 안전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22일 경남 창원 성산구 두산에너빌리티 원자력 공장을 찾아 박지원 대표이사의 안내를 받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새 정부 들어와서 친원전 정책으로 가장 바빠진 곳이 아닐까 싶은데, 존재감이 더 부각되고 있는 듯하다.

“현장에서 직접 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폐기물을 관리하는 것이 사실은 원자력의 혜택을 본 현세대가 미래 세대에게 책임을 다하는 일이다. 고준위 방폐물만 해도 벌써 1만8000t이 쌓여 있는 상태고, 발전을 하다 보면 앞으로도 방폐물은 계속 나올 예정이다. 공단 입장에서는 근본적으로 원전에 대한 정책이 바뀐다고 하는 일이 달라지는 것은 없다. 다만 양이 많고 적음의 차이 정도다. 문제가 되는 것은 원전 라이프 사이클이 선행·후행으로 나뉘는데 예전에는 원전을 건설하고 운영하는 데만 관심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후행이다. 원전이 노후화하면 원전을 해체하고 폐기물을 처분하는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한다. 고리 1호기는 재론의 여지 없이 이미 멈췄고 해체도 해야 한다.”

―해체도 담당해야 하나.

“고리 1호기에서도 해체물이 엄청 많이 나올 것이다. 해체하는 과정에서는 운영할 때보다 폐기물이 훨씬 더 많이 나온다. 다 뜯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해체 폐기물이 나오기 때문에 방폐물의 양은 앞으로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다. 보통 원전 발전 후 나오는 고준위 방폐물은 일종의 수조, 물속에 저장한다. 고준위 방폐물은 잔열이 많다 보니, 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열을 식혀야 하는데 대략 5년 정도가 걸린다. 5년간은 수조 안에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를 보관할 수조가 점점 차고 있다. 추계로 보면 2031년이면 고리·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포화 상태가 되는 수조가 나온다. 9년 정도 남은 상황인데, 설계와 시공, 인허가까지 거치는 것을 감안하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방법을 찾지 않으면 고준위 방폐물을 다루지 못하게 되고, 계획하지 않고 원치 않게 원전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인수저장시설에서 처분을 기다리는 폐기물 드럼. 원자력환경공단 제공
―고준위 방폐물 사업 추진이 필요한 이유는.

“고준위 방폐물 약 1만8000t이 원자력발전소 안에 저장돼 있다. 열 발생량이 2㎾/㎥, 방사능 농도가 4000㏃(베크렐)/g 이상인 방폐물로 독성이 강하므로 국민의 안전을 위해 가능한 조속히 영구 처분 시설을 확보해 안전하게 관리해야 한다. 그간 박근혜정부, 문재인정부에서 두 차례에 걸쳐 영구처분장 확보 일정과 절차 등을 담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제는 정부가 수립한 기본 계획의 ‘처분 시설 확보 로드맵’ 이행을 위해 핵심 기술 확보를 시작해야 한다.”

―고준위 방폐물 R&D 로드맵에는 무슨 내용이 담겼나.

“고준위 방폐물 영구 처분 시설 부지 선정 절차 착수 이후 37년 내 시설을 확보할 수 있도록 운전과 저장, 부지, 처분을 위한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처분 시설 운영 시점까지 R&D 투자 규모는 약 1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향후 5년간 1226억원을 포함해 9002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지난 7월 초안을 공개한 이후 세 차례 토론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고 앞으로도 수정·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20년 전과 이슈가 많이 달라졌는데.

“우리 원전 라이프 사이클도 이제 청년기를 넘어 노년기로 왔기 때문이다.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준위 방폐장 설치는 쉽지 않은 사안이다. 방폐물을 영구 처분하기 전에 중간 저장 과정을 거치는데 현 원전 부지 내에 임시 저장 시설을 짓는 것조차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하다. 방폐장 부지 선정과 보상 절차 등 고준위 방폐물과 관련된 주요 현안을 처리하기 위한 동력으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 법이 2016년 정부 입법으로 제출됐다가 자동 폐기됐다. 지난해 9월 김성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입법안(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도 현재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이번에 여당에서도 법안을 준비 중인데 여야 합의를 통해 해당 법안이 얼마나 빨리 잘 만들어지느냐가 관건이다.”

―고준위 방폐장 부지 및 처분 시설 등에 대해 여전히 이견이 많다. 국민을 설득할 복안이나 계획은.

“지속가능한 정책을 해야 한다. 고준위 방폐물 처리장을 만들어야 한다. 유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원전의 완전한 라이프 사이클과 솔루션을 갖고 있어야 지속 가능하다. 기술자들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찾는 게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선행해야 할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또 안전이 확보돼야 소통이 시작된다. 고준위 방폐물과 관련한 특별법을 만들어서 절차나 방법 등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주민에게 어떻게 보상할 수 있을지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 기술력을 높이고 해당 후보지 주민과 진정성 있게 얘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드럼통이 담긴 중저준위 핵폐기물이 방사능 농도 등을 검사받는 과정. 원자력환경공단 제공
―우리 기술력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는 아직 고준위 방폐장 시행을 안 했기 때문에, 먼저 시작한 핀란드나 스웨덴, 프랑스보다는 조금 부족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기술력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는 우리가 얼마나 노력해서 빨리 쫓아가느냐의 문제이지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다. 공단이 처음 만든 게 동굴처분장이다. 어느 나라보다 뛰어난 수준을 자랑한다. 이처럼 우리가 어느 정도 경험이 쌓여 있기 때문에 고준위 방폐장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은 갖춰졌다고 생각한다. 이를 국민에게 잘 전달하고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이해시키는 작업이 중요하다.”

―제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해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고준위 방폐물 처리장은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진정성 있는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예전과 다르게 실제로 방폐물 포화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현실화하고 있다. 방폐물은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해결해야 하는 목적이다. 원전을 확대하지 못하게 막기 위해서 방폐물을 이슈화하는 것은 이미 단계가 넘어선 차원이다.”

차성수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은…
●1966년 서울 출생 ●서울대 지질과학 학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 박사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객원교수 ●인천대교(주) 부사장 ●에이멕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에이멕파트너스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TUV SUD 코센 대표이사 사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2018년 1월~)

대담=김기환 산업부장, 정리=남혜정 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