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해용의 홀인원보다 행복한 골프] 인생도 '골프 루틴'처럼 

하유선 기자 2022. 8. 17.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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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윈덤 챔피언십에서 한국인 최연소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을 차지한 김주형 프로. 사진제공=PGA투어

 



 



[골프한국] 지난 8월 8일(한국시간) PGA 투어 윈덤 챔피언십에서 한국인 최연소로 우승을 한 김주형 프로가 "제가 특별한 재능을 갖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늘 루틴을 지키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좋은 습관을 반복해 몸에 배면 놀라운 힘을 발휘하는 것 같아요"라고 우승 소감에서 밝혔다. 



그는 대회가 있는 날이면 경기 시작 3시간 30분 전에 40분간 스트레칭을 하고 샤워를 한 뒤 식사를 하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우승 그날도 평소 여느 대회와 마찬가지 루틴으로 골프장에 도착해서 1시간 30분 정도 샷 연습, 쇼트게임, 퍼팅 연습을 하고 티잉 그라운드에 섰다고 했다. 



 



루틴(Routine)이란



선수들이 최상의 실력을 갖추기 위해



각자 습관적으로 행하는



자신만의 고유한 동작이나 절차이다. 



루틴은 준비 동작, 혼잣말, 특별한 제스처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골프에서의 루틴은 자신감, 주의 집중 등 심리적인 면과 육체적인 준비, 긴장의 이완, 전술 능력 향상 등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움을 준다. 그래서 선수들은 자신만의 루틴을 가지고 있다.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 선수도 특이한 루틴 동작으로 유명하다. 생수병 2개를 벤치 근처에 세워놓는데 상표가 코트 쪽을 향하게 한다. 엉덩이-어깨-귀-코 등 신체 7개 부위를 모두 만진 이후에 서브를 넣는다. 거의 미신에 가까운 루틴을 한다. 나달은 이런 행위가 자신이 온전히 경기에 집중하기 위함이며 주변 환경을 정리해야 자신의 머릿속도 더 잘 정돈되는 느낌이라고 한다. 



타이거 우즈도 "내가 좋은 샷을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언제나 같은 루틴을 따르기 때문이다. 나의 루틴은 변하지 않는 나만의 유일한 것이다. 그것은 내가 최상의 샷을 할 준비가 된 상태에서 내 순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라며 루틴의 중요성을 말했다.



 



골프 루틴은 흔히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라운드 전 루틴'으로 라운드를 잘 수행하기 위한 준비 단계이다. 목표 설정, 긍정적 언어, 불안 조절, 주의 집중, 이미지 트레이닝 등 심리적 요소도 포함된다. 선수마다 방식이 다르나, 공통점은 식사, 코스 공략, 퍼팅 연습, 준비운동, 날씨에 따른 골프복 선정, 골프채와 장비 점검(골프공, 골프티, 볼 마커, 선글라스, 비옷 등), 캐디와 소통 등의 요소들로 이루어진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곽보미 프로. 사진제공=KLPGA

 



 



둘째, '라운드 간 루틴'은 경기 내내 비연속적으로 진행되는 골프에서는 특히 중요하다. 여기에는 샷 이전에 하는 프리 샷과 샷 이후의 포스트 샷으로 나눈다. 



프리 샷 루틴은 우선 목표를 확인하고 목표를 향해 2~3회 빈 스윙을 한 이후 볼 위치, 그립, 스탠스, 에이밍, 얼라이먼트 등 셋업 자세를 확인한다. 이어서 자연스러운 스윙을 위해 2~3회 손을 왔다 갔다 움직이는 왜글을 한 후 다시 한번 목표를 재확인하고 기억하면서 스윙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포스트 샷 루틴은 매 홀을 돌면서 대기하는 잦은 휴식을 통해 심호흡과 이완 등으로 압박감, 흥분, 혼란, 분노, 우울 등 감정을 새롭게 정비하여 다음 샷을 준비하는 것이다.



