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현금화' 관련 대법 판결 임박.. 한일관계 새 변수

허고운 기자 2022. 8.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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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결정시 日 강력 반발 예상.. '최악 상황' 우려
외교부·피해자도 의견 대립.. 민관협의회에도 한계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2022.8.1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일본을 '힘을 합쳐야 할 이웃'이라고 부르며 한일관계 회복·발전의사를 거듭 밝혔다. 그러나 한일 간엔 여전히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란 숙제가 남아 있다.

특히 피해 배상을 위해 일본 전범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강제로 현금화하는 절차를 시작할지에 대한 우리 대법원 결정이 오는 19일로 임박해 오면서 향후 한일관계의 새 변곡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7일 외교가에 따르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제기한 상표권 특별현금화 명령 사건을 심리 중인 대법원 민사3부는 사건 접수 4개월이 되는 19일 전까지 이 사건을 더 이상 따져보지 않아도 될지, 즉 '심리 불속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에 앞서 대전지방법원은 작년 9월28일 강제동원 피해자 측 청구에 따라 미쓰비시의 국내 상표권 2건과 특허권 2건에 대해 매각 명령을 내렸다. 미쓰비시 측은 즉시 항고했으나 기각됐고 올 4월에 재항고했다.

이번에 대법원이 심리 불속행을 결정하면 매각 명령이 확정돼 미쓰비시의 해당 자산에 대한 현금화 절차가 시작된다. 피해자 측이 배상금을 받기 위해 미쓰비시와 마찬가지로 한국 내 자산 압류·매각을 신청한 일본제철에 대해서도 앞으로 법원으로부터 같은 명령이 내려질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자국 기업 피해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우리 법원이 '현금화' 조치를 취하면 일본 측에서 각종 보복 조치를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우리 정부도 가만히 있기 힘든 만큼 한일관계가 다시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될 수 있단 우려가 많다.

한일관계 '위기'에 앞서 우리 정부와 깅제동원 피해자 간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외교부가 지난달 '강제동원 문제 해법 마련을 위한 외교적 협의가 진행 중'이란 등의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하면서다.

박진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2022.8.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그러나 외교부의 이 같은 조치는 사실상 '사법 자제', 즉 현금화 조치 '동결' 요청으로 받아들여져 피해자 측이 강력 반발했다.

윤덕민 주일대사도 지난 8일 특파원 간담회에서 "현금화 절차를 동결해야 한다"며 "(현금화할 경우) 우리 기업과 일본 기업들 사이에 수십조~수백조원에 달하는 비즈니스 기회가 날아갈 수 있다"고 말해 파문을 키웠다.

이에 대해 강제동원 피해자 측은 "외교부가 헌법이 보장한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절차적으로 피해자 측과의 신뢰관계를 완전히 저버렸다"고 항의했고, 강제동원 피해배상 관련 해법을 논의하는 외교부 주도 민관협의회에도 전면 불참을 선언했다. 나아가 일부 피해자 측은 재판부에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대법원 판결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고, 관여해서도 안 된다. 윤 대통령이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일 간 과거사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피한 채 관계 개선 의지를 재차 피력한 것 또한 이처럼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한 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일본 전범기업들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 문제로 한일관계가 악화되면 윤석열 정부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강력 추진 중인 '한미일 협력'에도 금이 갈 수 있다.

다만 외교가에선 현금화 조치가 동결되더라도 '문제 해결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는 '한국 측이 강제동원 관련 문제의 해결 방안을 갖고 오지 않으면 양국 관계 개선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체결 당시 우리 정부에 제공한 총 5억달러 상당의 유무상 경제협력을 통해 "이미 해결됐다"고 주장한다. 일본 측은 이 같은 이유에서 우리 법원의 피해배상 판결이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문제 해결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은 현금화를 중지하고 (한국 정부 등이 피해자에 우선 대신 배상하는) '대위변제'를 일본 정부가 받아들일 것이냐를 논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또 "일본이 어떤 형태로든 (강제동원에 대한) 사죄를 표명해야 하지만 현재로선 받아들일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우리 정부는 피해자, 일본 정부, 그리고 우리 국민감정을 고려해 설득하고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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