 



셋째, '라운드 후 루틴'으로 라운드 경험을 통해 자기 성장의 기회로 삼는다. 라운드 후 승패에 집착하지 않도록 감정을 조절하거나, 육체적으로 필요한 조치나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심리적 상처(좌절, 분노, 슬픔)를 찾아내고 완전히 해소하려는 행동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루틴을 말할 때는 라운드 간의 프리 샷을 의미하나, 골프 라운드 전반에 걸친 준비와 정리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습관적인 루틴 동작은 골프 대회 일정이 갑자기 변경되거나 변동이 심한 날씨, 관중, 경기장 조건 등의 외적 요인과 골퍼 자신이 만들어내는 심적 방해 요소, OB, 페널티에 대한 불안감, 경기에 대한 부담감 등 집중하지 못하는 내적 요소 등으로 선수가 흔들릴 때 자신의 특성을 정확히 자각하게 하여 적절한 대응을 하게 한다.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자신에 대한 확실한 루틴이 없으면, 돌발 변수에 적응하지 못하여 경기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 때로 선수의 루틴이 평소와 다르게 지연 플레이 등 특이한 동작이 보이면 어김없이 실수가 나오는 경우를 발견하곤 한다. 미스샷이 자주 나오거나 실수가 반복될 때는 자신의 루틴을 재점검해 볼 필요도 있다. 이처럼 루틴은 골프에서 중요한 멘탈을 관리하기 위한 기본이 되기도 한다.



 



루틴이 뛰어난 선수는 선택적 주의 집중력도 높다. 혼잡한 파티에서도 자신과 대화하는 사람에게만 주의를 집중하는 것을 심리학 용어로 '칵테일파티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런 선택적 주의 집중력은 골퍼에게는 특히 중요하다. 실례로 타이거 우즈가 티샷 루틴을 하고 있을 때 캐디가 캐디백을 넘어뜨린 적이 있었는데, 루틴 후에 캐디가 미안하다고 했을 때 타이거 우즈는 루틴에 집중하느라 미처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고 한다. 



 



언제나 같은 루틴을 따르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퍼는 스윙, 스트로크, 퍼팅, 칩샷 등을 자신만의 루틴으로 수없이 반복하여 흔들리지 않는 정교한 기술로 만들어야 한다. 훌륭한 골퍼 가운데 전문 기술이 떨어진 선수는 없다. 일반 아마추어 골퍼도 평상시 꾸준한 연습은 하지 않고 필드에서 좋은 결과만 바란다면 그냥 요행을 바랄 뿐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허겁지겁 티업 직전에 나타나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한 상태에서 플레이하기보다는 적어도 1시간 전까지는 골프장에 도착해서 라운드 전 루틴으로 여유롭게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열정 있는 골퍼들은 지금도 라운드 후 루틴으로 그날의 '골프 일지'를 기록하며 지난번 자신과 비교를 하면서 다음에 더 나은 성적을 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골프 라운드 간 루틴처럼 집중과 휴식-정비를 병행하는 나만의 루틴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아침에 일어나서 따뜻한 물 한잔으로 몸을 가볍게 한다든지, 산책, 운동과 독서 등. 언제나 어디서나 주변의 유혹에 쉽게 휩쓸리지 않으면서 승리하는 자신만의 루틴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는 인생에서 훨씬 더 여유롭고 풍요로운 시간을 가질 것 같다.



 



*칼럼니스트 곽해용: 육군사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고려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필가이며 최근에는 행복한 골퍼를 응원하는 『홀인원보다 행복한 어느 아빠의 이야기(2022)』를 출간하였고, 『50대, 나를 응원합니다(2020)』 등의 저서가 있다. 프로 데뷔 11년 만에 2021년 KLPGA 투어 교촌 허니 레이디스 오픈에서 우승한 곽보미 선수의 아빠이기도 하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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